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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아이 Jan 11. 2024

친구들은 연결고리

휘청휘청 외줄타기 엄마라서

지금 전국 방방곡곡에서 한창 육아 중인 80년대 태어난 부모 세대와 비교해 보면 요즘 어린이들은 엄청나게 바빠졌다. 우리 때에는 그래도 초등학교까지는 학교 꼬박꼬박 나가고 숙제나 해가면 되었는데 요즘은 초등학교 저학년들도 너무 바빠서 놀이터에서 놀 시간도 별로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아날로그 시대의 할머니 육아 스타일이라서 뭐니 뭐니 해도 역시 아이들은 잘 먹고, 잘 자고, 잘 노는 게 제일 좋다고 굳게 믿고 있는 중이다.


'어릴 때는 신~나게 실~컷 노는 게 최고지'

다행히 남편도 나도 이 부분이 똑같아서 이제까지 아이들 교육 문제에 있어서는 큰 어려움은 없었다. 낮에 바깥에서 일하다가 통화로 내가 아이들이 지금 '놀고 있다'라고 말하면, 언제나 남편은 흡족하고 안심했다. 그래서 나도 더욱 마음 편하게 아이들이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데 신경을 쓸 수 있었던 것 같다.

학기 중에는 '학교에 다닌다고 오전까지 앉아 있어야 하니 학교 마치면 바로 놀아라 해야겠네.'

방학이 오면 '방학인데 애들 평소에는 못했던 것들 여러 가지 하면서 놀아야겠네.' 이러면서.


두 아이를 기르면서 지켜보니 아이들은 유창히 말을 할 수 있게 되고, 재빨리 뛸 수 있게 되는 무렵부터 친구들과 노는 것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커가면서 점점 더 부모의 비중은 적어지고 친구의 비중이 커진다는 것이 느껴졌다.

부모는 보호를 하고 의무를 주고 경계를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하지만, 또래들끼리는 그런 것 없이 오로지 순수하게 즐거움과 동질감을 바탕으로 하는 상호 작용만 주고받으니 당연히 게임이 안 되겠지.


친구들은 엄마인 내가 아이들과 하루종일 같이 있으면서 줄 수 있는 웃음의 20배를  2시간 만에 퍼부어 줄 수 있는 강력하고 대단한 존재들이다.

나는 꼬물이와 말랑이 방과 후에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같이 놀 때는 모두 나눠 먹을 수 있게 날마다 가방 터질 듯 간식을 싸갔고, 바깥에서 못 노는 날이면 우리 집에 다 불러서 해질 때까지 놀다가 가게 했다.

집 치우는 것도 누구를 대접하는 것도 손님 오는 것도 딱 귀찮아하는 극강 귀차니즘 내향형 인간인 나이지만 애들 친구들만은 예외였다. 동네 친구들은 그냥 손님이 아닌 '엄청나게 귀한 손님'이니까.


찐~하게 사랑하는 내 아이들이지만 솔직히 나는 아이들과 노는 것이 엄청나게 재미있지는 않다.

혼자 노는 것이 가장 재미있고, 그다음은 남편 약 올리면서 노는 것이 재밌고, 그다음은 나랑 비슷한 관심사나 전공인 친구들과 수다 떨면서 노는 것이 재미있고, 그다음으로는 우리 집 도마뱀을 손에 올려놓고 구경하며 노는 것이 재미있고, 미안하지만 그다음이 꼬물이와 말랑이와 노는 것이다!

이렇게 생겨먹은 엄마가 절대로 주지 못하는 즐거움을 우리 아이들에게 속 시원하게 주니, 그 친구들이 당연히 귀하지 아니할까?

그깟 간식 몇 개가 별거냐??


나는 아이들이 동네의 여러 친구들과 놀아보는 경험을 하기를 원한다.

물론 크면 저절로 자기와 결이 맞는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더 친해지겠지만 어린 시절에는 세상에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보면서 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서이다.


딸 꼬물이가 친구들과 놀며 자라는 모습을 보니,

상상력이 풍부하고, 말하기와 책 읽기를 좋아하는 친구는 아이를 흥미로운 이야기의 세계로 이끈다.

소유욕이 강하고, 질투심이 많은 친구는 아이에게 친구 간의 지켜야 하는 선을 깨닫게 한다.

혼자서 척척 잘하는 독립적인 친구는 아이에게 언니처럼 형처럼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준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어려워하는 소심한 친구는 아이에게 친구를 챙겨주고 배려하는 마음을 갖게 한다.

관심받기를 좋아하고, 뭐든 열심히 하는 친구는 아이에게 나도 잘하고 싶다는 좋은 자극제가 된다.


아들 말랑이가 친구들과 놀며 자라는 모습을 보니,

키가 크고 운동을 잘하는 친구는 아이의 신체활동을 도와준다.

공격적이고 경쟁심이 강한 친구는 아이에게 놀면서 지켜야 할 규칙을 알게 한다.

똑똑하고 셈이 빠른 친구는 아이에게 배움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게 한다.

또래보다 발달이 느린 친구는 아이에게 친구를 대할 때 가져야 하는 인내를 느끼게 한다.

온순하고 친절한 친구는 아이에게 다정한 우정과 배려하는 마음을 가르쳐 준다.


친구와 많이 놀아 보는 것만큼 유용하고 중요한 공부가 이 시기에 또 무엇이 있을까?

친구들은 아이들이 세상과 연결되는 가지각색의 연결고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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