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102) - 은평구 대조동의 ‘목노집’
연신내 길을 걷다가 보면 희한하게 사람들 박작이는 집이 있는데, 돼지보쌈집이더라. 평범하게 지나치기만 했던 집인데, 후에 연인과 찾아보니 독특한 방식의 보쌈이길래 방문해 보았다.
연신내역 근처에 위치한 목노집의 돼지보쌈이 소개할 주인공이다.
이름이 좋다. 목노집. 글귀가 적힌 독특한 나무판자들과 목재 테이블이 내부를 구성하고 있는데, 그 널빤지의 목로(木壚)인 것일까? 정확지는 않다.
※ ‘목노집’ 요약 정보 ※
- 영업시간 매일 11:30 ~ 23:00
- 주차는 불가하다.
- 대중교통 이용 시 연신내 4번 출구에서 도보 2분.
- 테이블식 구조 / 화장실은 내부에 위치 (재래식 변기라는 단점은 있다.)
- 수분과 증기로 끓여낸 대파보쌈이랄까? 굉장히 이색적인 돼지보쌈과 함께 소의 특수부위를 다루는 곳.
- 방문객들이 많아 그런지, 주문한 간 반 접시도 굉장히 신선했다.
- 대파보쌈의 맛은 흡사 끓여낸 봉일천 부속구이의 느낌이 들기도. 듬뿍 들어간 파와 찍어먹는 소스가 그런 느낌을 주더라.
- 한쪽에서 조리를 해 바로 먹을 수 있게 내어주시는데, 섬세한 손길이 필요하겠다. 불의 조절이 맛의 당락을 조금 좌우하는 듯.
- 바로 맞은 편의 불오징어집, ‘두꺼비집과’ 함께 이 구역에서는 꽤나 오래된 노포로, 연령층에 상관없이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인 듯하다.
이름과 잘 어울리는 내부의 모습이다. 한쪽으로 보쌈판이 쌓여있는데 저곳에서 1차로 조리한 후에 자리로 내다 주신다. 주방으로는 지긋하신 할머니들이 음식을 준비하고 계신데, 꽤나 연식이 오래된 곳인 듯하다.
가게 내부를 구성하고 있는 글귀들. 도심에선 흔치 않은 것들인데, 반갑기도 하다.
목노집의 메뉴판. 호오, 한우곱창도 다루고 있어서인지 의외의 메뉴들이 필자와 연인을 깜짝 놀라게 했는데, 회전율이 좋은 집에서만 다룰 수 있다는 간과 천엽이 그 예다. 반 접시로도 다룬다. 간은 조금만 지나도 금세 맛이 달아나 버리는데, 때문에 손님이 많이 찾는 회전율이 좋은 곳에서 대개 싱싱한 간을 맛볼 수 있다. 어디 기대에 부합할지 먼저 주문해 보았다. 함께 선조리가 필요한 돼지보쌈 2인도 주문.
육안상으로는 합격이다. 진한 선홍빛과 파와 깨가 얹어진 연신내 목노집의 간 반 접시이다. 천엽을 빼고 간으로만 요청할 수 있다. 젓가락으로 콕 건드리면 반발심이 느껴지다가 숭컹하는 느낌으로 들어간다. 싱싱한 간이다. 기름장에 살짝 찍어 싱싱하게 녹는 식감을 즐겨보는데, 메인이 오기도 전에 소주 몇 잔을 들이켰다.
귀여운 그릇에 등장한 고추장 소스. 초장이라 생각할 수 있으나 결이 많이 다르다. 고추장과 초장의 중간계로, 텁텁하면서 그윽한 맛이 더욱 강한데, 부속구이를 자주 접한 이들이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부속구이의 소스와 상당히 흡사하다.
이어 등장한 메인인 목노집의 돼지보쌈 2인분. 왜 고추장 소스가 나오는지 이유를 알 수 있다. 바로 먹을 수 있게 조리해 나온다. 파가 듬뿍 들어가 증기로 끓이는 방식의 보쌈인데, 독특하다. 듬뿍 들어간 파의 수분일지, 자박자박한 수분들이 나와 고기를 따뜻하게 데워주고 수분이 날아가지 않게 해준다.
일정 시간을 끓이다 보면 파의 숨이 팍 죽어서, 아 익숙한 방식. 마치 봉일천 부속구이의 고추장+파+고기의 조합의 스케일이 커져 보쌈으로 탄생한 느낌. 파와 후추 향도 그렇고 확실히 익숙한 향수가 느껴진다. ‘익숙한 삶은 고기’, 그리고 ‘익숙한 부속구이 소스와 파’ 라는 전혀 다른 곳에서 놀고 있던 두 가지의 콜라보레이션 같다.
고기는 조리되어 나오지만 불은 약불로 유지해두는 것이 낫다. 저 사각틀의 불판이 파의 수분과 함께 증기로 수분을 유지해 주는데, 불을 끄면 순식간에 고기가 질겨지기 때문.
고기의 식감은 조금 아쉬운 편이다. (수육과 같은 부드러운 고기의 식감보단 씹는 식감이 강한데, 독특한 방식의 보쌈이란 점에 의의를 뒀다.)
전반적으로 느끼기에 극상의 맛은 아니나 이따금 생각나 추가로 방문할 것 같은 집이다. 소주 한 잔에 곁들이기 좋은 음식이다.
볶음밥. 맛이 뛰어나더라. 남은 돼지고기와 파를 잘게 썰어서 인지 맛이 더욱 뛰어나다. 1인분만 시켰는데 적은 양으로 금세 판에 눌어붙어 아쉽더라. 3인 정도가 방문했을 때 2인분으로 볶음밥을 주문하면 더욱 맛나게 접할 수 있을 듯하다.
절친한 지인들이 근처에 방문한다면 한 번쯤 대접할 곳의 후보로 등록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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