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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메리 May 27. 2024

나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다

몰타 어학원 졸업

 2023. 12.


  몰타 어학원을 졸업했다. 몰타에 오기 전 정규교육 12년, 공무원 시험, 토익, 지텔프로 인해 익힌 영어 문법들이 아무 쓸모없을 줄 알았는데 은근히 도움이 되었다. 영어 회화 실력이 많이 는 건 아니지만 영어 울렁증은 극복하였다. 나는 인생에서 어떤 선택을 할 때마다 성공할 것을 확신하고 실패해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몰타에 올 때도 마찬가지였다. 일본과 몰타, 내가 살아보고 싶었던, 아니 살아봐야겠다고 생각했던 곳에서  다 살아봤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버스가 시간 맞춰 오지 않는 것, 마트가 저녁 8시에 문 닫는 것, 매운 염통꼬치와 소주가 겼던 것 빼고는 다 좋았다. 과일이랑 와인이 한국보다 싸서 좋았다.

  매일 아침 호텔에서 1분 거리의 바닷가에서 일출을 보며 조깅했던 것, 어학원, 호텔에서 만난 친구들과 수업 마치고 몰타의 관광명소를 같이 다녔던 것, 호텔에서 같이 요리해 먹었던 것

  이런 것들이 10년 전 일본에서 생활했을 때를 떠올리게 했다.

  이름과 나이가 똑같은 한국인을 만나 친구가 되었다. 그녀에 대해 잘 모르지만, 얌전해 보이면서도 옹골져 보여서 좋았다.

  몰타에서 가까운 로마, 파리를 왕복 비행기 10만 원에 여행했던 것도 좋았다. 소매치기가 무서워서 손에 핸드폰 하나만 들고 발길 가는 대로 로마의 거리를 돌아다닌 것, 맥주와 함께 먹을 파스타와 피자를 고민하다가 둘 다 시켜 먹는 나를 보고 빵 터져서 인스타를 물어보던 레스토랑 웨이터, 파리 디즈니랜드에서 미키마우스 머리띠 하고 돌아다닌 것, 교토 미술관에서 반고흐전을 본 이후로 10년 만에 오르세 미술관에서 다시 반고흐전을 봤던 것, 반고흐전을 보기 위해 줄 서 있는데, 내 뒤에 선 소녀와 엄마의 프랑스어 대화에서 한국 아이돌 그룹의 이름이  귀에 꽂혀 쳐다보자 미소 짓던 소녀, 초콜릿을 건네자 내가 한국인이라 말하지도 았는데 한국어로 "감사합니다" 했던 것, 몰타에서 사귄 일본 친구 사키와 파리에서 만나서 저녁 먹다가 화이트에펠을 보려고 밤 11시에 에펠탑을 향해 숨이 차도록 달렸던 것, 루브르 박물관 안에서 빵 먹다가 옆에 앉은 프랑스 애랑 같이 빵 먹으면서 대화했던 것(프랑스인의 영어 발음은 알아듣기 어려웠다. 영어 발음 안 좋기는 피차일반이었겠지만.) 좋았다.

  몰타에서 좋은 사람들만 만났던 것은 아니었다. 친절하게 대해 주다가도 가끔씩 내 말에 심술궂게 대꾸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래도 그냥 넘겼었는데 어느 날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내게 무례한 말들을 내뱉었다. 아주 좋은 경험을 하였다. 그의 행동을 타산지석(他山之石) 삼아 나는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들을 통해 나는 역시 혼자 여행 다니는 걸 좋아하고, 누군가의 간섭을 받는 것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싫어하는 성격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몰타도, 이탈리아도, 프랑스도 좋았지만 핀란드가 가장 기대되었다. 예전부터 핀란드에 가고 싶었고 몰타에 온 김에 핀란드로 가서 2주간 머문 후에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다들 몰타와 가까운 서유럽, 동유럽 여행을 많이 했기에 핀란드로 간다는 내게 '크레이지콜드'라며 행운을 빈다고 하였다.


공항 노숙을 하고 몰타에 온 다음 날 아침, 조깅하다 찍은 사진
배들 뒤로 보이는 발레타
12월 초까지 아침에 바다 수영 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매일 달랐던 아침
구름이 많았던 아침. 멀리 보이는 발레타
세인트 줄리언스 부근 아침
해가 뜨고 있다
어학원 졸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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