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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욱 Jan 19. 2024

충주시 홍보맨의 유쾌한 반란!

충주시 하면 제일 먼저 연상되는 단어는? '사과', '충주호'로 답변한다면 당신은 올드보이가 틀림없다. MZ세대는 주저 없이 '충주시 홍보맨'을 '사과'와 '충주호'보다 먼저 답변할 것이다. 의심스러우면 지금 바로 실행!  


공무원이 TV, 방송매체 등 매스미디어에 노출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은 아니다. 대통령, 총리, 장관 등 고위직 공무원이 아닌 5급 이하 일반 직업공무원이 언론에 노출되는 것은 태평양에서 싱싱하게 헤엄치는 돌고래 한 마리 찾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다. 26년의 공직생활 경험칙상 공무원의 언론노출은 금품수수, 이권개입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뉴스 외에는 보고 들은 기억이 많지 않다. 더욱이 공무원이 일을 잘해서 방송과 언론에서 이를 중점 취재하여 공무원 업무능력과 실적을 높이 평가하는 것은 공직생태계에서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공직사회에서는 절대 발생하지 않을 것 같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변화시킨 공무원이 있다. 대중에게 "충주시 홍보맨"으로 널리 알려진 충주시청 홍보담당관실 김선태 주무관(행정 6급)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충주시청 홍보실에서 충주시 공식 유튜브 '충 TV'를 운영하고 있다. 유튜브 구독자수는 2024년 1월 19일 현재 57만 명이 넘는다. 대한민국 지자체 중 유튜브 구독자수는 광역지자체 서울특별시가 가장 많고 기초지자체는 충주시가 가장 많다. 충주시 인구가 20만 명이므로 충주시 인구보다 2배나 많은 사람이 충주시 유튜브를 시청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정책홍보 기능을 수행하는 행정기관의 유튜브가 노잼인 점을  감안하면 57만 명의 구독자수는 일반 유튜브 구독자수 300만 명과 등가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얼마 전에는 그가 탁월한 홍보능력과 업무실적을 인정받아 9급으로 입직 후 채 10년도 안되어 6급으로 승진하였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시군에서 9급에서 6급(팀장)까지 승진하는 기간이 평균 15년에서 20년 정도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 인사이다. 그러나, 그가 좌충우돌 충주시를 전국 방방곡곡 홍보하는 눈부신 활약이 담긴 유튜브를 본 사람이면 "그의 승진 인사가 파격적이다"라는 말에 결코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최근에는 그가 국민 MC 유재석이 진행하는 MBC 유퀴즈에 출연하여 유쾌한 직장생활과 독특한 홍보전략에 대하여 입담을 뽐내는 것을 보았다. 일반 하위직 공무원이 유퀴즈에? 충주시 홍보맨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길래.. 방송이 모두 끝나고 충TV에 업로드되어 있는 그가 제작한 동영상 중 조회수가 높은 영상을 몇 편 시청했다. 헐! 이걸 제작한 사람이 공무원 맞아! 짧고 재미있는 콘텐츠에 나도 모르게 크게 소리 내어 웃고 말았다. 행정기관 유튜브에서 이런 영상을 제작한다는 것이 서프라이즈했다.


최고 조회수를 기록한 '공무원 관짝춤(Coffin dance)'은 945만이라는 행정기관 유튜브에서는 보기 어려운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위협하던 아찔한 위기상황에서 생활 속 코로나19 예방수칙을 위반하게 되면 죽게 된다는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영상이다. 또한 충주시가 포함된 중부내륙특별법 제정을 호소하기 위해 윌스미스 춤 영상을 패러디한 '충스미스 Unholy' 영상은 532만, '공무원의 폭력성실험' 영상은 404만 회, 윤석열 대통령과 삼성그룹 이재용 회장의 부산 재래시장 떡볶이 시식을 패러디한 영상은 1일 조회수가 50만 명이 넘는 등 그가 제작한 영상은 어김없이 대중의 뜨거운 눈길을 끌고 있다.  


그렇다면 충주시 홍보맨의 홍보영상에는 진시황이 찾던 불로초와 같이 무슨 영험한 비결이 숨어있는 것일까? 예산지원이 부족하고 충주시 홍보맨 1인이 전담하는 열악한 제작환경의 충 TV가 천문학적인 홍보예산을 쏟아붓고 전문인력이 다수 참여하는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홍보효과를 압도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그 점이 궁금했다. 그 해답을 찾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기존 질서와 형식을 탈피한 자유로움, 유쾌함을 장착한 간결한 메시지. 영상을 보며 내가 발견한 그의 특급 홍보전략이었다. 충주시 홍보맨이 동의하거나, 말거나ㅎ


구독자 30만 명을 넘었다며 의자에 삐딱하게 누워 인사하는 장면, 원희룡 국토부장관 집무실을 발로 차며 호기롭게 들어가는 장면, 행안부차관을 만나기 위해 청사 앞에서 시위하는 장면, 소속기관 최고상급자인 충주시장과 호형호제하는 장면, 헐리우드 스타의 독특한 춤과 삼성 이재용 회장의 떡볶이 시식장면을 패러디한 영상, 충주구치소 수감생활을 체험하는 영상은 배꼽 잡고 웃게 되지만 웃음 속에서 그가 전하려는 메시지를 발견한다. 조선시대 실학자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 "허생전" 등 고대소설이 서민들에게 인기였던 이유를 '풍자와 해학의 미'로 요약한다면 현재 충주시 홍보맨의 인기 급상승 요인도 이맥을 같이하고 있다.


아마도 그가 기존 행정의 질서와 테두리 안에서 행정의 경직된 언어를 사용하고 부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며 정보전달의 1차적 홍보에 안주하며 유튜브를 제작하였다면 충주시 홍보맨은 존재하지 못할 것이 확실하다. 기존 행정에서 인식되는 고정관념을 과감히 탈피하여 대중의 호기심과 관심을 자극하며 그 위에 정책홍보 한 스푼 올린 것이 대박을 터뜨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말은 쉽지만 그렇게 하기까지 수많은 아이디어 창출과 시나리오, 연출까지 1인 10역을 수행한 멀티엔터테이너 충주시 홍보맨의 열정이 화룡점정이 아닐 수 없다.


충주시 홍보맨 영향으로 지금 중앙정부와 지자체 홍보담당자들이 예기치 않은 곤욕(?)을 치르고 있는 상황을 보게 된다. 당신은 예산과 인력도 많은데, 왜 충주시 홍보맨 같은 작품을 못 만드나!라는 질책이 귀에 들리는 듯하다. 이 글을 쓰는 나도 마을공동체를 홍보하기 위한 획기적 아이디어를 고민 중인데 떠오르지 않는다.


당분간 '미스트롯3', '현역가왕' 등 애청하는 트롯프로그램 시청을 중단하고 충주시 홍보맨 영상에 올인할 계획이다. 충주시 홍보맨이 공직사회에 던진 신선한 충격! 충주시홍보맨 같은 공무원이 많이 배출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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