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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욱 Nov 30. 2024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아들

My Son, You Raise me up

세상에는 많은 인연이 존재한다. 천륜으로 맺어진 인연, 사랑의 결실로 맺어진 인연, 사회적 관계로 맺어진 인연. 인생사 참으로 다양한 인연이 존재한다. 돌이켜보니 어떤 인연은 감사하고 어떤 인연은 차라리 없었으면 하는 후회막심한 인연도 있다. 56년 인생 후회막급한 인연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손에 꼽을 정도이니 주변에 좋은 사람들 많아 만나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요즘 많은 인연 중 아들과의 관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다. 아들은 2002 한일-월드컵 광풍이 한반도를 휩쓸 즈음 부부의 간절한 기다림 끝에 하나님이 축복 속에 선물로 주신 소중한 기업이다. 아들 이름 '주성'은 아빠인 내가 직접 작명했다. 주님(예수님)의 성품을 닮으라는 의미이다. 첫째 딸 "서윤"이는 인터넷작명소에서 10만 원 주고 작명했지만 아들 이름은 즉흥적으로 작명한 것에 아들의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름에 새겨진 거룩한 의미를 설득하고서야 아들은 더 이상 작명과 관련한 불만을 제기하지 않는다.


어려서부터 책 읽기를 좋아하고 아빠에게는 전혀 없는 수학적 사고능력이 뛰어나 수학경시대회에 참가하기도 하였다. 아빠를 닮아 승부욕도 제법 있다. 탁구장에서 탁구시합을 할 때 아들이 1세트라도 지면 이길 때까지 계속 도전하는 고집스러움이 있다. 자연스레 아들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복싱, 유도, 태권도.. 아들이 원하는 분야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반면 딸은 특정분야에 대한 관심이 없어 아들에 비해 상대적 지원이 부족했다. 아빠와 딸은 자주 충돌했고 사춘기 시절 아빠와 딸 사이는 한-일 관계보다 멀어지는 앙숙이 되었다. 딸이 성인이 된 이후 지금은 관계가 많이 개선되었지만 딸에게는 지금도 씻을 수 없는 미안함이 남아 있다.


그렇게 아들은 아빠의 기대와 지원 속에 인생에서 탄탄대로를 걸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고등학교 2학년 시절부터 아들의 진로와 관련해 사사건건 충돌하였다. 아들은 수원시 소재 자율형 공립고등학교를 다녔다. 고등학교 2학년부터 정치, 경제 관련 학교 동아리에 가입하고 리더로서 활동도 열심히 하는 듯 보였다. 입시에 차질이 생길까 봐 말리고 싶었지만 혹시나 수시전형에 도움이 될까 말리지 않았다. 그 결과 고1까지 상위권을 유지하던 성적이 중위권으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제법 잘하던 수학과목도 고전을 면치 못하였다.


대학 학과도 아빠처럼 공무원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행정학, 법학, 경제학과 등을 추천하였지만 아들은 '사회학'에 꽂혀있었다. "사회학과 나와서 뭐 해 먹냐?"라는 아빠의 현실적이고 직설적인 조언을 아들은 곧이들으려 하지 않았다. 총체적 난국이었다. 아들에게 소리 지르고 완력을 행사해 보았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그 결과 아들은 재수생이라는 타이틀을 짊어지게 되었다.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1,000만 원이 넘는 아들 재수비용을 지원했다. 방법이 없었다. 1년 재수 끝에 아들은 수도권 4년제 대학 사회학과에 입학하였다.


이제는 대학문제는 해결하였으니 병역문제와 진로문제가 걱정이었다. 병무청 신체검사를 재수생 시절 마음고생 심할 때 받은 탓인지 저체중, 시력저하로 보충역(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신체검사를 받은 지 3년이 다 되어 가는데 사회복무요원 소집 통지 소식이 없다. 병무청에 문의해 보니 TO(정원)가 부족하고 대기자가 많아 순서대로 소집통지하니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유명무실한 답변이다. 병역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니 아들도 답답한 속내를 감추지 못하는 듯하다. 휴학을 하고 알바를 할지, 4학년까지 학업을 마치고 입영을 할지? 아들의 머리 속도 들어가 보지는 않았지만 복잡해 보인다. 그러나 아들은 현재 자신이 당면한 자신의 진로와 관련한 문제를 가족 누구에게도 이야기하거나 상담하려 하지 않는다. 답답하기 이를 데가 없다.


아침 일찍 출근하고 밤 11시쯤 일찍 잠자리에 드는 아빠와 대학교 학보사 업무로 자정이 다 되어 귀가하며, 아침 늦게 등교하는 아들이 마주할 시간은 주말밖에 없다. 모처럼 거실에서 아들과 눈을 맞추었다. 이산가족 만난 기분이 이런 느낌일까? 오랜만에 보아서인지 덩치는 더 좋아져 보이는데 왠지 근심걱정 가득한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아빠가 용기 내여 먼저 말을 건넨다. "내년 4월 제주도 가족여행 갈 수 있어?" 아들이 퉁명스럽게 답한다. "학기 중인데 어떻게 여행을 가?" 아빠가 다시 묻는다. "내년에 휴학할 거라며?" 아들이 답한다. "고민 중이지 확정은 아니야" 순간 해머로 머리를 얻어맞은 기분이다. 아들과의 원활한 의사소통 부재에 따른 정보전달 오류. 누구를 탓하리오? 아들에게 최대한 젠틀한 목소리로 "스타벅스 가서 커피 한잔 할래?" "싫어!" "집에 있을래"


이대로 포기할 내가 아니다. "위기는 기회이다"라는 명언을 새기며 아들과 식탁에 마주 앉았다. 아들의 얼굴을 정면에서 바라보는 것이 얼마만인지.. 그동안 근심걱정이 많은지 얼굴이 창백해 보이는 것이 안쓰러워 보였다. 최대한 진중하게 다시 물어보았다. 내년(2025년) 휴학을 고민하는 이유가 뭐야? 아들이 답한다. "당초에는 학업과 학보사 일을 병행하여 번아웃이 와서 3학년 마치고 휴학하면서 아르바이트하며 입영대기하고 싶었는데, 4학년 1학기 6개월만 더 일하면 학보사 편집국장 제안과 상응하는 경제적 보상이 있다"하길래 양자 사이에서 택일의 문제로 고민 중이라는 것이다. 아! 그렇구나 아들의 간단명료한 설명에 그동안 아들이 고민하는 내용을 단숨에 이해할 있었다. 아빠가 말을 묻기가 아들이 대답하기가 그리 어렵고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지? 헛웃음이 나올 뿐이다.


아빠가 인생경험과 원칙에 기반하여 솔루션을 제공하니 굳었던 아들의 얼굴에서 미소가 번진다. 젊은이라면 누구가 겪게 되는 고민주제인 학업, 병역, 취업, 연애, 결혼... 아들은 그 인생의 일부를 경험하고 있을 뿐이다.

아빠가 조금 더 가까이 다 다가가서 아들의 무거움 짐을 덜어줄 수 있으련만 채권자가 채무자 대하듯이 채근하고, 독촉하고.. 지나 온 나의 자화상을 돌이켜보니 부끄러움이 온몸을 엄습해 온다. 그래도 아들의 가슴속 돌 한 덩이를 덜어낼 수 있음에 안도의 한숨을 나온다. 나도 현역에서 일할 시간이 3년 남짓뿐이다. 아들이 그 안에 자립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지만 이 또한 아들에게는 무거운 돌덩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아들. 김주성. 이제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자. 사랑한다. You Raise me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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