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저랑 같이 연습해요!

지루함을 견디는 100일의 시간

by 사계절



나는 여기까지인가 보다.



겉으로는 여전히 의욕이 넘치는

마흔의 아줌마였지만, 마음은 내려놓자고 스스로를 설득하던 월요일이었다.



스무 살, 서른 즈음의 푸릇한 친구들 사이에서 겉으로 보기엔 씩씩해 보였지만, 속은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에

이미 많이 지쳐 있었다.



그런 답답했던 내 마음을

누가 알아차린 걸까.

그날, 내 안에 아주 미약하게 남아 있던 의욕을 발견해 준 사람이 있었다.

함께 과정을 듣던 동생이었다.



수업 시간에 우연히 같은 조가 되어

동작을 연습하게 되었고, 점심을 함께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과정을 시작한 뒤 줄곧 혼자였던 나에게,

짧은 대화만으로도 숨이 트였다.

그 친구가 말했다.


“언니, 저랑 같이 연습해요.”


이상하게 그 한마디가 나를 다시 붙잡았고, 내게 작은 빛이 되었다.



그 말을 계기로 우리는 함께 연습을 시작했고

음 그 친구의 연습일지를 보게 되었는데, 그 순간 ‘아차’ 싶었다.

과정 등록 이후 거의 매일 3~4시간씩 스튜디오에 나와 꾸준히 연습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내 연습일지를 펼쳐 보았다.

거의 비어 있는 나의 연습일지.



그제야 깨달았다.

나는 마음만 조급했지,

정작 시간은 쏟지 않았다는 걸.

연습이 없으니 불안했고, 모르니 답답했고, 불안하니 자꾸 포기하고 싶었던 것이다.

수업만 듣고, 복습은 하지 않았던 나였다.



그날 이후 마음을 고쳐 잡았다.



필라테스 지도자 과정은

단순히 ‘동작을 배우는 과정’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의 티칭을 관찰해야 했고,

내가 직접 누군가를 가르쳐야 했으며,

정해진 연습 시간을 꾸준히 채워야 했다. 해부학 시험, 필기, 티칭, 실기시험까지… 끝없이 이어지는 여정이었다.



그렇게 정신을 차리고 연습을 이어가던

어느 날, 나는 노트에 이렇게 적고 있었다.


신기하다. 목표를 향해 달리게 된다.

자꾸 쓰다 보니, 목표에 더 집중하게 된다.

다른 행동을 하다가도,

결국 다시 목표를 향한 행동을 하게 된다.

나는 오늘도 해낼 것이다.

오늘도 상상하라. ‘멋지게 해낸 나의 모습’을.


그날부터 나는 스스로에게 암시했다.

나는 온라인 매트 필라테스 강사입니다.

나는 자격증을 취득했다.

오늘도 지루한 시간을 뚫고 해냈다.

모든 동작을 몸에 익혀버렸다.

나는 성실히 해냈다. 출근하듯, 해냈다.



꾸준한 연습이 100일쯤 지났을 때,

내 몸이 변하기 시작했다.

처져가던 엉덩이에 다시 힘이 생기고,

웅크려 있던 몸이 펼쳐지며

조금씩 단단해져 갔다.

몸이 변하자 마음도 따라 변했다.

욕심이 생겼다.

‘어떤 동작이 나와도 멋지게 해내고 싶다.’

‘그냥 합격이 아니라,

압도적으로 잘 해내고 싶다.’


어느새 포기하려던 마음은 사라지고, 움직이기 시작하니

마음까지 단단해지기 시작했다.

마지막 시험인 실기시험 날,

나는 속으로 계속 되뇌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반드시 해낸다.


다행히 연습한 동작들이 나왔고,

나는 최선을 다해 내 몸을 움직였다.

혼신의 힘을 다한 시험이 끝나자

참아왔던 눈물이 한꺼번에 터졌다.

그 순간, 할 수 있는 말은 하나였다.


"감사합니다.
참, 감사합니다.
이 여정에 함께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나는 벅찬 마음을 그렇게 고백했다.


아이 셋을 키우는 엄마가

포기 직전의 순간을 넘어 다시 일어섰고, 밤을 새워 필기시험과 티칭을 준비하며 끝까지 그 과정을 해냈다는 사실이

내 마음을 뜨겁게 했다.


마흔이 넘어 다시 무언가를 성취한다는 건, 단순한 합격 그 이상의 의미였다.

그것은 내 자존감을 채워 주었고,

인생 후반전을 단단하게

살아가게 할 힘이 되었다.


그 힘이 더 커질 거라는 걸,

그때는 미처 몰랐다.


마흔 이후의 도전은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던 그 시간들이,

마흔 이후의 나를 다시 뛰게 만들었다.



자격증 취득의 기쁨도 잠시—

나는 또 다른 고민 앞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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