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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Yeong Feb 28. 2020

#1. 육아는 의문문

너의 맘을 보여줘

지우가 태어나서 근 일 년간 내가 가장 많이 했던 말, ‘왜’...
초보 엄마에게 육아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르는 것, 궁금한 것 투성이었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 줬는데 ‘왜’ 우는지..?
어제는 잘 먹던 것을 오늘은 ‘왜’ 안 먹는지..?
왜 기분이 나빠졌는지, ‘왜’ 짜증이 났는지…?
자다가 ‘왜’ 이렇게까지 격렬하게 우는 것인지…?
도대체 무엇이 이 아이를 이다지도 힘들게 하는지...?
다른 엄마들은 아이를 어떻게 키우고 있는지…?

특히나 예민한 우리 아가는 먹히고, 입히고, 재우고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었고 나의 여러 질문들은 끊일 수가 없었다. 문제의 원인을 알게 된다면 그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고, 이를 통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되길 기대했지만 말 못 하는 아가는 그렇게 쉽게 원인을 알아차리게 해주지 않았다.

신생아 시절을 지나고도 우리 지우에게는 먹놀잠 같은 일정한 패턴 또한 생기지 않았으며, 나는 여느 베타랑 엄마들처럼 아가와의 교감이나 커뮤니케이션에도 능하지 못했던 것 같다. 내가 공감 능력이 뛰어나지 않다는 사실을 아이를 키우면서 절실히 느끼게 됐다.

허공에 대고 수없이 질문을 하고 맘카페와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다른 아가들은 어떤지 선배 엄마들의 조언을 수없이 찾아봐도 시원하게 답을 얻었던 적은 별로 없었다. 오히려 많은 정보들을 찾아볼수록 ‘우리 아이는 대체 왜….?’라는 생각에 다른 아가들과 나도 모르게 비교를 하게 되거나 마음만 답답할 뿐이었다.

예민하게 구는 것이나 많이 우는 것은 아기의 기질이라던지 시간이 약이라는 말들이 대부분이었는데, 한없이 답답하게 느껴졌던 그 말들이 시간이 지나고 보니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었다.

예민한 기질 덕분에 지우는 조금 빠르게 말을 알아듣기 시작했고, 말도 조금 이르게 터졌다. 막막한 미지의 세계 같았던 아이의 내면과 욕구를 말이라는 매개채로 알아가기 시작하면서부터 육아에도 조금 숨통이 틔여졌다. 내가 궁금했던 ‘왜’라는 질문들에 대한 답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지금 필요한 게 무엇인지, 본인이 제일 좋아하는 토끼 인형은 어떤 위치에 어떤 각도로 놓아주어야 하는지, 엄마는 어떻게 자장자장을 해주어야 하는지, 무엇을 어떻게 먹고 싶은지, 왜 마음이 슬퍼져서 눈물이 나는지 등등.. 직접 의사를 표현하기 시작하면서 생떼도 많이 줄고 원하는 바를 더 명확하게 들어주기 시작하니 예민함도 많이 줄어든 것 같다.  




이렇게 나의 아이에 대한 ‘왜’가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지우의 폭탄 질문들이 시작됐다. 아이의 무한 호기심은 세상 모든 것을 향한다. 아침에 눈을 떠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질문으로 시작해 질문으로 하루를 끝낸다.

“엄마, 이거는 이름이 뭐야?”
“엄마, 얘는 왜 이렇게 생겼어?”
“엄마, 저건 뭐 하는 거야?”

아이의 시선과 질문은 때로는 나를 놀라게 할 정도로 섬세하고, 때로는 너무 엉뚱해서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한다.

지우를 향한 나의 일방향적인 질문에서 서툴지만 서로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시작되며 육아의 두 번째 챕터가 열린듯한 기분이 들었다. 물론 그렇다고 지금이 육아가 아주 수월하기만 한 건 아니다. 아이의 욕구가 디테일해지고 그 욕구를 표현할 수 있게 되면서 내가 그걸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원하는 대로 정확히 피드백을 주지 못하면 역시 울음이나 생떼로 분노를 표출한다.

그래도 답답한 의문문으로 꽉 막힌 육아를 써 내려가다 평서문, 감탄문, 청유문, 명령문까지 다채로운 감정들을 갖고 아이와 나눌 수 있는 지금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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