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테스 지도자 자격증, 그 이후
2023년 12월 27일
노트 한쪽에 이런 문장이 적혀 있다.
‘어떻게 하면 이어갈 수 있을까?’
나름 국제 필라테스 지도자 자격증을
손에 쥔 직후였다.
분명 기쁜 순간이었는데,
이상하게 마음은 더 공허했다.
지난한 여정이 끝났으니
기뻐해야 했었다.
한껏 스스로 축하해 주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나 혼자 외딴 섬에 다녀온 사람처럼
정신을 차리고 보니
종이 한 장만 남아 있었다.
자격증은 땄지만
이 움직임을 어떻게 이어갈지에 대한
고민은 미리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게 자격증은 나를
또 다른 출발선에 세웠다.
어정쩡한 마흔의 아줌마를
어느 스튜디오에서 선뜻 써줄까 싶었고,
무엇보다 ‘투잡’이라는 이름으로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이
본업의 직업윤리에 맞는 일인지도
계속 마음에 걸렸다.
투명하고 싶었다.
괜히 숨기고 싶지는 않았고,
그렇다고 대놓고 드러내고 싶지도 않았다.
본업과 부캐 사이,
그 애매한 경계에 서 있는 일은
생각보다 피곤했다.
하지만 종이 한 장에 만족하기보다는
계속해서 이어가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다.
지극히 P였던 나는
어찌어찌 여기까지는 왔지만,
앞으로의 방향은 분명하지 않았다.
막연했지만, 가르쳐보고 싶다는 마음을
완전히 접을 수는 없었다.
필라테스를 통해 내가 느꼈던
변화와 감각이
너무 선명했기 때문이다.
이 움직임을, 이 시간을
이렇게 끝내고 싶지 않았다.
그러던 중
현실과 타협해야 하는 순간이 왔다.
아이 셋을 키우며
무급 육아휴직을 계속 이어간다는 것은
마음만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선택이 아니었다.
자격증은 자격증이고,
생활은 생활이었다.
어쩌면 그동안 나는
조금 사치를 부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이듬해 만우절,
본업으로 복귀했다.
일은 여전히 일이었고,
삶은 다시 쳇바퀴 도는 일상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움직임을 향한 마음은 멈출 수가 없었다.
그저 어떻게든 이어가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그 질문을 가슴에 품은 채,
나는 다시 일상 한가운데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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