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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쫑

by 개울건너

무성해진 마늘 잎 사이로 쫑이 올라오고 있다.

땅 아래에서 몸집을 불려가기 시작하는 마늘이 쫑에게 영양을 빼앗기지 않도록 보호하려면 얼른 쫑을 뽑아주어야 한다.


나는 마늘밭 고랑으로 들어가 손으로 쫑을 잡고 살살 뽑아 올렸다. 아직 연한쫑은 잘 뽑혔다.


손이 빨라졌다. 사각 바구니에 마늘쫑이 쌓여갔다. 바구니가 넘쳤다.

바구니 하나를 더 가지고 나왔다. 두 번째 바구니도 가득 찼다.


속도에 가속이 붙으면 힘도 세어진다. 뽑는 팔의 힘이 더 세어졌다.

땅 아래에서 아직 영글지 않은 마늘이 뿌리를 달고 쑥 올라왔다.

마늘이 뽑혀 나온 자리에 발뒤꿈치를 대고 발 등을 세워 양 옆으로 반복해서 흔들어 파서 구멍을 내고 밖으로 나온 아가 마늘을 얼른 발바닥으로 밀어 구멍에 넣었다.

거기에 흙을 발로 밀어 꼭꼭 밟았다.

미처 쭈그려 앉아 대를 세울 새도 없어 그렇게만 했다. 뒤에도 눈이 달린 남편이 놀라 쫓아올 지도 모르니까.


뿌리만 땅에서 얇은 흙 이불만 덮었을 뿐 미처 일어서지 못한 마늘은 옆으로 누워 있다.


내 팔이 힘 조절이 안 되는 모양이다. 땅 속 마늘이 뿌리를 달고 또 뽑혀 올라왔다. 발뒤꿈치로 또 땅을 파고 또 그렇게 했다.



일이 잘 되지 않을 땐 쉬어가야 한다.

텃밭을 나와서 아낙들의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뒷짐 지고 걸어갔다.


양연씨가 바깥 울타리 아래에 이동의자를 놓고 그 위에 올라 서서 안쪽에서 영희씨가 넘겨주는 장미 넝쿨을 받아 바깥에서 잘 보이도록 울타리 밖으로 꺼내주고 있다.

그 옆집에 사는 연숙씨가 호미를 든 채 바라보며 무어라 참견하고 있다.

나는 그리로 가서 그들을 바라보았다.


영희씨는 장미를 넘겨주면서 울타리 안에서, 양연씨는 장미를 받다가 몸을 옆으로 해 나를 내려다보면서, 연숙씨는 호미를 든 채 나를 바라보며 오셨느냐고 말하며 웃었다.

아래에 피어 울타리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있는 노란 장미는 벌써 몇 송이 지고 있어 아쉬웠다.

나는 “노란 장미는 벌써 지고 있네요, 아쉽다!” 말했다.


마늘쫑을 뽑다가 나왔다고, 내 팔 힘이 너무 센지 마늘쫑을 뽑는 대로 뿌리까지 올라와 도대체 몇 개를 망쳤나 모르겠다고 말했다.


마늘 농사는 안 짓는 그들 셋이 모두 아우 마늘쫑 맛있겠다, 마늘쫑은 새우 넣고 볶으면 맛있다, 새우 대신 멸치 넣어도 좋더라고 말했다.

세 아낙 중 제일 수다스러운 연숙씨가 입맛을 짭 다셨다.


그들의 수다를 뒤로 하고 밭으로 돌아왔다.

넘치는 걸 끌어안고 있으려면 안기지도 않을뿐더러 이미 안긴 것까지 썩어나간다는 걸 나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미리 덜어내야 사고가 없다.


넘치게 담긴 바구니 하나를 들고 그들에게 갔다. 그들이 와 하며 손뼉을 쳤다.


연숙씨가 한 줄기 뽑아 입에 넣더니 아 이 맛 좀 봐요 싱싱해, 달아 달아 하며 또 뽑아 영희씨와 양연씨에게 한 줄기씩 주었다.

그들이 이빨로 똑 잘라 씹더니 입 안까지 싱싱해진다며 새들처럼 조잘댔다.


나를 볼 때마다 쥬스 한 잔 마시고 가라는 영희씨,

호박은 일반 마트에서처럼 날씬해야만 팔 수 있는 줄 알고 매장에 내놓을 생각도 안 하고 있던 나에게 쫓아와 호박을 뚝뚝 따서 한 개씩 랩으로 둘둘 말아 워 바구니에 담더니 어서 타라며 나를 자기 차에 태워 매장으로 달려가 가격도 자기가 정해서 표시해 표를 붙여 진열까지 해주었던 양연씨.

그때 나는 가격표 표시하는 방법도 모르고 있었다.

지난여름 집 앞을 지나가는 나를 불러 냉면을 만들어 대접해줬던 연숙씨.

고마운 그들에게 신세 갚을 기회가 왔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나는 그것을 삼등분했다.

그들이 이렇게 많이 주느냐며 놀랐다.

그들의 수다가 짹짹짹짹 더 많아졌다.


밭으로 돌아오니 흙 땜질로 급히 뉘어놓은 아가 마늘들이 수거돼 두 개는 마늘잎 대를 그대로 단 채 비닐하우스 입구에 누워있고, 몇 개는 옷을 벗고 목욕 후 농막 탁자 위에 동글동글 앉아있다.

확실히 뒤에도 눈이 달린, 잔소리를 하다 하다 포기을 남편의 손길이다.



양연씨가 전화를 주었다. 마늘쫑 매장에 낼 거면 자기 차로 같이 가잔다. 그녀는 질경이와 곤드레 내러 갈 거란다.


그녀가 금방 달려왔다.

나는 마늘쫑 여섯 봉지를 포장 중이었다.

내가 넣고 그녀가 봉지 입구를 닫아주었다.


매장을 돌며 가격을 확인한 그녀가 다들 마늘쫑 300그램에 3500원으로 냈다고 말해줬다.

나도 같은 가격으로 표시해서 붙였다.



저녁에 매장 측에서 보낸 <web 발신>이 떴다.

마늘쫑 5개,

매출17500원.

매장에 남아있는 한 봉지는 내일 회수해 와서 우리가 먹어야겠다.

새우 넣고 볶을까 멸치 넣고 볶을까. 생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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