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형적인 문과형 인간이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수학, 과학을 싫어하고 정확하게 말하면 일찌감치 깨끗이 포기하고 언어, 인문사회, 역사과목에 올인하여 그나마 수도권 4년제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다. 대학에서 행정학을 전공으로 선택한 이유도 수학, 과학과 거리가 먼 학문을 선택하기 위한 궁여지책이었다. 1996년 9급공무원 시험도 수학, 과학 과목이 없었기에 공무원으로 입직하게 된 기회요인이 되었다.
1997년 공직에 입직하고 30년 가까이 보직경로는 감사, 기획, 법무, 환경, 국제교류 등 일반행정업무를 주로 담당했다. 다만 2000년대 초반 손학규 당시 경기도지사 재임시절 IT, BT, NT 등 과학기술을 중점육성하는 도정방침으로 수원 광교테크노밸리 육성사업을 활발히 진행하였다. 서울대 수의학과 황우석 교수가 대한민국 톱뉴스로 등장하던 시기가 바로 그 시기였다. 나는 그때 경기도청 과학기술과에서 연구기반조성팀 7급 말단으로 근무하면서 '나노특화팹센터', '경기바이오센터', '서울대차세대융합기술원' 건립 지원 업무를 담당하였다.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과학기술 업무를 최초로 접한 때로 기억된다. 지금도 여행, 출장 등 동수원 IC를 지나갈 때면 웅장한 광교테크노밸리 위용을 보면 2000년 초반 잠시 일했던 보람을 온몸으로 만끽하고 있다.
그렇게 과학기술 부서를 떠나고 과학기술 업무는 다시 담당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22년여 시간이 지난 지금 내 머릿속에는 온통 과학기술과 관련한 생각뿐이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반도체와 첨단미래산업 관련 동영상으로 가득하다. 직장교육과 위탁교육으로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관련정보도 습득하지만 과학기술 관련 기초지식이 전혀 없는 터라 그나마 유튜브에서 부족한 지식과 교육의 욕구를 충족하고 있다.
특히 요즘 보는 유튜브 영상 중 가장 많은 눈길이 가는 테마가 반도체이다. 반도체?. 도체, 부도체, 반도체, 집적회로(IC), 트랜지스터 등 중학교 기술시간에 반도체 관련 용어들을 배운 기억들이 떠오른다. 남을 이해시킬 정도로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대충 반도체가 무엇인지는 이해하는 수준이다. 결론적으로 핸드폰, 자동차, 항공기, 첨단무기에서 최신 시대적 트렌드인 AI까지 지구상에서 반도체가 사용되지 않은 영역은 없다.
2. 대한민국은 반도체 강국인가? K-반도체산업의 위기
반도체가 국가 첨단산업육성 및 발전에 핵심적인 디바이스라는 것은 알겠는데 왜 뉴스만 보면 미국, 중국은 반도체 패권전쟁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외교적, 군사적으로 충돌하며, 반도체 강국인 한국, 대만, 일본은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합종연횡하는 행태를 보이는 것일까? 코로나 이후 개방적 국제질서가 폐쇄되면서 반도체는 산업적 측면보다 국가의 명운을 건 도화선으로 작용하고 있는 듯 보인다
ChatGPT 4.0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반도체산업에서 주요 국가들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보면 미국이 약 45%, 대한민국이 19-20%, 대만 약 20%, 중국 약 6-10%의 점유율을 나타내고 있다. 반도체 시장은 크게 기억 및 정보저장 장치를 담당하는 '메모리반도체'와 연산처리장치인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로 양분하며, 메모리반도체는 한국, 비메모리반도체는 미국과 대만이 반도체산업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2022년 반도체산업 보고서(대만디지타임즈)
주요 국가들의 반도체산업 경쟁력을 살펴보면 대한민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 세계 메모리반도체시장에서 독보적 1위를 차지하며 반도체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다만, 최근에는 SK하이닉스가 메모리분야 신기술인 HBM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추월하였으며, SK하이닉스는 대만의 파운드리 업체 TSMC와 미국 AI반도체 제조업체 엔비디와와 기술적으로 동맹하며 메모리반도체시장의 신흥강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반면 수십 년간 메모리반도체시장 절대강자인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1위와 파운드리야 2위라는 명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SK하이닉스가 HBM시장을 석권하며 삼성이 확보한 메모리시장을 바짝 추월하고 있고, 반도체 제조 시설인 파운드리는 대만의 TSMC와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상황이다. '삼성의 위기'라는 말이 뼈아프게 들리는 이유이다
반도체산업 세계 최강자 미국은 반도체법(ChipsAct)을 제정하며 설계분야인 팹리스는 인텔, AMD, 퀄컴 등의 기업이, 메모리반도체는 마이크론에 엄청난 보조금을 지원하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맹추격하고 있다. 또한 반도체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세계 유수의 반도체 기업을 미국으로 유치하여 현지 생산시설을 건립하고 있다 삼성반도체공장을 텍사스에, SK하이닉스 공장을 애리조나에 건립하는 것은 이 같은 맥락이다. 또한 미국정부는 반도체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중앙정부가 주요 반도체기업에 막대한 재정을 투자하고 있다.
또한, 반도체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국가는 대만이다. 대만은 한국, 싱가포르, 홍콩 등과 더불아 아시아의 4마리 용(NICS)으로서 불리는 잠재성장력이 높은 나라이다. 특히 반도체 산업 분야에서는 설계(팹리스), 제조(파운드리), 패키징 등 반도체산업 공정에서 강력한 반도체생태계를 보유한 국가이다. 특히 대만의 반도체기업 TSMC는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60% 이상의 점유율로 타의 추종을 불하하는 절대고수의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파운드리 시장은 퀄컴, 인텔, 엔비디아 등 반도체설계회사가 위탁한 대로 반도체를 위탁제조하는 공정으로 반도체 공정의 핵심공정이리 할 수 있다.
시스템반도체라 불리는 이 공정이 반도체산업에서 부가가치가 높은데 세계 1위인 TSMC가 점유율이 60%인데 비해 2위인 삼성이 20%이므로 파운드리 시장의 개척이 대한민국 반도체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블루오션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한국은 경쟁력 있는 DRAM 등메모리반도체 분야에 집중투자함으로 초기술격차를 벌리고 있지만 TSMC의 시스템반도체 시장을 추월하지 않고서는 치열한 반도체산업 시장에서 생존을 확신하기에는 어려우며 메모리반도체 시장 역시 미국의 마이크론이 맹추격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3. 반도체 패권경쟁 최후승자는? 반도체 패권을 갖는 자가 모든 것을 얻는다
미국, 대만, 한국, 일본 등 반도체 선진국들은 반도체산업 육성정책에 국가적 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유치, 보조금 지원, 규제철폐 등 가용한 모든 정책수단들을 동원하고 있다. 미국은 ChipAct, 삼성반도체 텍사스 공장, SK하이닉스 애리조나 공장, 마이크론, 인텔 등 반도체 기업에 대한 대규모 보조금 지원, 중국과 수출거래 통제 등 강력한 반도체산업 육성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대만은 파운드리 절대강자 TSMC를 중심으로 설계와 페키징 등 반도체생태계를 더욱 강화하고 있으며 일본은 중앙정부가 구마모토현에 TSMC 현지공장 설립을 직접 지원하고 공장설립 절차를 간소화하여 단시간 내 공장설립을 완료하고 소부장 기업들과 협력하여 반도체 강국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현실은 어떠한가? 용인 원삼, 기흥에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삼성)와 용인반도체 클러스터(SK), 평택 고덕국제화계획지구 일반산업단지 등 '세계 최대규모의 반도체 메가클러스터'를 구축할 계획으로 사업을 추진 중이나 사업기간이 2047년까지이다. 대만의 TSMC 일본 구마모토현 현지 파운드리 공장에서 애플이 주문한 반도체칩이 신속하게 생산되는 동안 대한민국은 공장설립부지 조성을 위한 기반공사에 열중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정부의 반도체산업 정책방향도 아리송하다. 대한민국 정부의 반도체 산업 지원정책은 용수, 전기공급 등 기업인프라 구축 등 간접적 지원이 핵심방향인 반면 미국과 대만, 일본은 기업과 연구소의 R&D 기술개발에 직접적인 보조금 지원, 대규모 투자유치 각종 규제철폐에 따른 신속한 공장설립 등 작접적이고 공격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음이 비교된다.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2024년 대한민국 과학기술부문 R&D예산이 전년도에 비해 대폭 감액되었다는 사실이다. 다행히 2025년 본예산은 대폭 증액한다고 하니 만시지탄이 아닐 수 없다
4. k-반도체의 생존전략
미래의 사회는 과학기술과 첨단미래산업이 국가와 사회의 존립을 결정할 것이 분명하다. 현재 AI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로봇기술의 발전은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변화시킬 것이다. 그 기술의 중심에 반도체가 자리 잡고 있다. 대한민국이 반도체 강국이고 삼성이 반도체 절대강자라는 공식은 2024년 현실에서 적용되지 않고 있음을 두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대한민국 메모리반도체 절대강자 삼성이 계속 대한민국의 국가경제를 든든히 받쳐줄 수 있을지? 솔직히 의문이다. 과학기술에 문외한인 내가 이 정도 위기감을 갖고 있는데 전문가들 눈에는 대한민국 반도체 시장 및 미래성장산업을 어떤 눈으로 보고 있을까? 위정자들은 격려하고 단합한다는 명분으로 편하게 모여서 만찬장에서 웃고 떠들고 담소할 상황이 아니다. 현재 k-반도체 위기와 삼성의 위기상황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효율적이고 신속한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공존이 아니라 공멸의 길이 존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