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의 문턱에서

안정 속에서 점점 '나의 색'을 잃어가고 있었다.

by 사계절



“3번 방으로 들어오세요.”

얇은 커튼 사이로,

무릎이 불편한 어머니 한 분이 들어온다.


“어머니, 오늘은 어디가 불편하세요?”

언제나 어르신들로 발 딛을 틈이 없는 물리치료실은 일정 간격으로

바쁘게 움직인다.



번호가 적힌 커튼 사이 공간으로

들어가면 핫팩을 놓아 드리고,

잠시 후 따뜻했던 팩을 걷어낸다.

이어서 전기치료를 하고,

초음파 겔을 짜서 초음파 치료를 진행한다.

어머니가 살짝 움찔하신다.

“조금만요, 금방 따뜻해질 거예요.”


뚜껑을 열면 퍼지는

뜨거운 핫팩의 구릿한 냄새,

손끝에 닿는 젖은 수건과

초음파겔의 미묘한 차가움,

기계에서 울려대는 ‘삐삐—’ 소리.



기계음, 사람들의 숨소리,

그리고 나지막한 대화.


나는 커튼 뒤에 서서 조용히 생각한다. ‘10년이 지나도

나는 여기서 사운드를 돌리고 있을까?’

그렇게 하루가 또 흘러간다.


그때 나는 20대였다.

하루 환자가 100명이 넘는 날도 있었고, 손끝은 늘 차가운 팩과

젖은 수건에 젖어 있었다.


“1년이 지나면 월급 20만 원 올려줄게.”

그 약속은 어느새 8만 원으로 줄어 있었다.


문득 두려움이 밀려왔다.

‘이 일로 평생을 살아갈 수 있을까?’ ‘부모님께 용돈 한 번 제대로

드릴 수 있을까?’


불안정한 현실 속에서, ‘안정’이 간절했다.



그렇게 나의 20대는 퇴사를 결심하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했다.

정말 고되고 지난한 과정을 거쳐,

합격의 소식을 들었을 때

느꼈던 감정은 묘했다.

무언가를 열심히 해냈다는

뿌듯함과 성취감이 마음 깊이 남았다.



그로부터 18년이 흘렀다.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는 급여,

흔들리지 않는 자리, 예측 가능한 일상. 누군가에게는 부러울지도 모르는 삶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몸도 마음도 점점 회색빛으로 물들어갔다.

하루 종일 형광등 아래서,

빛바랜 표정으로 정해진 일만 반복하는

내 모습.



‘나는 무엇을 할 때 행복할까?’

‘이게 정말 내가 바라던 삶이었을까?’ ‘안정은 곧 멈춤을 의미하는 걸까?’


안정 속에서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다시 불안정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한다고 믿었지만, 나는 조금씩 색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서른 후반 즈음,

삶은 내게 조용히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이대로 괜찮아?”


돌이켜 생각하니,

나의 마흔도 그냥 지나가지는 않았다.


삶의 곳곳에서 성찰하라는 시그널이 있었고, 마흔의 문턱을 넘으면서

나는 내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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