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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욱 Mar 27. 2024

MZ공무원 공직엑소더스! 위기이다

소는 누가 키우나?



안타까운 일이다. 임용 3개월이 안된 충북 괴산군 9급 공무원이 또 극단적 선택을 했다. 최근 3개월이 안되어 김포시청, 남양주시청, 괴산군청까지 계속해서 들려오는 새내기 공무원의 안타까운 사건을 접하며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공직선배로서 무거운 마음을 가눌 수가 없다. 무엇이 한참 공직에서 꿈과 희망을 펼치기에도 부족한 젊은 공무원들을 죽음의 길로 내몰고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직한 공직을 포기하게 만드는 것일까? 전공의 파업, 의대교수 사직 등 국가적으로 혼란한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야 할 젊은 공무원들의 비극은 언제쯤 끝날지 현재로서는 그 누구도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돌이켜보니 내가 공직에 입문한 1990년 중반은 고위공무원이 되기 위해 신림동 고시원으로, 지방공무원이 되기 위해 지방의 고시학원으로 공무원 열풍은 가히 사회적 신드롬이었다, 고시학원은 말 그대로 콩나물 교실이었다. 공무원만 되면 투자한 시간과 비용을 모두 보상받는다는 신념이 공무원 응시자들에게는 신념처럼 확산되어 있었고 실제 공무원이 된 이후는 많은 부분을 보상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25년이 지난 현실에서 공무원에 대한 환상은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있는 듯 보인다. 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급격히 추락하고 있으며 임용 5년 차가 안된 저연차 공무원들은 공직에 적응하지 못하고 새 직장을 찾아 미련 없이 공직을 떠나고 있다. 성경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을 탈출하여 가나안으로 향하는 출애굽 여정인 엑소더스와 비견할만 하다.

      

행정안전부와 인사혁신처 등 중앙정부는 현실의 상황을 무겁게 인식하고 어제 임용 5년 이하 저연차 공무원에 대한 사기진작 대책을 발표하였다. 내용을 살펴보니 승진기회 확대, 합리적 보상, 근무여건 개선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얼핏 보면 김영삼 정부 금융실명제 개혁만큼 혁신적 개혁안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26년 차 시니어 공무원에게는 지나가는 행인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는 백화점 쇼윈도 진열상품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9급에서 4급까지 최저승진소요년수를 13년으로 단축한다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공무원에게 승진은 가장 강력한 인센티브이기 때문이다. 공무원들이 보수가 작아도 30년 이상을 한 직장에서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은 언젠가 팀장, 과장, 국장, 부시장으로 승진할 수 있다는 막연한 믿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필자의 경우를 보면 9급에서 5급 승진하는 데까지 20년이 소요되었다. 그나마 광역지자체에 근무해서 시군 등 기초지자체보다는 빠르게 승진할 수 있었다. 시군에서는 30년 이상을 근무해도 9급으로 입직해서 5급 사무관이 되는 경우가 흔치 않은 일이다. 더욱이 정년을 4년 앞둔 현시점에서 4급 승진도 요원한데 현재 MZ공무원들에게는 승진의 기회를 많이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바람직한 정책이다. 그러나 승진에는 조직확대와 임금인상 등 예산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 같은 부수적 요인을 간과하고 민심을 달래기 위한 발표한 공약이라면 MZ공무원의 계속되는 이탈을 멈추지 못할 것이다    


이밖에도 저연차 공무원들의 가장 큰 불만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급여 수준이다. 그럼에도 급여인상 등 핵심요인에 대한 정부의 획기적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야근 식사비 급량비를 8,000원에서 9,000원으로 1,000원 인상하며 시간 외 근무수당 한계를 월 57시간에서 100시간으로 확대하는 것이 전부이다. 정부예산이 없으니 야근 많이 해서 박봉을 스스로 보전하게 하려는 정부의 소심한 조삼모사 대책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불합리한 조직문화, 민원인의 폭언, 폭행, 과도한 업무는 부수적 요인이라고 개인적으로 판단한다. 악성민원과 과도한 업무는 내가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1997년 이후 현재까지 변한 것이 없다. 현재 MZ공무원 급여 수준은 적절하고 합리적 보상이라고 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공무원의 최대 장점인 연금도 기대할 수 없다. 외부에서는 연금, 복지 등 운운하며 공무원의 넋두리를 내 문제처럼 적극적으로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이 글을 쓰면서 팀 직원들을 둘러본다. 딸보다 어린 2,000년생 서무, 어린이집에 보내며 매일 육아시간을 활용하는 주무관.. 내가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직장에서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일할 수 있는 근무환경을 조성하는 것밖에 없지만 그마저도 마음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공무원이 불행한 나라에서 국가의 미래를 기대할 수는 없다. 이제 대학3학년 재학 중인 아들에게 예전처럼 직업으로 공무원을 자신 있게 권유할 자신이 없다. 부디, 금번 정부의 대책이 보여주기식 대책이 아니라 실효성 있게 작용하여 공직을 이탈하는 MZ공무원의 엑소더스 현상을 멈출 수 있는 기제가 되길 진심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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