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창조적소수 Sep 25. 2024

환경그림책 읽어주는 선생님

-우리는 왜 나무를 베는 걸까요?-

며칠 전 근무중 잠시 쉬는 중에 우연히 발견한 그림책 한 권이 있었으니 

바로 미국 농무부 산림청에서 발간한 그림책, '우리는 왜 나무를 베는 걸까요?' 였다.


이 책은 미국 산림청이 숲은 신선한 공기와 맑은 물, 동물들의 서식처 등 다양한 혜택을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아프거나 빽빽한 나무를 베어내 목재로 이용하고 다시 묘목을 심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제작되었다. 

국토녹화 50주년을 맞이한 산림청이 이 책을 번역해서 출판했는데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이 숲이주는 혜택과 나무를 베어 목재로 잘 이용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라고 했다.

정말 그렇다!


놀이터가 되어 준 나무


어렸을 때는 시골에 살았음에도 나무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어디서나 존재하고 공기를 맑게 해주며 다 같은 나무라 여겨져 나에게는 관찰의 대상이 아니었다. 다만, 나무 이름 하나 제대로 알지 못했지만 나무 아래 아지트를 만들겠다며 친구들과 집을 지어본 기억은 생생하다. 우거진 숲을 돌아다니며 나뭇가지들을 주어다가 엉기성기 형태를 만들어놓으면 어쩐지 그럴싸해보였다. 그렇게 여러 날 조금씩 조금씩 나뭇가지와 돌을 구해다가 꾸미자 아늑한 우리만의 공간이 완성되었다. 비록 얼마 안 가 비바람이 심하게 불어 망가지긴 했지만...


어린 시절 나에게 놀이터가 되어 준 나무. 그런 감성이 있어서인지 바다보다는 숲을 선호한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제대로 나무를 알고자하는 노력은 하지 못했다. 불과 몇 년전부터 환경을 공부하면서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러면서 조금씩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알면 사랑한다."


최재천 교수님의 이 한 마디가 나의 마음을 울렸다.

알고자 하니 보였고 보이니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나무든 그 무엇이든!


지금의 나는 나무가 좋다. 곧게 뻗은 나무든 아무렇게나 자란 나무든 그 자체로서 신비로움을 느낀다.

언제부턴가 숲에 가면 나무를 감상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오래보고 싶고 말을 걸면 대답을 해줄 것만 같아 오래 머무는지도 모르겠다.

나무의 결을 느끼고 냄새도 맡아보고 충분히 눈에 담아오려 애도 써본다.

부끄럽지만 이제서야 나무 이름과 특징도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나무그림책 덕분에 생긴 변화


유아생태교육을 중점으로 하는 기관에 근무하면서 가장 나와 가까운 곳에 있는 것들이 그림책이다.

유아들을 떠올리면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처음에는 책장에 빽빽하게 진열된 그림책을 보아도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그냥 두 세 줄짜리 생태관련 그림책이라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었나보다.

이미 다 아는 거, 별로 흥미롭지 않았다. 어차피 내가 수업할 책도 아니어서 그냥 꽂혀 있는 책일 뿐이었다.

보통은 그림책을 보면 어린시절이 떠올라 동심으로 돌아간다는데...


오랜기간 아이들 영어를 가르치는 일을 했는데도 왜 이렇게 마음이 닫혀버린 걸까? 

내 아이들을 키우며 뒤늦게 방송대학교 유아교육학과에 편입해 자격증을 취득했었다.

한 때는 어린이집 원장님이 꿈이었을 정도로 아이들을 좋아한 나였다.

그런데 그렇게 예쁜 아이들을 잘 케어 할 자신이 없어졌다.

 

최근 들어 유아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을 만나기 시작하면서부터 조금씩 생각이 달라지고 있다.

한 때는 오랜 전 취득해두었던 보육교사 자격증과 유치원정교사 자격증이 무슨 소용이 있는지 후회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쓸모없게 느껴졌던 그 시간들이 마침내 쓸모있음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림책 녹음을 엄마에게 선물하다


'우리는 왜 나무를 베는 걸까요?'

이 책을 보자마자 녹음을 하고 싶어졌다. 종종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곤 했던 모습을 떠올리면서.  

한글과 영어가 같이 쓰여있어 더욱 끌렸나보다. 녹음을 하다보니 책 내용보다도 내 목소리가 신경이 쓰였다.

내가 녹음을 하는데 마치 아이가 된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녹음을 마치고 나서 살짝 음악을 입혔다.

그러고나니 가장 생각나는 사람이 우리 엄마였다.  

추석 날 가족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엄마에게 이 녹음파일을 선물해드렸다.  

엄마는 딸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이게 누구 목소리냐고 놀라워하셨다.

영어를 좋아하고 잘 할 수 있게 지원해주신 우리 엄마, 딸의 영어 발음을 듣고는 또 한 번 감동하셨다.


아이처럼 좋아해주시는 엄마 덕분에 잠들어 있던 열정이 살아나는 것 같았다.

닫혔던 문이 조금씩 열리는 순간이었다.

나를 온전히 내 가족에게 내보일 때 받은 응원과 지지는 강력하다.


환경그램책 읽어주는 선생님으로 한 발 나아가보자!


 

 


작가의 이전글 플라스틱컵으로 무너진 신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