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봤자, 나는 마흔 넘은 아줌마였다.
"나이 먹고, 혼자 여기서 뭐 하는 걸까?"
2023년 7월 10일,
내 메모장 위에 적힌 문장이었다.
마흔 즈음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다른 고민이 치고 올라오기 전에
덜컥 필라테스 지도자 과정을 등록한 건
지금 생각하면 참 다행이었다.
그 선택만큼은 분명 대단한 용기였다.
하지만 그 이후의 과정이
아름답기만 한 여정은 아니었다.
늘 마음이 먼저 달려가던 사람이었기에,
그 이후에 따라오는 무게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마흔이 넘어 새로운 것을 도전하고 성취한다는 일은 그렇게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시작하기에 늦은 때란 없다'는 말은
그럴싸했지만
현실의 나는 그냥 '마흔 넘은 아줌마'였다.
내가 등록한 곳은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춘 곳이었고,
‘열심히 하는 척’으로는
도저히 통과할 수 없는 과정이었다.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아마 시작하지 못했을 것이다.
역시나, 무식하면 용감했다.
첫 수업 날 자기소개를 하며
나는 이렇게 말했다.
“제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돌아보니 몸을 움직이는 걸 좋아했고,
운동 한 가지 정도는 체계적으로
배워보고 싶어서 등록했습니다.”
그렇게 나의 필라테스 여정이 시작되었지만,
설렘은 금세 현실 앞에서 주저앉았다.
머리도, 몸도 생각만큼 따라주지 않았다.
명색이 물리치료학과 출신이었지만,
해부학 용어를 다시 외우며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은 버거웠다.
‘그래서 공부에는 다 때가 있다고 하나 보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동작은 되지 않는 것 투성이었고,
몸은 굳어 있었으며,
자신감은 점점 작아졌다.
나는 여전히 아이 셋의 엄마였고,
수업이 끝나면 곧장 집으로
달려가야 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이 동작해 보실 분?”이라는 패컬티 선생님의 말에 나는 또 손을 들고 말았다.
리포머에 누워 선생님의 큐잉을 듣는데… 솔솔 잠이 오는 게 아닌가.
“선생님! 여기서 주무시면 안 돼요!”
아차… 용기라도 없었으면 몰랐을 텐데.
부끄럽고 또 미안했다.
그뿐 아니라 정규 수업 중에도
꾸벅꾸벅 졸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주변 젊은 친구들은 열심히 필기를 하고 있는데, 내 노트는 하얀 백지 그대로였다.
함께 시작했던 요가 선생님은
“필라테스는 나랑 안 맞는 것 같아요.”라며 일찌감치 그만둘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보며 나도 흔들렸다.
‘나이 들어 내가 지금 뭐 하는 걸까…’
‘이 시간에 아이들 챙겨야 하는 게 아닐까?’
‘그냥 여기까지가 내 한계일까…’
거금의 등록비가 머리를 스쳤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한 걸로 만족하며
서서히 나와 타협하고 있었다.
그래,
그만두는 것도 용기다.
그렇게 나는 마음을 내려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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