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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엔 샴페인 Oct 20. 2023

이별의 후유증에 관한 다소 얄팍한 조언

 사랑이 밥 먹여 주는 것도 아니지만, 사랑이 없으면 밥도 맛이 없다. 사랑 안에서 웃고 울고 숨 쉬며 살고 있는가. 구름 위를 걷는 약빤 기분으로 사랑에 취한 매일매일 인가. 아니면 이미 볼장 다 본 인연을 놓지 못해 울고 있는 하루가 매일매일 인가. 그래서 식어가는 사랑의 끝에 그렇게 혼자 서있는 것인가. 사랑은 참 이중적이다. 그 야누스 같은 사랑은 우리를 살게하는 힘이기도 죽일수 있는 힘이기도 하다. 가슴을 여기에서 여기까지 쭈욱 갈라서 한 사람을 담아 보았는가.  그 사람이 통째로 빠져나가고 있다. 함께했던 시간들, 행복했던 순간들 모조리 빠져나가면 좋은데 그건 그대루 있다. 아니 오히려 더 선명해 지고 있어다. 지금 안녕 못하다 진심. 당신은 괜찮지 않다. 어떻해야 좋을까, 이제부터 시작인데. 

 세상엔 세가지 싸움이 있다고 한다.

자연과 인간과의 싸움, 인간과 인간과의 싸움, 나 자신과의 싸움. 아 셋 중에 가장 어려운건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는데, 공감한다. 매일 매 순간 하루에도 몇번 씩 수십 번, 수백 번 그 사람이 불쑥불쑥 머릿속을 가슴속을 헤집어 놓고 갈것이다. 슬프고 화나고 우울하고 울고 또 울고 보고싶고 밉고 또 후회되고 보고 싶어 미치겠다 가도 또 화나고 하루종일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그 사람의 흔적들 나없 는 이후의 시간들 까지 집착하며 SNS를 방황하는 내가 바보 같고, 멍청한 짓 그만 하자 이 악물어 보지만 여전히 보고 싶은 게 이해되지 않고, 했던 말 이해되지 않지만 또 다시 보고싶어 다시 슬퍼지고. 어느 날 꿈 속에서 그 사람을 만났다 치면 꿈에서 깬 그 하루는 정말 철저히 자신을 망가뜨리고야 만다. 잠이라도 잘 수 있으면 다행일까요 술없이 수면제 없이 억지로 한 격한 운동, 날 곯아떨어지게 하는 그 무엇도 없이 그날 하루 온전히 배게에 머리묻고 잔게 언제일까. 무력감에 우울함에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고 일도 못 하고 공부도 못 하고 책도 못 읽고 숨을 제대로 쉬어본 게 언제일까.

 초조하고 불안하고 정말 미쳐버릴 거 같은 숨막히는 순간들, 얼굴엔 다크서클이 복숭아뼈까지 내려오고 얼마나 울었는지 눈가엔 없던 주름이 잡힌다. 주인 잘못 만난 위와 장은 무슨 죄며, 내 몸이 내 정신이 내 영혼이 모조리 썪어가고 있는 이 시간이 이 지옥이 계속 될까. 지옥보다 더한 공간에 나 혼자 갇혀있는 것이다. 이 고통은 오로지 나 혼자만 느 낄수 있으니까. 차라리 팔다리가 부러졌거나 어디가 찢어졌으면 ‘아, 어떻게 치료하면 되겠구나 얼마나 걸리면 나을 수 있겠구나’ 알겠는데 이건 도무지 답도 없고 예측할 수도 없으니 그래서 더 철저히 혼자인거 같고, 무서운거고. 

 멘탈에 티타늄을 두른 사람도 이별 후엔 다 똑같다. 예외는 없다. 자존감이 우주를 뚫는 사람도, 돈이 넘쳐나서 지구 절반을 살수 있는 사람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천상계에 살고있는 사람도, 아이큐가 몇 백 단위인 사람도 다 똑같다. 당신 지금 괜찮지 않다. 안다. 나도 그 예외없는 룰에 해당된 사람이었으니까. 이별의 아픔과 사랑의 깊이는 같다. 맞는 말이다. 

 지금 아파하고 있는 당신, 힘들어하고 있는 당신 어떻해든 이겨내려고 이 시간의 무게를 견디고 있는 당신, 남들에겐 뻘짓이고 삽질이라고 보여지는 이 시간, 필요하다. 상처도 아무는 시간이 필요하다. 또 그만큼 사랑했으니까. 당신이 뭘 잘못해서 벌을 받는 게 아니니까. 지금 그 사람이 당신 옆에 없어도 혼자 괜찮다고, 괜찮아 질 거라고 다독여주세요. 영혼까지 탈탈 털린 몸과 맘도 위로가 필요하다. 이 시간의 끝이 어딜지는 어느 누구도 모른다. 아마 당신도 모를거다.그래서 더 무섭지만, 인간의 힘으로 시간의 힘을 막을 방도가 달리 있을까. 

 신은 사랑에 빠지기 전에 두 가지 선물을 같이 주었다. 하나는 그 사람을 향한 콩깍지, 그리고 그 사람을 잊을 망각의 권리. ‘그 사람만 다시 돌아오면 뭐든 다 할 수 있을거 같아요. 그 사람이 없는 이세상은 나에게 끝이에요.’ 맞다. 당신과 그 사람, 둘만의 세상은 이제 끝이다. 그 둘만의 세상은 끝. 당신의 세상은 아직 남아있다. ‘그 사람이 나의 세상이고, 종교이고, 이데올로기 이고 나의 전부라구요.’ 당신이 있음으로 해서 그 사람이 존재하는 거다. 태어났으니까 살아있는 거고 살아있으니까 사랑하는 거다. 

 그러니까 살아내라. 살아내라구. 바람이 불어도 살아야 하고, 바람이 불지 않아도 살아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가. 사랑 때문에 삶의 균형을 잃는 것도 균형 있는 삶을 위해 필요하다. 난 당신이 누군지 모른다. 동생일까 또래일까 오빠일까 언니일까 어디사는지 뭐하는지 아무것도 모른다. 하지만 당신이 살아야 할 이유 난 수십가지 아니 수백가지라도 댈 수 있다. 당신이 앞으로 살면서 할 수많은 일들, 그 모든 가능성 만큼  그게 당신이 살아야 할 이유다. ‘난 참 별루인 인생을 사는거 같아요. 그니까 연애도 사랑도 다 망치고 날 위로할 사람도 하나 없고...’ 

 특별한 인생은 어떤 인생인가. 그런 인생 있다 치자. 그 사람들도 똑같이 먹고 자고 싸고 사랑하고 싸우고 헤어지고 슬펴하고 후회하고 그러고 살아간다. 결국 사람 사는 거? 다 똑같아요. 절대 변하지 않는 진리, 사람은 태어나서 죽는다. 그 어떤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왜 별루인 인생이라고 생각하는가. 내일, 일주일 후, 한달 후, 일년 후, 십년 후,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날 줄 아느냐 세상에 필요 없는 사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 숨 쉬고 살고 있지 않은가. 

 어떤 누구에게는 숨 쉬고 살아있는 것만 해도 사랑을 지키는 그 삶을 지켜내는 최선의 노력인 거다. 절박한 순간에 우린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이렇게 기도한다. 그냥 숨만 쉬고 있어도 되,제발 살아만 있어달라고. 신을 믿던 믿지 않던 말이다. 지금 당신은 나를 보고 있다. 내 눈을 보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런 당신 내가 보고 있다. 왜 혼자라고 생각하고 왜 그 슬픔을 아무도 몰라줄 거 라고 생각하는가. 느껴진다.

 그리고 언제는 삶이 내 편 이었던 적이 몇 번이나 있었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하지 말라는 푸시킨하고 맞짱이라도 뜨고싶은 심정이지만 뒤통수에 메가톤급 핵폭탄을 맞아도 살아야 한다. 슬퍼하면서 노여워 하면서 아파하면서도 살아야 한다. 살아있기 떄문에 사랑할 수 있고, 사랑하기 위해서도 살아야 한다. 사랑이 당신을 찾을 수 있게 살아야 한다.

 아무것도 안해도 된다. 지금 잘하고 있는 거다. 살기 위해 당신의 본능이 미친 듯이 발버둥치고 있는 거다. 자아비판을 하든 자기부정을 하든 자기혐오를 하든 자기연민에 빠져있든 당신은 지금 애쓰고 있는 중이지 않은가. 바램을 가져 본다면 너무 오랫동안 슬픔속에 당신을 깊이 놓아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제 더 이상 나를 사랑해주지 않을 이렇게 힘든 내옆에 있어주지 않을 사람을 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 우울해서 미칠 거 같아 아무것도 하고 싶지도 할수도 없다면 하지 않아도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걸 선택했으니까.

 우리는 결국 시간에게 지게 되 있다. 망각의 권리를 행사할 그 시점을 알게 되는 거다. 인간의 방어기제가 얼마나 대단한가. 실로 대단하다. 당신의 자생력을 한번 믿어보자. 기억이라는 게 참 간사해서 알아서 포토샵 기능까지 발휘해서 좋은 기억은 이쁘게 남고 나쁜기억은 점점 희미해질 거다. 감각도 따라서 무뎌질거고. 그리고 또 다시 사랑을 할수있게 콩깍지도 생겨날거고.

 지금 나를 보고 있는 당신 당신이 무얼 하던 어떤 사람이건 당신은 특별하다. 당신은 한 사람을 뜨겁게 사랑할줄 아는 심장을 가졌고, 사랑에 온전히 당신을 던질 수 있는 용기가 있었고, 그래서 아파할 자격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 잊지 말아라. 당신은 특별하다. 한사람에게 나의 전부를 맡길 수 있는 믿음이 있고, 머리론 도저히 납득 안되는 부분도 감싸 안으려는 이해력을 지녔다. 나와 다른 한 인격체를 그 사람 인생을 통째로 받아드리고 가슴에 품는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그 일을 해낸 당신이 어떻게 특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또 다시 사랑이 당신을 찾을 수 있게 살아있어라. 꼭 좋은 모습 아니에요 된다. 괜찮다. 단지 당신 스스로를 조금 토닥토닥 해줘자. 아껴주자. 꼭 좋은 모습 아니여도 그저 당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면 좋겠다. 한없이 그리워할 줄도 알고, 보고 싶어할 줄 알고, 아프면 눈물 흘릴 줄 알고, 내려놓지 못하는 마음 매달릴 줄도 알고, 결국 놓을 줄도 아는 당신일 테니까.

 사람 마음이라는 게, 세상에서 가장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게 사람 맘이다. 다 내 맘 같지 않고. 인연은 노력해서 만들어나가는 거라고? 노력해서 될 꺼라면 해볼 수 있는 모든 걸 다 동원해서라도 해 보겠지만, 노력 만으로도 안되는게 사람 인연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내 곁에 남아있을 사람, 나를 일으켜 세워줄 사람, 나를 버리는 사람이 자연히 걸러지니까. 진짜 좋은 인연은 시작이 좋은 인연이 아니라 끝이 좋은 인연이니까. 

 자,이제 사람의 인생에서 당신이 까이는게 아니라 당신의 인생에서 그 사람이 빠질 타이밍 인거다. 더이상 당신의 인생에서 그 사람은 중요하지 않을거고, 상처를 멈춰야 할 타이밍이다. 중요하지 않을 사람에게서 상처받는 건 그만해야 한다. 그 사람이 당신을 잃어버린 거다. 자기를 온 맘을 다해 사랑해 줄 수 있는 평생 자기 편일 수 밖에 없는 한 사람을 잃어버린 거다. 

 스쳐가는 인연이면 그렇게 스쳐가게 두자. 나를 버려가면서 까지 얻어야할 사람이면 그냥 얻지않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혼자 목매서 할 사람이면 차라리 그냥 혼자가 나을지도 모른다. 사랑이라고 착각하는 그 거짓연애에 둘다 괴로운거 보다 혼자 외로운 게 나을테니까.  ‘밥 먹었어? 뭐 먹었어? 누구랑 먹었어?’ 이제 살갑게 물어봐줄 누군가가 옆에 없어도 밥 먹어라. 누구나 하는 말이라면 들어볼 필요는 있다. 입맛 없으면 밥맛으로, 밥맛 없으면 죽을 맛으로라도 먹어라. 대충 울지 말고, 울 수 있는 만큼 실컷 울어라. 침착하게 내 할 일 하면서!   꼭 누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그렇게 지내다 보면 진심 안 갈 거 같던 시간도 어느새 가고 절대 안 올 거 같던 시간도 결국엔 온다. 우린 늘 시간에게 속고 시간에게 기권패를 한다. 그래서 영원한 사랑도 영원한 이별도 없는 거다. 같은 사람을 만나 같은 사랑을 해도 다른 사람을 만나 사랑을 해도 그 두가지 모두 결국 새로운 사랑 , 새로운 사람이 될거다. 다시 그 사람을 만난다 해도 당신도 그 사람도 예전의 그 사람이 돼진 않을 테니까. 둘 중 하나겠다. 더욱더 사랑하거나 아니거나. 

 분명한 건 그 모든 선택의 중심이 당신이어야 한다. 당신은 당신 자신이 선택한 결과들이다. 그러니까 밥먹어라, 응? 술 말고 라면 먹고 밥 먹으라고. 새로운 사랑이 당신을 찾을 수있게 버텨줘라 그대로 있어줘라. 그 뜨거웠던 심장 식지않게 몸 따뜻하게 잘 있어줘라. 지나갈 눈물은 새로운 슬픔을 위해 남겨놔도 충분하다. 잊지 말아라, 당신은 충분히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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