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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욱 Feb 12. 2024

아날로그 인간과 디지털 업무의 융합 성공할까?

2024년 1월 31일 인사발령으로 자리를 옮긴 지 10일 정도 지났다. 설 연휴와 주말을 빼면 5일 정도 출근하였다. 미래성장산업국 디지털혁신과 디지털혁신정책팀장. 나에게 공식적으로 부여된 직함이다. 발령 첫날 신속하게 자리를 옮겨서 공인인증서 설치하고 업무환경을 업무패턴에 맞게 정리하며 업무자료를 개략적으로 살펴보았다. 개략적인 업무내용은 부서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산업의 디지털화, 반도체, AI, 첨단모빌리티, 바이오, 벤처스타트업 등 대한민국의 미래성장동력을 발굴하고 미래형 산업구조 혁신과 성장을 견인하고 지원하는 부서이다. 민선 8기 공약이 도정에 구석구석 담겨 있는 중차대한 미션을 수행하는 핵심부서다. 더욱이 이같이 중차대한 핵심부서 1번 주무팀장 직을 부여받았으니 동료들의 축하인사는 귀에 들어오지 않고 무거운 중압감이 어깨와 가슴을 짓누르는 것 같아 아직까지 몸이 경직되어 있는 상태이다.


왜? 나를 이곳으로 보냈을까? 불현듯 드는 생각이다. 27년 공직생활하며 인사발령 이유에 대해 누구에게 물어본 적도 그럴 시도도 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인사발령문 한 장에 이곳저곳 유목민처럼 떠돌아다니는 것이 공무원 운명 아니던가? 그러나 내가 거쳐 온 부서의 정체성과 비교할 때 금번 인사발령은 적잖이 의외가 아닐 수 없다. 아직도 출퇴근하며 보게 되는 사무실 입구 부서명패, 업부보 고서의 과학기술 전문용어, 국제 화상회의 등 미래지향적 업무환경을 볼 때마다 그간 익숙하게 적응한 조직문화와는 확실한 차이가 존재한다. 


2000년대 초반 7급 주사보 시절, 경기도 광교 R&D클러스터 조성, 나노특화팹센터, 바이오센터, 차세대융합기술원 유치, 건립 등 업무를 담당하고, 2007년 사무관 승진하고 국내 최대 전시컨벤션센터인 킨텍스의 전시컨벤션 업무를 1년 정도 담당한 경험은 있지만 당시의 직급과 시대적 환경을 비교할 때 금번 인사발령에 따른 부담감은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다. 물론 승진으로 가는 길은 전 보다 넓게 열려 있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다만, 고민되는 부분은 나의 아날로그 감성으로 당면한 첨단업무들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지 여부이다. 물론 나 혼자서 미래성장산업국내 모든 일을 다 하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첨단과학기술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서울대학교, KAIST, 포항공대 등 국내 최고의 테크니션들로 채워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에 나도 모르게 주눅 들게 된다. 그러나 인력배치 현황을 보니 행정직이 다수 있음을 발견하고 위안을 삼게 된다


스마트폰과 PC를 활용하여 일상생활 상당 부분을 처리하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브런치스토리 등 SNS로 세상과 소통하며, 네이버에 개인 프로필을 등록하는 등 디지털환경에 적응하며 차별화된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아직도 나에게는 아날로그 감성이 가득 배어있다. 테이블에 부착된 키오스크로 주문하기보다는 메뉴판을 보며 종업원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고 신중하게 주문하며, 세련되고 모던한 분위기의 서양식 음식점보다는 원형테이블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연기 자욱하게 삼겹살 굽는 투박한 노포가 더욱 좋다. 축의금이나 조의금은 인터넷뱅킹으로 보낼 수 있지만 가급적 얼굴 보고 축하의 마음을 전하는 편이다. '배달의 민족' 앱을 이용하여 음식을 주문하기보다는 맛집을 검색하고 찾아가 번호표를 뽑아 30분은 기다리는 고집스러움이 있다. 세상은 급속히 디지털화고 있는데 사람은 무인도에 표류한 아날로그 인간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아직까지 아날로그 삶의 방식에 불편함을 느껴본 적은 없다. 더욱이 누구도 나의 삶을 평가절하한 기억도 없다


그러나, 세상이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다. Open AI가 개발한 Chat GPT는 전 세계에 인공지능이라는 획기적 첨단기술을 소개하고 인류의 역사를 변화시키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기술패권은 국가의 존립과 전 세계의 산업지도를 바꾸기에 충분하며, 한국은 용인, 평택 등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에 노력하고 있다. 이세돌 9단을 위협한 알파고는 인간처럼 사고하고 섬세한 손동작이 가능한 인공지능 로봇 옵티머스, 휴머노이드로 진화하여 제조업에서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고 있으며, 국내 문막휴게소에도 음식을 조리하는 로봇셰프가 등장하였다는 뉴스를 접하였다. SF 영화인지? 현실인지 알쏭달쏭, 애매모호한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설날 연휴 동안 스터디카페에서 업무와 관련한 도서와 유튜브 등 관련영상을 시청하였다. 어느덧 유튜브 알고리즘이 AI. 빅데이터, 반도체, 로봇 등으로 재편되었다. 기존에는 전혀 관심을 갖지 않는 소재들이었다. 그러나 이제 간과할 수 없는 아니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될 우리의 미래먹거리, 국가생존과 관련된 중요한 주제이다.


아날로그 방식으로 살아온 56년 인생은 2024년 엄습한 디지털 환경의 파고를 넘어 연착륙이 가능할까?

적잖이 두렵지만 남은 공직생활 4년은 새로운 시대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주인공으로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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