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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메리 Jun 24. 2024

아빠 사랑해요

기억이 안 난다

  대학교 때 우연히 아버지 지갑에서 내가 초등학교 때 쓴 걸로 추정되는 '아빠 사랑해요'라고 적힌 메모지를 보았다. 내가 이런 걸 적었던 게 전혀 기억이 안 나서 신기하고, 아버지께서 이걸 아직까지 가지고 계신 게 신기해서 사진을 찍어 두었다.


폴더폰으로 찍은 사진

 

  그리고 그 사진을 싸이월드에 올렸었는데, 결혼과 출산을 일찍 한 지인이 그 사진을 보고 말했었다.


  "○○아, 나는 이제 너거 아부지 마음 안다."


  나는 아직 출산을 안 해봐서 모르겠다. 몇 년 후에 아직도 가지고 계신가 싶어 여쭤보았다.


  "몰라, 어디로 가뿟는고. 없대."


  메모지가 어디로 가버리다니! 그 메모지가 어디로 가버렸다는 사실 아니, 그 메모지를 아버지께서 잃어버리셨다는 사실이 조금 서운하긴 했지만 사진이라도 찍어두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고 나서 또 몇 년이 흘렀다. 그런데 며칠 아버지께서 카톡으로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


아부지의 카톡


  어떻게 찾았는지 여쭤보니 서랍 정리 하다가 예전에 쓰시던 지갑을 발견했는데, 그 안에 메모지가 그대로 있었다고 한다. 대학 졸업 후 첫 월급으로 아버지께 지갑을 사드렸었다. 그때 아버지께서 쓰시던 지갑에서 메모지를 꺼내  지갑에 옮기는 걸 깜빡하셨던 것이다.

  여전히 아버지께 메모지를 드렸던 초등학교 때의 내가 기억이 안 난다. 모음꺾기가 사라진 걸 보니 4학년 이후로 추정된다. 5학년 때는 아닐 것 같다. 왜냐하면 에쵸티가 데뷔했기 때문이다. 열두 살은 보이그룹이지(?).


 초3 때 일기에는 모음꺾기를 하고 있다.


  아빠 사랑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는데 쓰다 보니 아이돌에 빠진 딸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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