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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운 Sep 02. 2023

[짧은 생각,시]

펜을 잊은 그대에게

열을 세어 보아 열 하나를 넘지 못했을 때

마음의 크기는 이 정도.

열을 넘지 못한 하나는 나의 자랑으로 남기고

너를 충분히 보내고자 한다


많을 것을 바라지 말라

'네가 그리워서 보고 싶다'이 진부한 문장은

그 첫 단어가 바뀌는 것만으로도

너의 모든 것을 지우고 나의 모든 것으로 채울 수 있고

또 원한다면 당장 그럴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첫 단어는 아무래도 네 것인 것 같아

이게 옳은 것인가 하는 마음으로 여전히 나는 하늘색이 그립다

그립고 그리워 이제는 그립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모든 것이 내 것이 아니더라

깊은 밤 나를 쓰다듬은 마음은

너를 보듬었던 옛적부터 가버린 내 손길이었더라


그러나 나머지 하나가 남는다면 마음의 크기는 이뿐이니

조금의 이기심으로 남은 몫을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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