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는 이제 더 이상 기능이 아니다.>
그 문장은 너무 많이 들려서, 이제는 진부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말이 정말 ‘실감’되는 순간은, 아무리 완벽한 제품을 써도 ‘느낌이 없다’고 생각될 때다.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하루 종일 터치하지만, 정작 그 화면은 아무런 온기를 남기지 않는다.
서비스는 더 빨라졌고, 인터페이스는 더 매끄러워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감정은 매끄럽지 않다.
기술이 편리함을 완성했을 때, 감각은 사라졌다.
UX가 처음 세상에 주목받던 시절엔, 문제는 ‘작동’이었다.
로딩 속도, 버튼 위치, 전환 애니메이션, 무엇이든 효율과 속도의 언어로 평가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제 거의 모든 앱이 ‘잘 작동한다.’
버튼은 눌리고,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동기화되고, 디자인은 어느 앱이나 비슷한 미니멀리즘으로 정돈되어 있다.
그런데, 정돈된 화면에는 감정이 없다.
어느 순간부터 UX는 ‘잘 작동하지만, 아무 느낌이 없는 세계’가 되었다.
사람은 여전히, 느끼는 존재다.
기술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인간의 기억은 언제나 감정에 의존한다.
우리는 무언가를 ‘좋았다’고 기억할 때, 사실 기능이 아니라 감정의 흔적을 떠올린다.
첫 스마트폰을 처음 켰을 때의 설렘, 노션에서 마우스를 옮길 때 느껴지는 부드러운 저항감,
애플워치가 손목을 톡 하고 두드리는 미세한 진동, 그건 편리함이 아니라 감각의 경험이다.
UX, 이제는 온도를 설계해야 한다.
‘느낌 좋은 앱’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건 UI의 완성도가 아니라, 경험의 온도차다.
피드백의 타이밍, 애니메이션의 완급, 손끝의 진동, 시선의 흐름, 리듬의 여백... 그 모든 것이 합쳐져 사용자의 감정을 만든다.
한 번의 터치가 ‘딱 맞다’고 느껴지는 순간, 그건 단순한 피드백이 아니라 심리적 공명이다.
그 공명을 설계하는 것이 바로 감각적 UX다.
감각의 UX는 기술과 감정의 경계에서 만들어진다.
AI가 코드를 쓰고, 자동화가 디자인을 배치하는 시대에, 사람이 하는 UX의 일은 점점 줄어든다.
하지만 딱 하나, 기계가 절대 만들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감정의 리듬이다.
기계는 예측할 수 있지만, 느낄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UX의 경쟁력은 기능이 아닌 감각의 조율에 달려 있다. 한 번의 진동, 한 줄의 대화, 한 장의 전환 애니메이션 속에서 우리는 ‘기술’을 넘어 ‘감정’을 경험한다.
<이 책은 감각의 해부학이다.>
《감각의 지도, UX를 걷다》는 20개의 감각적 카테고리를 따라 UX를 탐험합니다.
대화의 리듬을 디자인하는 대화형 AI UX,
손끝의 저항감으로 몰입을 만드는 햅틱·모션 UX,
시선이 머무는 방식으로 감정을 조율하는 카메라·AR UX,
기다림의 순간까지 설계하는 로딩·피드백 UX,
관계의 피로를 줄이는 알림 UX,
그리고 데이터조차 감정으로 보여주는 시각화 UX까지.
UX의 다음 질문은
"당신의 제품은, 얼마나 따뜻한가요?"
그 기억은 기능이 아니라 감각으로 남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