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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스윗 Jul 02. 2023

오징어땅콩 과자의 추억

ft. 비둘기호 열차

기차 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촌기차역 플랫폼으로 들어오는 1980년대 비둘기호 열차.

어릴 때 명절이 되면 신촌역에서 일산역까지 비둘기호 완행열차를 타고 큰댁으로 이동했다.


그때의 비둘기호 열차는 콩나물시루같이 사람이 꽉 차 있었다. 어릴 때였던 나 자리도 없이 서서 가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때마다 아빠는 기차를 타기 전, 역 앞에 작은 가게에서 과자를 사주셨다.

내 손에 항상 쥐어 주시던 '오징어땅콩 과자'는 나의 추억이 묻어있는 특별한 과자가 됐다.

1시간 넘도록 가는 기차 안에서 오징어땅콩 과자를 하나씩 먹었다. 덕분에 힘들었던 시간을 버텼던 기억이 난다.

오징어땅콩 과자는 작고 동그란 과자볼 안에 땅콩이 들어 있다. 과자와 고소한 땅콩의 두 가지 맛을 볼 수 있어 내 취향에 아주 잘 맞았다. 



아빠에게 일산역에 도착할 때 동안 몇 번이고 물었던 말,


" 아빠! 아직도 멀었어?"

 " 이제 조금만 가면 돼"


아직도 더 가야 다는 아빠 말씀에 봉지에서 과자를 하나 꺼냈다. 입안에서 땅콩만 남을 때까지 살살 녹여 먹었다.

어린 나는 시간의 흐름을 가늠할 수 없어 봉지 가득 남은 과자를 천천히 아껴 먹었다.


좁은 기차 객실 안에서 아빠는 나를 안아주시다 자리가 나면 얼른 앉혀주셨다. 어떤 자세가 되어도 고사리 손으로 꼭 쥐고 있던 과자봉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버리지 않으려고 애썼나 보다.


오늘 밤은 그 옛날 그리운 추억들이 떠오른다.


아빠도 그립고,

비둘기호도 그립고,

신촌기차역도 그립고,

다행히 현재까지 남아있는 오징어땅콩은 나의 옛 그리움을 조금이나마 달래준다.


땅콩이 남을 때까지 살살 녹여 먹어볼까




비둘기호 사진출처: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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