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가 사람을 만들까?

자리가 문제인가 사람이 문제인가

by M ent

내가 속한 집단에서 권익을 대변하던 한 인물이 국회의원이 되었을 때 기대를 했다. 우리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그토록 원하는 변화의 바람이 일어나기를 소망했다.

응원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의구심이 있었다. 노조 활동도 결국 이 자리에 오르기 위한 수단은 아니었을까?


안타깝게도, 그 의구심은 오래지 않아 현실이 되었다. 역시는 역시라는 씁쓸함만 남았다.

집단을 등에 업고 대표자가 된 그 사람의 행적은 실망 그 자체였다. 집단을 위해 목소리를 내던 모습은 찰나의 순간처럼 잠시일 뿐, 시간이 지날수록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당론 지킴이, 당론 최전방 전투원의 모습만 보일뿐, 그 사람이 외쳤던 개혁의 목표와 약속들은 우선순위에서 계속 뒤로 밀려났다. 아니길 바랐지만, 결국 그 사람도 똑같았다. 다른 기득권 정치인들과 하나도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특권을 가진 기득권의 모습, '이제 나는 국회의원이다'라는 권위 의식과 다음 총선 경선을 위해 당 지도부에 엎드려 기는 모습만 두드러졌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은 긍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자리에 걸맞은 책임감을 가지고 성장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대학생 시절부터 직장 생활을 거치며 내가 본 것은, 자리가 사람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기보다는 그 자리에 오르자마자 기존의 가치와는 정반대의 모습, 그렇게 비판하던 사람이 되어가는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목표와 변화, 혁신을 외치던 사람들이 이상하게도 목표를 달성하는 순간, 과거 그들이 욕했던 관습, 특권, 권위를 똑같이 답습한다. 그들이 그토록 외쳤던 단어들은 순식간에 권위와 관습으로 대체된다.


사람의 결심이 왜 이토록 쉽게 무너지는 것일까? 근묵자흑처럼 주변의 환경이 사람을 오염시키는 것일까, 아니면 그 자리가 사람을 세뇌하는 것일까, 혹은 원래부터 그럴 생각이었을까?


자리에 오르는 순간, 우리는 자리가 주는 '유혹'에 맞서 싸워야 한다. 자리는 본래 안정을 유지하려는 관성을 가지고 있으며, 혁신은 곧 관성에 대한 저항과 충격이다.


높은 자리에 앉으면, 그들은 성공을 유지하는 것을 최우선 가치로 둔다. 혁신은 '지킬 게 없는'이가 외치기 쉬운 구호일 뿐, '지켜야 할 것'이 많은 리더에게는 가장 큰 불확실성과 리스크가 된다. 자신이 누리고 있는 권위와 안락함을 합리화하기 위해 가장 쉽고 안전한 통제 방식을 택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과거의 관습이다.


결국 자리는 사람을 '만든다'기보다는, 사람의 '본질과 용기를 시험하는 시험대'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우리가 비판했던 권위주의는 그 자리의 속성이 아니라, '그 자리를 잃고 싶지 않은 인간의 본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성공을 쟁취한 순간, 혁신은 가장 위험한 방해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우리는 자리의 중력에 맞서 싸우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현재의 성공과 안락함에 안주하지 않고, 늘 가장 아래에 있던 내가 보았던 부조리를 기억하며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지금 내가 내린 이 결정은, 자리를 지키기 위한 불안함인가, 아니면 조직을 위한 올바른 혁신인가?"


결국 자리는 당신이 무엇을 담아낼지 기다리는 껍데기일 뿐이다. 권위를 추구하는 겁쟁이가 될지, 혁신을 만들어가는 리더가 될지는 언제나 당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


과연 그렇다면 나는 어떤 모습이 될까? 나의 생각을 관철할 수 있을까, 아니면 남들과 똑같은 모습으로 변해버릴까?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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