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타 어학원을 졸업했다. 몰타에 오기 전 정규교육 12년, 공무원 시험, 토익, 지텔프로 인해 익힌 영어 문법들이 아무 쓸모없을 줄 알았는데 은근히 도움이 되었다. 영어 회화 실력이 많이 는 건 아니지만 영어 울렁증은 극복하였다. 나는 인생에서 어떤 선택을 할 때마다 성공할 것을 확신하고 실패해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몰타에 올 때도 마찬가지였다. 일본과 몰타, 내가 살아보고 싶었던, 아니 살아봐야겠다고 생각했던 곳에서 다 살아봤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버스가 시간 맞춰 오지 않는 것, 마트가 저녁 8시에 문 닫는 것, 매운 염통꼬치와 소주가당겼던 것 빼고는 다 좋았다. 과일이랑 와인이 한국보다 싸서 좋았다.
매일 아침 호텔에서 1분 거리의 바닷가에서 일출을 보며 조깅했던 것, 어학원, 호텔에서 만난 친구들과 수업 마치고 몰타의 관광명소를 같이 다녔던 것, 호텔에서 같이 요리해 먹었던 것
이런 것들이 10년 전 일본에서 생활했을 때를떠올리게 했다.
이름과 나이가 똑같은 한국인을 만나 친구가 되었다. 그녀에 대해 잘 모르지만, 얌전해 보이면서도 옹골져 보여서 좋았다.MBTI를 묻기에 해보지는 않았지만 I인 건 확실하다고 하였다.
"너가 I라는 거에 동의 못하겠어."
역시 조용하지만 할 말은 하는 애였다.
몰타에서 가까운 로마, 파리를 왕복 비행기 10만 원에 여행했던 것도 좋았다. 소매치기가 무서워서 손에 핸드폰 하나만 들고 발길 가는 대로 로마의 거리를 돌아다닌 것, 맥주와 함께 먹을 파스타와 피자를 고민하다가 둘 다 시켜 먹는 나를 보고 빵 터져서 인스타를 물어보던 레스토랑 웨이터, 파리 디즈니랜드에서 미키마우스 머리띠 하고 돌아다닌 것, 교토 미술관에서 반고흐전을 본 이후로 10년 만에 오르세미술관에서 다시 반고흐전을 봤던 것, 반고흐전을 보기 위해 줄 서 있는데, 내 뒤에 선 소녀와 엄마의 프랑스어 대화에서 한국 아이돌 그룹의 이름이 내 귀에 꽂혀서 쳐다보자 미소 짓던 소녀, 초콜릿을 건네자 내가 한국인이라 말하지도 않았는데 한국어로 "감사합니다" 했던 것, 몰타에서 사귄 일본친구 사키와 파리에서 만나서 저녁 먹다가 화이트에펠을 보려고 밤 11시에 에펠탑을 향해 숨이 차도록 달렸던 것, 루브르 박물관 안에서 빵 먹다가 옆에 앉은 프랑스 애랑 같이 빵 먹으면서 대화했던 것(프랑스인의 영어 발음은 알아듣기 어려웠다. 영어 발음 안 좋기는피차일반이었겠지만.)도좋았다.
몰타에서 좋은 사람들만 만났던 것은 아니었다.친절하게 대해주다가도 가끔씩 내 말에 심술궂게 대꾸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래도그냥 넘겼었는데 어느 날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내게 무례한 말들을 내뱉었다.아주 좋은 경험을 하였다. 그의 행동을 타산지석(他山之石) 삼아 나는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들을 통해 나는 역시혼자 여행 다니는 걸 좋아하고, 누군가의 간섭을 받는 것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싫어하는 성격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몰타도, 이탈리아도, 프랑스도 좋았지만 핀란드가 가장 기대되었다. 예전부터 핀란드에 가고 싶었고 몰타에 온 김에 핀란드로 가서 2주간 머문 후에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었기 때문이다.다들 몰타와 가까운 서유럽, 동유럽 여행을 많이 했기에 핀란드로 간다는 내게 '크레이지콜드'라며 행운을 빈다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