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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만앨리스 Dec 13. 2024

마음수필

할머니의 뒷모습

전문학교에 다니던 시절, 나는 집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멀리 떨어진 학교를 선택했다.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바로 전문학교 기숙사에 들어갔고, 그때 나는 겨우 16세였으며, 은행 카드나 신분증도 없는 상태였다.

매주 주말마다 집에 가서 한 주 동안 사용할 용돈을 받아와야 했다.

어느 날, 갑작스럽게 교재비를 내야 한다는 공지를 받았다. 그 금액은 내가 한 주 동안 사용할 생활비와 맞먹는 큰돈이었다.

교재비를 내야 하는 마지막 날, 나는 할머니께 전화를 걸었다.

할머니께서는 3시간 후에 학교 정문 앞에서 만나자고 하셨다.

노을이 짙게 물든 저녁, 나는 급히 교문으로 달려 나갔다.

주황빛 노을 아래, 흰머리가 가득한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뒷모습이 보였다.

"할머니, 할아버지!" 나는 큰 소리로 외쳤다.

"필요한 교재비다, " 할머니는 주름진 손으로 돈을 건네주셨다.

"할머니, 정말 고마워요. 바로 교실에 돌아가야 해서요."

"괜찮다. 가라, " 할머니는 아쉬운 눈빛으로 말씀하셨다.

할머니는 미소를 지으며 몸을 돌리셨고, 남아 있는 흰머리카락이 저무는 태양과 함께 내 기억 속으로 사라졌다. 할머니가 더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그날의 할머니 뒷모습은 내 마음속에 영원히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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