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검도 회고-머리 치기, 답이 없지만 답을 찾는
속상함, 혼란스러움, 두려움, 그리고 지루함 아주 약간.
지난달동안 도장에서 호구를 쓰고 머리 치기를 연습하면서 느낀 감정들이다. 호면까지 다 쓰고 일어나서 연격을 할 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문제는 본격적으로 돌아가면서 상대를 바꿔 머리 치기를 연습할 때였다. 평소에도 이 동작을 할 때 손발 박자가 잘 맞지 않아 애를 먹었고, 지금도 씨름 중이다. 예전에는 발이 느리니 발을 좀 더 빨리 구르라는 말을 들었고, 지금은 반대로 발이 땅에 먼저 떨어지니 팔로 칼을 좀 더 빨리 내리치란 말을 듣고 있다. 이것 때문에 운동을 다시 시작했을 때, 처음 한 달 동안은 내내 타격대로 머리 치기만 연습했다.
일단, 했다. 동작을 빨리 하면 손발을 거의 동시에 움직이게 되지만, 요지는 손발이 맞지 않는단 거니까.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혼란스러웠다. 칼을 먼저 내리치고 발을 구르면 ‘기검체일치’가 안되는데…?! 어떤 날에는 되는 것 같다가도, 다른 날에는 예전의 타격이 나와서 또 같은 말을 듣기도 했다. 머리와는 달리 몸이 머리대로 움직여주질 않는다. 여기서, “이걸 이해해야 한다”라는 말이 나오면 허탈하기도 했다. 애들에게도 이 말을 할 때가 있는데, 사람을 이렇게 미치게 하는 거였단 걸 다시 체감한다. 몸치인 내가 이럴 정도니 말 다했다. 요즘에는 대련하면서 아주 조금 감이 잡힌 것 같았는데, 어느 날엔 또 발이 먼저 땅에 떨어졌다. 나도 나름대로 손발을 맞춰 빨리 움직이려고 파지법도 바꿔보고, 기억을 살려 칼을 들 때 다리를 들어 발구름을 미리 준비해 보기도 했다.
그런데 연습하면서 또 같은 말을 들으니, 타격하려고 뛰어드는 순간에 뭔가 꺾이는 것 같았다. 이제 조금 알겠다, 더 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더 해 봐야지- 하는 생각들이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예전에 연습할 때도 같은 문제로 많이 혼나기도 했고, 그래서 슬럼프를 예상보다 길어지기도 했지만 뭐랄까,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가슴이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이게 뭘까, 왜 그럴까, 생각하며 다른 아이들이 머리 치기를 하는 것도 살펴봤다. 그때 계속 귀에 들리는 단어가 있었다.
“그렇게 치면 시합 못 이겨.”
“아까처럼 치면 시합에서 점수 안 나와.”
“그렇게 치면 시합하다가 맞잖아.”
“지난번 시합에서도 머리 칠 때 발이 말렸잖아. 다음 시합에서도 그렇게 칠 거야? “
검도를 연습할 때는 기본기와 함께 자유 대련도 포함되고, 대회가 있을 경우 평소보다 연습량을 늘리기도 한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시합이 전부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동작이 잘 되지 않아 답답하고 속상한 것은 내 몫이다. 굳어진 동작을 한 번에 바꾸는 것도 아이들보다는 쉽지 않지만, 그래도 연습해서 1mm라도 나아질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것도 내 몫이다. 이건 감당할 수 있다. 물론, 시합에 나가서 이기면 그것도 나름대로 유의미하고 뿌듯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 많이 짧지만 그동안 내가 보고, 듣고, 배운 검도는 ‘평생검도’이다. 나는 할머니가 돼서도 죽도를 잡고 싶다. 요새 좀 예민해져서 이런 생각까지 간 것일 수도 있지만, 아무튼 그랬다. 머리 치기가 어려웠다. 그동안 했는데도 모르겠고, 할수록 혼란스럽고, 검도에 무조건 이렇게 해야 한다는 답이 있는 건지,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알고 싶었다.
그렇게 머리 치기에 꽂혀서, 집에서 유튜브로 우리나라와 일본을 넘나들었다. 팔과 다리 중 무엇이 먼저 아래로 내려오는지 알고 싶었다. 예전에 검도를 배웠던 관장님께도 참고할 만한 영상과 전에 보여주신 일본 검도 지도자의 이름을 알려달라고 부탁드렸다.
“발 구른 순간에 타격을 맞추세요. 느리게 보면 보통은 치고 난 후에 발구름이 나죠.”
이 말은, 느리게 보면 대부분 발구름 전에 팔이 먼저 나가서 상대의 머리를 친다는 얘긴데? 사진을 찾아보니 팔을 쭉 뻗었을 때 오른쪽 다리가 아직 내려오기 전인 것도 있다. 그러면… 머리가 아파왔다. 난 왜 자꾸 팔을 먼저 뻗으란 얘기를 듣는 것인가. 몸은 내 맘 같지 않고, 이해가 여전히 잘 되지 않는 말을 계속 들으니 지치고, 내가 문제인 건가, 이래저래 답답해서 결국 관장님께 소심하게 툴툴댔다. 검도가 디테일에 미치는 운동이라더니, 환장하겠네. (그런데 이게 이제 시작이란 게 함정.)
고구마가 먹다가 목에 걸린 듯한 기분으로 저녁을 억지로 먹었다. 그리고 이 찝찝한 기분을 잊으려고 1시간 동안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을 보며 웃어젖히고 나니 밤 10시. 다시 적막이 찾아왔다. 며칠 전부터 어깨와 허리가 아파서 무거운 몸뚱이를 이끌고 식탁에 앉아 라디오를 들으려고 아이패드를 켰다. 그런데, 톡이 한 통 와 있었다. 관장님께서 보내신 것이었다. 제목이 일본어로 돼 있었다. 타격하면서 죽도를 쥘 때 유의점과 교정 방법을 소개한 영상이었다.
파지법?
우리말 자막을 참고해서 보는 동안 알았다. 내가 전체를 놓치고 있었단 것을. 머리 치기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죽도를 쥐었을 때부터 생각해 봤어야 했는데, ‘칼을 먼저 내리라’라는 말에만 매몰돼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던 것이다. 발의 움직임과 죽도를 쥔 뒤 두 손과 팔을 어떻게 올리는 지도 함께 봐야 한단 것을 잠시 잊었던 것이다. 관장님께서는 보다 크게 그 과정과 원리를 전체적으로 크게 보라고 하시는 것 같았다. 그 뒤로 파지법부터 다시 다듬고, 왼쪽 다리를 축으로 무게 중심을 걸고 있어야 한다는 말도 연습할 때 되뇐다.
그러고 보니 또 하나 놓치고 있던 것. 지금은 검도를 하면서 궁금한 부분은 내가 스스로 각종 자료를 짬짬이라도 찾아보고 있다는 것이다. 특정 동작에 관한 것도 구체적으로 질문할 정도가 됐다. 죽도를 처음 쥐었을 때와 비교하면 이것도 성장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맞고 틀림의 여부, 시합과 승패 여부를 떠나 검도에 대한 나만의 생각과 안목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힘이 아주 조금은 생겼다는 것을, 지난달 또 한 번의 고비를 지나고 나서 알았다. 그날, 관장님께 톡으로 하소연하기 전 조금만 더 참을걸- 후회하고 있었는데 시간을 내서 영상을 보내주신 것이 그래서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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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검체일치 : 기합과 손발을 활용한 타격이 동시에 이뤄지는 상태
*사진 출처 : 핀터레스트
*그림 : 프로크리에이트로 직접 작업 (연필 스케치, 아크릴 채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