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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엔 샴페인 Oct 20. 2023

요즘 무슨 낙으로 사냐 건, 웃지요

‘요즘 무슨 낙으로 사십니까’ 라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은 과연 낙이 없어서 일까, 아니면 넘쳐서 일까, 그저 가장 만만한 화젯거리라 그런 걸까, 아니 인생 전반에 대해 묻는 것이기에 뻔한 대답으로 일관하기 일쑤다. ‘그냥 사는거죠 모’ 라고.

사는 게 너무 밋밋해서 딱히 할 말이 없다는 게 창피할 일 인가. 오히려 부럽다고 외치고 싶은 사람들이 넘쳐날 텐데. 사연이 없어서 속칭 풀 썰이 없다는 게, 사람들과 어울리기에 무슨 부적절한 조건처럼 여겨진다. 아침 드라마의 막장을 넘어서 서스펜스, 스릴 백 만점의 하루하루의 아슬아슬함 속에 우리 심장이 건실히 뛰고 있는 거 보면 신기하고 신비할 따름이다.

막상 죽을 때 되면 알아서 죽을 것을, 뛰는 가슴팍을 내리치며 ‘죽고 싶다, 죽고 싶다’ 연신 세상을 저주하는 그 심정들은 오죽할까. 어쩔 땐 정말, 꼴까닥 하고 숨이 넘어가 버리고 싶은 순간에도 우렁찬 엔진소리를 내며 달리는 심장이 야속할 때가 있다.

어쩌란 말이냐 어쩌란 말이냐. 죽고 싶다가도 살아야지. 살아야지 하면 또 살아서 뭐하나 싶기도 하고, 사는 게 지겨워서, 지겹도록 죽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마음의 곡소리는 언제나 절절하다. 낙이 있기는 있을 테지만, 주변을 둘러볼 여력이 없다는 건, 지금 행복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다.

잘 살고 싶고,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은 마음은 우리 모두가 다 공평하다. 그 공평함이 우릴 늘 울린다. 그리고 일으킨다. 그렇게 살수 있다고, 살기를 마다하지 말라고 우릴 또 다독인다.

낙이 없으면 또 어떠하냐. 그냥 사는거지. 있어도 없어도 죽을 일 없으니 안심 붙들어 매라고 넌지시 웃음을 건네본다.

그러면서도 몸에 좋은 건 악착같이 찾아먹고 챙겨먹는 우리는 이렇게 얄팍하다. 칼슘과 마그네슘의 비율을 일대 일로 맞춰야 되는지 2대1로 먹어야 하는지, 다른 미네랄 성분, 구리, 아연, 망간, 화학 시간에나 들어 보았던 낯선 원소들의 조합을 들먹이며, 깨알같이 병위에 적혀있는 성분들의 비율을 세세히 분석하고 있는 모습이란, 그래도 오래는 살고 싶나보다.

때되면 백신 꼬박꼬박 맞고, 해롭다는 술담배는 어찌 됐던 둘중 하나라도 다 하면서도 죄책감을 무릅써야하며, 안주로만 한두알 집어먹었던 땅콩, 아몬드, 호두는 한 주먹을 넘지않게 매일 아침 잊지 않아야 하며, 제철에 나는 유기농 야채와 과일하며, 생선과 고기류도 적절히 섭취해가면서 우리는 얼마나 우리몸을 돌보느라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말이다.

정성을 다 하는 건, 절대 비아냥거릴 일이 아니다. 어느 정도의 경제력과 심적인 여유로움이 받쳐주지 않으면 절대 할수 없다. 아프지 않아야 일도 하고, 사랑도 하고, 일상생활 모든게 가능한법이니까. 그래야 정신이 건강하고, 또 세상이 살맛나게 보이니까.

죽기를 겁내하는게 아니라, 살만큼 사는동안 아프지 않기를 누구나 간절히 바란다.

물론 죽는것도 사는것도, 살아있는것도, 이 생명 유지하는것도 나 할탓이겠지만, 생각지도 못한 시간들은 언제나 갑자기 찾아올수도 있다. 유기농만 드셨는데,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분도 뵈었고, 수많은 생명보험을 들어놓고도 치료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시한부가 되신분도, 매일 꾸준히 운동하다 등산가서 낙상사하신 분도 들었다. 출장중에 호텔방에서 혼자 객사하신 분도 들었다.

간혹 몇 년을 연락을 주고받지 않은 사람들의 소식이 어찌어찌 들려올 땐, 가슴이 순간 철렁 할 때가 있다. 그러니 언제라도 우리를 슬프게 목놓아 울게 할 일은 천지에 널려있다. 세상에 낙이 있고 없고, 그저 ‘지금 숨 쉬고 살아있음이 감사합니다.’ 해야 한다는 게 대다수의 의견이거늘, 알면서도 눈떠서 즐거운 하루가 며칠 만인지 손에 꼽을 일이라면, 썩어 문드러질 몸뚱이 챙겨서 무엇하나 싶어서, 자신을 방구석에 내던져버리는 순간, 사랑도 연민도 다 날아가버리고 만다.

안타까운 인생, 무엇이 안타까운가. 조금만 더 가보면 뭐라도 나올테지, 아무것도 없어도 그만이지. 설령 뭐가 안나오면 또 어쩔텐가. 낙은커녕 온통 고통이고, 전부가 슬픔일지라도 그 자체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얼마나 많을텐가. 이정도면 차고 넘치게 충분하다. 암 행복하고 말고, 몸이 아파도 마음이 아파도 그 통증은 나 이외엔 아무도 알수가 없다. 그럴 때 철저히 외로워 지고, 또 혼자 감수해야 하는 영역에선 그게 당연하다.

그러니, 그것이야 말로 가장 안타까운 것이다. 생사를 오고 가는 수많은 순간들을 향해 과감해져야 한다. 진격해야 한다는 정신으로, 억지스럽게라도 기운을 차려야 한다 이말이다. 그간 좋은거 챙겨먹은 값은 하고 가야지. 아니 더 챙기고 더 돌봐야 한다. 정신이 아직 갈 길이 멀다.

특별한 사연이나 사정이 없는 게 오히려 감사할 수도 있는 것이고, 무소식이 언제나 희소식과 한세트로 취급되는 것 역시 불평할 일은 아닐 것이다.

파도가 잠잠한 바다 역시, 파도치고 태풍이 몰아치는 바다만큼 우리에게 역동적이게 매력적일 수 있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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