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 토카르추크 (글) 요안나 콘세이요 (그림)
그림책을 좋아하는데, 한동안 찾아 읽지 못했다.
오랜만이라 그런지 더 반갑게 느껴진 그림책이었다.
연필 드로잉 위주의 색을 많이 절제한 그림 덕분인지 그림이 마치 꿈속 같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여백이 많아 글의 주요 주제인 ‘기다림’, ‘고독’과도 잘 어울렸다.
바쁘게 살던 얀은 번아웃을 경험한다. 나이 든 현명한 여자 의사를 찾아가자, 그녀는 얀에게 아주 특별한 처방을 내린다. 자기만의 장소를 찾아 몸을 따라오지 못해 쳐진 영혼을 기다리라고. 의사의 처방대로 조용한 곳에서 영혼을 기다리는 얀의 집에선 식물이 자라고 사슴이 찾아온다. 결국 그를 찾아온 영혼. 아저씨인 얀의 앞에 나타난 영혼은 아이의 모습이다. 이후 얀과 영혼은 행복하게, 천천히 살아간다.
책에서 얀은 갑자기 숨이 쉬어지지 않고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상태를 경험하면서 영혼이 떠나버렸다는 걸 인지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영혼이 들락날락한다는 것조차 깨닫지 못한 채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작가는 여기에 좋은 해결 방법을 제시한다.
고독,
기다림,
자연과의 조화.
영혼이 탈출했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현대인들에게 참 어려운 일이겠지만,
자연 속에서 천천히 기다리며 산다는 거,
날 살리는 가치 있는 일인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한번 내게 물어 봄 직하다.
“내 영혼은 나와 함께 머물고 있는가?”
혼자,
천천히 가도 괜찮다.
그래도 꽃이 피고 호박이 열린다.
“누군가 위에서 우리를 내려다본다면, 세상은 땀 흘리고 지치고 바쁘게 뛰어다니는 사람들로, 그리고 그들을 놓친 영혼들로 가득 차 보일 거예요. 영혼은 주인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혼란이 벌어져요.”
“어느 오후,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고, 그의 앞에 그가 잃어버린 영혼이 서 있었습니다. 영혼은 지치고, 더럽고, 할퀴어져 있었습니다.”
“그들은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이제 얀은 그의 영혼이 따라올 수 없는 속도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조심했어요. 또 다른 일도 했습니다. 정원에 구덩이를 파고 시계와 트렁 크 따위를 전부 파묻어 버린 거예요. 시계에서는 종 모양의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식물이 자라났습니다. 꽃은 모두 다른 색깔이었지요. 트렁크에서는 커다란 호박들이 열려, 몇 해 겨울을 조용히 지내기에 충분한 식량이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