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아감
교회를 나와 골목을 걷는다.
남월을 지나, 컵밥 집을 지나,
피자스쿨이 있는 건물 1층
시저 카페에 다다랐다.
날씨가 많이 춥지 않아
여몄던 목도리를 풀어 손에 쥔 채 걸었다.
카페에 들어가서
늘 먹던 빵들을 구경했다.
오늘은 소금 크림빵이 보여 그것을 골랐다.
‘서걱서걱’
잘 잘리지 않아 애를 먹었다.
같이 나눠 먹는 빵이기에
보기 좋게 자르고 싶었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어떤 일들은 무심해야 잘 되는 것들이 있다.
이 빵도 그중에 하나였다.
결국 조금 엉성하게 잘린 빵을 접시에 담았다.
동료들과 마주 앉았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빵을 보면서
나보다 어린 동료들 사이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잠깐 생각했다.
다행인 건 이야기의 주체는 내가 아니라,
마음이 따뜻한 동료들이 이끌어준다.
나는 그 따뜻함을 받아 전해주는 역할이면 충분했다.
그 배려는 타인에게 쏟는 마음임을 알기에.
우리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눴다.
연애부터, 키에 대한 얘기,
인간의 전성기에 대한 이야기 등등
얘기를 하다 보니,
이번에도 말을 하고 사과를 했다.
나는 말을 하고 사과를 하는 습관이 있다.
혹시나 상대가 불편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말은 먼저 나가고 생각은 뒤에 온다.
그래서 가끔 혼자 피식 웃는다.
그러면 안 되는 건데.
말보다 생각이 먼저 닿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들을 종종 흘깃 쳐다봤다. 나는 저렇게 치열하게 살고 있을까.
한 동료가 내년엔 큰 결심을 한 것 같았다.
그 결심을 들으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타인에게 자신의 미래를 얘기한다는 게
어쩌면 불편하고 쉽지 않은 건데도
나를, 그리고 또 다른 동료를 신뢰하기에
할 수 있는 얘기라는 걸 알고 있었다.
나는 그 이야기에 최대한 집중을 하려 했다.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생각을 했다.
그러다 어찌어찌 말을 꺼냈는데,
모르겠다. 그 진심이 충분히 닿았을까.
아니, 어쩌면 나는 정말 진심이었을까.
*
청년부 예배가 끝나고
마지막 새 가족셀 환영회를 했다.
1월에 셀원들을 마주한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젠 3주라는 시간밖에 주어지지 않았다.
이제야, 한 주 한 주 더 소중할걸,
더 따뜻할 걸이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테이블을 두고 둥그렇게 앉아서
파티를 즐기는 셀원들을 한 명 한 명 눈에 담았다.
매번 엉성하게 잘린 빵처럼 늘 서툴렀지만,
모든 게 감사한 일들이고, 사람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