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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호성 Feb 26. 2024

11월의 벨소리

매일 듣는 전화벨 소리가 어딘가 모르게 매우 오싹하고 날카롭게 피부를 자극할 때가 있다. 대학생으로서의 마지막 겨울. 11월 어느 날이 그랬다.     




이른 아침, 평소와 다른 타이밍에 휴대전화 벨 소리가 울렸는데 안 좋은 느낌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여지없이 그 이상의 충격을 받았다.

나는 그날 친구 이상의 동료를 잃었다. 1년 늦게 대학에 입학한 탓에 무리에서 한 살 많은 나와 같은 나이이기도 했고, 기숙사 메이트이기도 했으며, ROTC 동기이기도 했다.


그 녀석은 그야말로 ‘경주마’였다. 아무리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운동과 훈련으로 아무리 몸이 고돼도 해야만 하는 일들은 반드시 실행에 옮겼고, 목표한 데까지는 어찌 됐든 자신을 다그쳐서 오르려고 했다. 그리고 그 목표에 자신만 아니라 주위의 동료들까지 데리고 한데 뭉쳐서 가려고 했던 보기 드문 친구였다. 그래서 우리는 그 친구를 앞만 보고 달린다는 ‘경주마’라는 별명을 지어주었다.

나는 누구보다 친하고, 그 친구의 삶을 공감하고 격려했다. 그리고 때론 존경했던 것 같다. 존경하는 인물을 책에서만 찾으려고 하지 않았던 나에게 그 친구는 영락없이 나에게 영감을 주는 인물이었다.     


그랬던 친구를 잃었다. 꼬박 일주일을 울었고, 그중 삼일은 정신이 나가 있었다. 장례를 치르고 운구와 화장을 모두 마치는 날이 되어서야 받아들일 수 있었다. 다시는 그와 소주를 마실 수 없다는 것을.     


여전히 매년 11월이 되면 그 친구를 찾는다. 살아낸 1년을 브리핑하고 나름 중요했던 일들을 덧붙인다. 푸념하고 핑계를 대기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늘 기도하고 고마움을 표현한다. 오래 머무르지는 않지만 떠올리고 온다. 그래야 그날 저녁 술자리가 춥지 않다.     




누군가를 추억하는 매개체는 많다. 흔하게는 어떤 사물에 많은 기억을 묻고 추모한다. 또 다른 이들은 음악에 저장하기도 하고 특정 장소로 추억하기도 한다. 사람과 사연에 따라 각자의 방식들이 있지만 나에게는 막 추워지기 위해 시작하는 11월이 그렇다.     


매년 올겨울은 유독 추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11월이지만, 늘 그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고 나오면 그럼에도 그럭저럭 잘 지낼 수 있겠다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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