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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욱 Jul 02. 2024

중국 다롄(대련) 3박 4일 출장기

경기도, 글로벌 세계경제의 중심으로 발돋움하다

(인천공항 출발, 랴오닝성 다롄 도착)


6월 24일 오전 10시 50분 서수원터미널에서 인천공항으로 출발한 리무진버스가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정류장에 미끄러지듯 도착한다. 인천공항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바다내음과 공항의 이국적 향기가 코끝을 스친다. 캐리어를 챙겨 집결지인 3층 대한항공 카운터로 발길을 돌린다. 목적지에 도착하니 경기도청 국제경제협력과 팀장을 비롯한 경기도 대표단 일행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가볍게 목례로 서로 인사하고 금번 국외출장의 VIP 경제부지사님을 기다린다. 잠시 후 경제부지사님이 수행비서와 함께 카운터로 걸어 들어오신다. 경기도대표단 일행은 조폭인사(?)보다는 정중하고 자연스럽게 부지사님을 향해 인사를 한다.


27년 공직생활 중 최고위층과 함께 하는 공무국외출장이다. 2005년-2006년 경기도의회사무처에서 7급으로 근무하던 시절 지방의원들과 친선의원연맹 해외출장을 다녀온 적이 많다. 미국, 스페인, 독일, 영국, 중국, 대만, 일본, 네덜란드, 싱가포르, 호주, 뉴질랜드, 오스트리아... 농담이지만 북극과 남극만 제외하고 5대양 6대주를 다녀왔다. 그러나 그때는 지금처럼 부담스러운 마음은 없었다. 그냥 의원님들 모시고 의전 잘하면 임무를 완수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금번 출장은 목적과 방향이 사뭇 다르다. 경기도 첨단미래산업을 총괄하는 조직의 주무팀장으로 소속기관 넘버 2를 모시고 글로벌 지방외교의 중심지로 떠나는 공식출장이기 때문이다.


얼굴은 웃고 있지만 마음은 결코 가볍지가 않다. 금번 출장은 민선 8기 김동연 도지사님께서 핵심사업으로 추진 중인 '세계경제포럼(WEF) 4차 산업혁명센터 설립'이라는 미션이 주어졌기에 성과도 필요하고 경기도와 중국 랴오닝성 외교관계도 곤고히 해야 하며, 지구촌 전 세계에서 참가하는 글로벌기업 스타트업들의 원활한 민관협력 네트워킹을 지원함으로 경기도의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여야 하는 국제적 규모의 행사기 때문이다.


금번 출장의 공식적인 명칭은 '2024 뉴챔피언 연차총회 참가 경기도 대표단 중국방문'이다.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쉬운 표현으로는 매년 1월 스위스 휴양지 다보스에서 UN 비정부자문기구인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oc Forum)이 주관하는 '다보스포럼'(Davos Forum)이다. 다보스포럼은 경제올림픽으로 불리며 매년 전 세계의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 정치인, 언론인 등을 스위스의 휴양지 다보스로 끌어모은다. 관행상 매년 1월 스위스에서 열리는 국제행사는 다보스포럼, 매년 6월 중국 텐진과 다롄에서 격년으로 개최하는 행사는 '하계다보스 포럼'이라고 부른다. 경기도 대표단은 '2024년 하계 다보스포럼' 행사에 참석한 것이다.


(랴오닝성 정부의 극진한 영접)


오후 1시 인천공항을 떠난 지 정확히 1시간이 지나 현지시간 1시 30분에 다롄 국제공항에 도착하였다. 대한항공 국제선을 이용했지만 국내 제주도 가는 거리이다. 비행기가 활주로에 착륙하기 직전 창가로 어스름하게 보이는 바닷가에 둘러싸여 빼곡히 밀집해 있는 공장과 주택촌이 1970년대 한국의 공단지역을 보는 듯하다.


드디어 경기도대표단을 태운 비행기가 다롄공항에 착륙하고 대표단 일행이 입국장으로 들어서는데 랴오닝성 외사판공실에서 나온 여성직원 1분이 대표단 일행을 친절하게 영접한다. 영접 직원은 공항직원들과 사전에 연락이 되었는지 대표단 여권을 모두 모으고 패스트트랙으로 신속히 안내한다. 아마도 중국에서 외빈인 경기도 경제부지사님이 참석하는 국제행사여서 의전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것처럼 보인다. "원님 덕에 나팔 분다"라는 속담처럼 경제부지사님 덕분에 대표단 일행은 입국심사장을 신속하게 통과할 수 있었다. 공항을 빠져나오자 주차장에 준비된 12인승 대표단 전용차량이 보이며 현지가이드 안내를 받으며 차량에 탑승한다.


중국 다롄공항 입국심사부터 대표단 전용차량에 탑승하기까지 "김진욱 출세했다"라는 생각에 가슴 뿌듯했다. 27년 공무원 생활하며 언제 이런 호사를 누려보았던가? 인천공항을 출발하기 전 금번 출장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씩 자신감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래 나는 지금 외교관의 신분으로 이곳 중국에 온 거야". 당연히 대접받을 권리가 있어! 혼자 긍정적으로 마인드컨트롤하며 중국 다롄에서의 첫 공식일정을 시작한다.


(1일 차, 다롄무역관에서 한국의 기업인들을 만나다)


전용차량을 타고 공항을 빠져나오자 다롄의 도시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상하이, 광저우, 제남, 칭다오 다른 중국 도시들처럼 다롄시의 첫인상은 깨끗하고 잘 정돈된 느낌이었다. 하계다보스포럼 등 대규모 국제행사를 상시 개최하는 도시인만큼 다롄시는 도시미관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을 한눈에 느낄 수 있다.


다롄에서 제일 먼저 찾은 곳은 KOTRA 다롄무역관이다. 다롄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의 해외사업을 적극 지원하고 다양한 현지정보를 제공하며 기업의 성공을 위한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곳이다. SK하이닉스반도체, 현대 LCD, NHN 기업대표들을 만나 현지 기업들의 활동상황과 고충을 듣고 경기도 차원의 지원방안에 대한 폭넓은 대화를 나누었다. 경기도는 전 세계 19개소에 GBC(경기비즈니스센터)를 운영 중이며 랴오닝성 성도 선양(선양)에도 GBC가 한국기업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니 가슴 한편이 뜨거워졌다.


(2일 차, 힐튼호텔에서 2024 뉴챔피언 연차총회 참가하고 한국 스타트업 기업 대표와 오찬 하다 )


2024년 하계 다보스포럼 메인 행사장은 '다롄국제회의센터'이다(Dalian International Convention Center)이다. 2017년 경기도청 전시컨벤션팀장으로 재직 시 국내최대 전시컨벤션센터인 킨텍스 관련 업무를 담당한 경험이 있어 웅장한 방사형 모양의 다롄 국제컨벤션센터 외관에 먼저 눈길이 간다. 금번 하계다보스포럼 개막식, 연차총회 리셉션, 오찬세션 등 공식행사가 모두 이곳에서 개최되었다. 중국 리창 총리와 WEF 클라우스 슈밥 회장 등 거물급 인사와 WEF 공식초청을 받은 기업인, 정치인, 관계자 등만이 입장할 수 있는 신성한(?) 공간이었다. 경기도 대표단 7명 중 경제부지사님을 비롯한 통역요원 등 일부인원만 입장 가능했다.

아쉽게도 나는 하계다보스포럼장인 컨벤션센터에는 입장하지 못하고 바로 앞 힐튼호텔에 상주하면서 경제부지사님이 필요한 자료작성 및 공식행사 일정을 지원하는데 집중했다.


포럼장인 다롄국제컨벤션센터 길 건너에는 최고급 힐튼(Hilton) 호텔이 위치해 있다. 힐튼호텔 1층은 하계다보스포럼 참가자 등록장소이다. 포럼장인 컨벤션센터에 입장과 마찬가지로 힐튼호텔도 엄격한 보안검색과정을 거친 후 입장이 가능했다. 3박 4일 출장기간 중 3일은 힐튼호텔 로비에서 상시 대기하며 국제교류협력 활동을 지원하였다. 포럼장인 컨벤션센터에서 공식일정을 마친 참가자들은 주최 측에서 준비한 트램을 이용하며 힐튼호텔 내 식당, 라운지, 카페 등에서 오찬, 사업설명회 등 네트워킹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2일 차 힐튼호텔 2층 중식당에서 경제부지사님 주재로 한국인 스타트업 2개소 대표와 오찬행사가 개최되었다. 참가기업은 2024년 1월 김동연 경기도지사님이 스위스 다보스포럼 참석 시 만난 기업인들로 하계다보스포럼에서 경제부지사와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경기도 제안으로 성사된 오찬에서 경기도와 스타트 업간 체계적인 협업방안 등을 논의하였고 경기도는 판교+20 스타트업 육성계획과 9월 경기도에서 개최되는 글로벌 스타트업 박람회(사우스서밋) 행사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스타트업의 참여를 요청하였다


(3일 차, 세계경제포럼(WEF) 경기도 '4차 산업혁명센터' 설립을 논의하다)


3일 차 일정은 나에게는 가장 긴장되는 시간이었다. 내가 금번 출장을 오게 된 궁극적인 목적이기 때문이다. 갑작스럽게 결정된 출장일정으로 출장 4일 전 외교부에서 관용여권을 발급받고 출장에 필요한 관련자료를 작성하는 등 초스피드로 출장을 준비하였다. 주문 후 다음날 새벽배송이 가능한 배달의민족 DNA를 감안하여 초스피드로 출장준비를 마무리하였다. "궁하면 통한다"는 말의 의미를 깨닫는 순간이었다.


경기도는 2024년 1월 스위스에서 개최된 다보스포럼에 김동연 지사님과 경기도 대표단이 참석하였다. 인류의 당면과제와 세계 주요 경제이슈에 대해 민관협력을 통해 긍정적 대안과 비전을 제시하는 비영리 국제기구인 세계경제포럼(WEF)은 세계경제와 첨단기술에 대한 세계 최고의 싱크탱크(TinkTank) 네트워킹 기구이다. 매년 1월 수천 명의 글로벌 대기업 및 혁신기업 리더, 고위급 정부인사, 경제학자, 언론인 등이 스위스 다보스에 모여 한 해의 핵심과제를 논의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다보스포럼(Davos Forum)을 개최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은 197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4차 산업혁명센터 설립을 시작으로 2024년 6월 현재 전 세계 15개국에 18개 4차 산업혁명센터를 설립 운영하고 있다. 유례없는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는 급격한 기술혁명시대 민관협력을 통한 최적 대응을 위해 인공지능(AI), 양자, 자율주행, 우주항공, 첨단제조, 기후위기, 바이오의료 등 글로벌 최신 트렌드 정보획득 및 확산, 도전적 과제에 대한 공동작업과 문제해결에 앞장서고 있다.


6월 26일 오후 4시 다롄 힐튼호텔 1층 라운지에 세계경제포럼 4차 산업혁명센터 총괄국장과 아태국장이 모습을 나타내었다. 경제부지사님과 WEF 고위관계자 2명은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4차 산업혁명센터의 경기도 설립 및 운영방안, 협력방안 등에 대해 오로지 영어로 30분 정도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었다. 아이러니한 점은 참석자 4명 중 3명이 한국인인데 1명의 외국인을 위해 영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학위를 받으시고 영어에 능통하신 부지사님의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대화에 어려움은 없었지만 실무자인 나에게는 50% 이상은 그냥 흘려버릴 수밖에 없는 난감한 상황이었다. 핵심단어와 키워드, 분위기로 상황을 파악할 수밖에 없는 아찔한 상황이 고개를 못 들 정도로 부끄러웠다. 다행히 부지사님께서 핵심쟁점에 대해 말씀해 주셔서 보고서 작성은 무리 없이 마칠 수 있었다. 반드시 외국어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를 55세에 깨달았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WEF 클라우스 슈밥 회장, 세계경제포럼 4차 산업혁명센터 설립 협력협약 체결하다)

      

3박 4일의 숨 가쁜 출장일정을 마무리하고 6월 27일 귀국했다. 아쉬움도 많았지만 크게 실수하지 않고 소기의 성과도 거두었다. 전 세계 경제인과 기업인들이 한 곳에 모인 국제회의에서 대한민국과 경기도의 위상을 거양하고 세계경제의 책임 있는 파트너로써 대한민국과 경기도의 역할을 확인한 소중한 출장이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6월 27일 인천으로 귀국하는 대한항공 비행기에서 WEF 클라우스 슈밥 회장을 보았다. 85세의 고령에도 활기차고 건강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WEF 대표단 일행의 수행을 받으며 귀빈용 승강기에 오르는 그의 당당한 모습에서 WEF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었다.


6월 28일 WEF 클라우스 슈밥 회장 일행이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환대를 받으며 경기도지사 옛 공관인 도담소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WEF클라우스 슈밥 회장은 잠시 환담을 나누고 드디어 경기도와 세계경제포럼(WEF) 간 4차 산업혁명센터 설립 협력협약서에 자필로 서명하였다. 한국 최초, 세계에서는 19번째 WEF 4차 산업혁명센터 설립을 공식화하는 역사적인 순간이다. 순간 가슴이 뭉클했다.


2024년 1월 19일 미래성장산업국 디지털혁신정책팀장으로 발령받아 6개월간 숨 가쁘게 달려왔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뽑으라면 단연코 WEF 4차 산업혁명센터 협력협약을 체결한 순간이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라는 서정주 시인의 말처럼 소쩍새의 마음으로 지난 6개월을 준비했다. 아직 연내 센터 개소하기 전 예산편성, 공간확보, 직원채용 등 산적한 과제들이 많이 있다.


금번 중국 다롄에서 개최하는 2024년 하계다보스포럼 출장을 통해 세계경제의 흐름과 첨단기술의 변화를 두 눈으로 목격하고 몸으로 체험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빡빡한 공식일정으로 아름다운 다롄의 풍광을 향유할 시간은 없었지만 공무원으로서 국가(지역) 경제 발전에 조그만 초석을 놓았다는 점에 큰 보람을 느낀다.


GoodBye Dalian & Welcome World Economic Forum, Centre for 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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