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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재원 May 03. 2023

천천히

어느 정도의 속도감은 중심을 잡는 관성을 만들어 낸다

둘리 자전거

아직도 내가 6살 무렵의 기억 중 선명하게 기억나는 것은 클레이바닥의 테니스장에서 처음 탔던 두 발 자전거에 대한 기억이다. 

큰누나가 타던 것이었는지 작은누나가 타던 것이었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나한테는 조금 컸다. 파란색 자전거에 둘리와 친구들이 그려진 자전거였다. 

노을 진 무렵이었는데 아버지가 잡아주셨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처음 두 바퀴로 아슬아슬 바퀴를 굴렸던 그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엄마가 잡아 줬으려나?



속도를 무서워하지 않는 법을 배우다

안타깝게도. 아니 딱히 또 안타깝지 않기도 하지만. 우리 애들은 아직 두 발 자전거를 타지 못한다. 

자상한 아빠라고 자부하지만 아이들한테 무엇인가를 가르치는 데는 엄청난 인내가 필요하다는 것을 항상 느낀다. 

우리도 자랄 때 한 번씩 겪었겠지만. 처음 탈것은 자신의 발로 밀 수 있는 것으로 시작된다. 내가 밀지 않으면 가지 않고 밀면 가는 나의 절대적인 통제 안에 있는 탈 것으로 시작하는 것이다. 안정감. 그렇다 그 시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감이다. 아직은 땅에서 발을 떼기 어려운 시기다.

조금 자라면 땅에서 발이 떼고 페달에 올리기 시작한다. 세발자전거는 속력은 나지 않고 방향성조차 컨트롤하기 힘든 자전거다. 너무 빨리 핸들을 꺾으면 자전거가 뒤집어지기 일쑤다. 그렇게 방향성을 배운다.

다리가 더 길어지면 네발자전거로 넘어간다. 내 발을 대신해서 지탱해 줄 보조바퀴가 두 개 달려있는 네발자전거 드디어 속력이 좀 나기 시작한다. 아 내가 자전거를 타는구나 하는 시기. 자전거를 처음으로 일어서서 타보기 시작하는 때이다. 속력과 속도를 배운다. 


날이 너무 좋아 자전거를 탔더랬다 '논 물에 비친 도시'



관성을 배우다. 

무릎에 베이컨이 두어 번은 붙어야 두 발자전거를 탈 수 있다. 그래도 두려움을 이기고 아슬아슬 균형을 잡을 수 있을 때의 쾌감이란. 

처음 두 발 자전거를 타보면 속도가 상당히 중요한데 무섭다고 속도를 낮추면 넘어지게 된다. 실제로 어느 정도 가속도를 붙여서 자전거가 나갈 수 있는 추진력을 만들어야 관성이 생겨 내가 페달을 밟지 않더라도 중심을 잡으며 나아간다. 

키가 작고 체구가 작았던 나는 그 속도를 내기 위해 자전거를 주로 서서 탔던 기억이 난다. 

생각해 보면 아직도 자전거를 서서 타는 경향이 있다. 그래도 키는 조금 자랐다.



'천천히' 인사이트


안 천천히

우리는 빠른 것은 무조건 나쁘고 느긋한 것이 좋다고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국민학교 시절 '대한민국은 급한 성미가 문제'라는 식의 주입식 교육 때문인가.

생각해 보면 두 발 자전거를 타는 것처럼 어떤 일에는 적당한 속도가 필요하다. 일을 처음 시작할 때 가속을 붙이고 속도를 만들어 관성을 이룬다. 그러면 습관처럼 페달을 굴리지 않아도 일이 돌아가는 경지에 이르는 경우가 있다. 

우리 너무 틀에 박혀버린 '천천히'의 굴레에서 벗어나자. 자신만의 속도로 중심을 잡을 수 있는 관성을 만들어 내었으면 한다. 비틀대지 않도록.

아 이 브런치는 가속이 어렵다. 일어서서 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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