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독한 먹기행 Feb 25. 2024

통낙지전골과 볶음밥, 40년 전통의 '충무할매낙지볶음'

고독한 먹기행 (86) - 대전 서구 용문동의 '충무할매낙지볶음'

이번에 소개할 대전의 음식점은 극상으로 빼어나진 않아도 낙지전골, 볶음을 온전한 모습의 낙지 통짜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한 번쯤 권하고 싶은 집이다. 필자에겐 개인적으로 인생의 굵직한 순간들에 가족들과 기념해 이따금 찾던 곳이기도 해 추억이 깃든 집이기도 한데. 하기사 아직까지 서울에서도 이 집만 한 집은 아직 접해보지 못했다.


과거 용문역 지하철 입출구 방면에서 시작해 현재의 위치로 확장 이전한 낙지볶음집. 40년 전통이라는 내공도 쌓은 집으로 익히 방문한 자들은 알 것이다. 입구에 떡 하니 붙은 한화이글스 시절의 류현진 선수의 사진이 반겨주는 집, 서구 용문동의 '충무할매낙지볶음'을 한 번 만나보도록 하자.



※ '충무할매낙지볶음' 요약 정보 ※

- 영업시간 매일 10:00 ~ 23:00

- 주차 가능 (가게 뒤편으로 전용 주차장 구비 중)

- 테이블식 구조 / 화장실은 내부였던 것 같은데, 기억이 정확지 않다.

- 과거 용문동과 탄방동의 경계에서 시작, 용문역 6번 출구에 위치해 있었으나 현재의 위치로 확장 이전.

- 구 시절에는 그때 기준으로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이 운영 중이셨었는데, 현재는 보이시진 않더라.

- 몸통 그대로의 산낙지 전골 및 철판 볶음을 다루는 곳.

- 물가 상승으로 현재 기준으로 애매한 면이 있지만 확실히 시작가는 저렴한 편이었다. 산낙지 요리를 익히 즐기는 이들이라면 알겠지만 저렴한 가격의 이유는 중국산 낙지이기 때문. (국산 낙지볶음은 금액이 월등히 높아진다.)

- 매번 방문 시 즐기는 낙지전골만 두고 보자면 무난하게 맛있다. 칼칼하게 끓여 먹는 맛이 술꾼들이 참 좋아할 만한 맛.

- 괜한 기분 탓일지 모르겠으나, 탄방동 시절이 조금 더 맛났었다 생각되는데. 어린 시절의 멋모름일지 그리운 추억 탓일지 모르겠구나.

- 개인적으로 극상의 맛집까진 아니어도 대전에서 추천하고픈 집으로는 뽑히는 곳.

- 마무리로 낙지 머리를 갈라 나오는 먹물 섞인 그윽한 양념에 볶아먹는 볶음밥은 지금도 좋아한다.



이전한지도 10년은 더 넘은 듯한데, 정말 큼직하게도 확장 이전한 '충무할매낙지볶음'의 모습. 아이폰의 확대샷에도 간판이 다 잡히질 않는다. 기술했다시피 예전의 위치를 중요한 순간에 가족들과 이따금 찾았었는데, 당시 방문도 부모님께 중한 말씀을 고할 자리였으니, 참. 인생의 굵직한 순간을 또 함께 하는구나.

필자 개인적인 애정이 담기고도 남을 집이다.



좌식이었던 내부는 이제 테이블식으로. 확장 이전을 했으니 비좁은 내부에서 식사하던 용문역 시절과는 다르게 자리 걱정은 크게 없다.



메뉴판으로 넘어가 보자. 낙지전문점답게 낙지 위주의 메뉴들이 한가득 포진. 볶음도 볶음이지만 넉넉한 국물 맛보기가 좋아 자주 시키는 전골. 산낙양곱전골로 주문을 한 필자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 할 수 있으나, 음. 접해보았었던 부산의 낙곱새보단 깔끔한 맛과 매력으로는 훨씬 월등하단 생각. 중국산이긴 하지만 여긴 머리도 통짜로 나온다.



밑찬은 여기에 시래기 된장국 정도. 겉절이는 해둔지 꽤 된 녀석인지 그냥저냥 한 정도더라. 나머지 찬들도 묵묵한 느낌이 있어 그리 집중이 되진 않았다.



그래도 뭐 이 녀석은. 추억의 녀석. 만날 때마다 그 시절이 생각나기도 하고 좋다. 상회를 운영하시던 어머니셨기에 외식의 기억이 적었던 필자인데. 그래서인지 인접한 이곳에서의 초저녁 식사는 참 기억에 남는단 말이지.

자, 먼저 산낙지양곱창전골의 시작 단계의 모습이다. 위로 얹어진 부들부들해 보이는 녀석이 소 내장탕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양(소의 위)이다. 익숙한 낙곱새와는 다른 새로운 조합. 낙곱은 흔해도 양이 더해진 전골, 볶음은 참 드물지 않나?



여하튼 간 이제 끓기만을 기다려주면 되시겠다. 먹기 좋은 타이밍에 사장님이 찾아와 가볍게 손질을 해주시고 시식 스타트를 끊어주시는데. 좋다. 가족들과 함께하는 명절에 만난 '충무할매낙지볶음'. 시원한 국물은 여전하구나. 머리는 쉽게 익질 않기 때문에 한쪽에서 좀 느긋하게 끓여두고 당면과 함께 나머지 녀석들을 먼저 후루룩 즐겨주면 된다.


여담으로 여태껏 국산인 줄 알고 즐기셨다는 어머니. 뭐, 크게 상관없다. 맛 차이도 그리 크지 않고 종로의 유명 낙지집들도 태국산, 중국산 낙지들을 쓰고 있으니 말이다. 전골류에서는 크게 맛으로는 편차가 없는 듯하니 저렴한 값에 즐기는 맛이지.



이어 마무리 단계에 풀어주는 먹물. 낙지와 쭈꾸미 세계관에서 제일 좋아하는 파트다. 뻘건 국물에 거무튀튀한 색상이 더해질 때 말이다. 맛이 정말 그윽해지는 것이 좋지. 이 조합을 좋아해서인지 철판 볶음에 낙지 머리가 없으면 섭섭하더라.

이렇게 즐겨주다가 바로 꺼내야 하는 비기가 있으니.



볶음밥이다. 먹물 섞인 양념 국물에 볶아냈으니 먹물볶음밥이라 하자. 맛은 뭐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일반 볶음밥에 비해서 진득한 맛도 월등히 높고, 꼬들꼬들 볶음밥과는 다르게 걸쭉한 볶음밥이 참 별미. 방문 시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요소로 추천하는 볶음밥. 양념에 먹물을 섞는 것도 필수다.

그렇게 추억의 낙지전골은 중요한 순간, 또 함께.


그래, 글을 쓰면서 생각해 보니 그렇구나. 외식의 추억이 적었기에 이 집에서의 추억이 더 각별했었나 보다. 어머니가 상회를 그만두시고 이곳을 함께 찾았었으니 말이다. 비유가 우습긴 한데, 먹물 섞인 양념장처럼 가슴이 먹먹해진다.



고독한 먹기행

용문동에서 몇 안 되는 긴 시간 장사를 이어가는 집.

구 현지인의 대전 용문동 추천 맛집 되시겠다.





고독한 먹기행 티스토리 블로그

http://lonelyeating.tistory.com


작가의 이전글 낙지, 갓김치가 들어간, 여수 '구봉만두'의 삼합만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