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88) - 은평구 녹번동의 '서부감자국'
이미 블로그에서 자주 언급한 적이 있는 집. 은평구에서 그 유명세로는 손에 꼽을 집인데, 필자 역시 가장 많이 방문한 집 중 하나이기도 하다. 남긴 사진들은 적어 지난 글에 꽤나 아쉬움이 묻어 있었는데, 최근 방문할 기회가 있어 2차전의 글을 집필할 수 있게 되었다.
은평구 토박이인 지인 또한 이곳을 극찬할 정도로 인근 주민들에겐 꽤나 상당한 사랑을 받고 있는 집이다. 단, 흔히 아는 진하고 걸쭉한 감자탕 아닌, '시작은 조금 맑게' 라는 초식을 보이는 독특한 감자국이니, 호불호는 꽤나 갈리겠다.
응암동의 감자국거리까지 쟁쟁한 집들 사이에서도 손에 꼽히는 집, 은평구청 인근의 '서부감자국'을 살펴보도록 하자.
※ '서부감자국' 요약 정보 ※
- 영업시간 매일 11:00 ~ 23:00 (과거엔 24시간이었으나 코로나 시기로 인해 변동된 것으로 안다.)
- 주차 가능 (다만 가게 앞 4~5대 정도로 주차를 해야 하는데 복불복, 번거로움은 있겠다. 8분 정도 걸어도 상관이 없다면 널찍하고 저렴한 '은평평화공원 지하 공영주차장' 이용을 추천.)
- 대중교통 이용 시 6호선 '역촌역' 또는 3호선 '녹번역'에서 내려 도보 8분 정도.
- 테이블식 구조 / 화장실은 반 외부. (남녀 분리였던 것으로 기억.)
- '봉희설렁탕'과 함께 '국, 탕'을 다루는 음식점들 중에선 은평구에서 가장 유명하지 않을까 싶다.
- 진하고 걸쭉한 스타일의 감자탕 아닌 살짝 맑은 느낌의 감자국 스타일인데, 끓이면 끓일수록 맛은 더욱 올라온다. (필자의 경우 초반의 맑은 맛에 반했었지.)
- 우거지 추가는 필수. (=우거지 감자국 메뉴가 있는데, 양념이 살짝 된 우거지가 들어가 가급적 추천한다.)
- 감자국과 함께 이 집의 가장 큰 매력으로 진한 양념의 김치를 뽑고 싶구나. 볶음밥도 괜찮긴 하지만 겉절이스런 김치로 인해 밥 한 공기를 뚝딱하는 필자다.
- 개인적으로 서비스는 심히 아쉽다. 계신 아주머니에 따라 응대가 다르긴 해 복불복인데, 납득하기 어려워 인상이 찌푸려진 기억도 여러 번. 다만 맛에 순응해 그래도 찾는 집이다.
일요일 점심으로 찾은 서부감자국. 필자가 이곳을 찾는 시간대는 주로 이 시간대다. 해장 겸 찾았다가 느낌이 오면 점심 반주를 가볍게 걸치기도 하고 말이다. 지난 글로도 기술한 바 있는데, 도착하자 느껴지는 매력이라면 이곳의 간판. 은평구 신사동의 '봉희설렁탕'과 함께 간판이 매력을 더해 주는 집이기도 하다.
열린 창들 사이로 박작한 사람들을 보면 아, 이 집 꽤나 내공이 있구나 절로 납득하게 되는데.
들어온 내부. 외관에서 보이는 그늘진 어두움 대신 들어가면 이렇게 탁 트인 전경이다. 그리고 역시나 인상 깊은 것은 곳곳에 보이는 유명 인사들의 흔적들까지. 첫 방문에서도 뭔가가 있구나 하고 끄덕였던 기억이 나는구나.
이날은 메뉴판을 대신해 계산서를 촬영했는데, 매번 그렇듯 우거지감자국을 주문. 기본 감자국을 시키면 이따금 우거지는 추가하지 않을 것인지 여쭤봐 주신다. 잘 삶아 질기지 않은 양념된 우거지가 함께 들어가니, 꼭 우거지감자국 또는 기본 감자국에 우거지 추가를 추천.
주문과 동시에 큼직한 감자국 냄비가 놓이고 차려지는데, 지난 블로그 글에서 제대로 소개하지 못했던 아쉬움.
바로 이 녀석이다. 서부감자국의 배추김치. 겉절이도 아닌, 그렇다고 김장김치도 아닌 절여진 짙은 양념의 김치. 감자국도 감자국이지만 필자가 꼽는 이 집의 매력 포인트 중의 하나는 바로 저 김치다. 아주 간혹, 무더운 여름이면 녀석이 시큼하게 익어 나올 때가 있는데. 아, 그런 때면 심히 슬퍼지더라. 익지 않은 상태로 쌀밥과 즐기는 행복이 상당하니 말이다.
그래, 이렇게. 감자국 마무리로 볶음밥도 괜찮지만, 늘 이 한 공이 참 좋아 공깃밥을 주문하는 필자다. 쌀밥에 녀석을 얹어 먹으면 금세 한 그릇 뚝딱. 감자국을 푹 끓여 접하기 전, 녀석과의 승부는 끝나 버린다.
이어 독특한 모양새를 자랑하는 '서부감자국'의 우거지감자국 小짜. 주문과 동시에 나오는데, 일반적인 감자탕스럽지 않아 생소할 수 있겠다. 더불어 보이는 것과 같이 시작이 꽤나 맑다. 시원하고 개운한 국을 먹는 느낌도. 감자탕 아닌 감자국의 키워드가 확실히 어울리는 맛.
스며든다. 라는 말이 여기에 어울리겠구나. 점점 스며든다. 감자국도 스며들고, 필자도 그 맛에 스며들고 말이다. 끓일수록 맑던 국물이 서서히 진해지고 간이 올라오기 시작하는데, 이로 인해 호불호가 갈릴 수 있으나 필자는 처음 만난 순간, 초반의 맑은 깔끔함이 참 좋더라. 연인과 함께 주저 없이 반주를 결심했었고 말이다.
느끼기에 저 살코기들은 푹 끓여야 보다 부드러워지는데, 때문에 초반은 맑은 국물로 목을 시원하게 개셔냈다가 이후에 고기와 함께 올라온 국물을 즐기는 편.
참 서비스는 그때그때 달라 심히 아쉬운 부분이 있으나, 대체재가 없으니 찾을 수밖에 없는 집이기도 한데.
뭐 그래도 미운 정이라 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정신없이 녀석을 즐기는 필자이니 말이다.
시원하고 맑은 스타일의 감자탕으로 유명세를 떨치는, 은평구 '서부감자국'에 관한 이야기였다.
고독한 먹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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