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청휘청 외줄타기 엄마라서
아이를 키우는 방법에 대한 정보를 얻는 방법은 쉽다. 손가락만 까닥하면 최고 전문가들이 말해주는 육아 방법과 최신 교육정보를 찾을 수 있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히 누군가가 정리해서 말해주는 '정보'가지고는 부족했다. 어쩌면 너무 많은 정보들 때문에 더욱 헷갈리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고, 주눅 들기도 했다.
전문가나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내 아이를 가장 잘 아는 엄마인 나의 길과 방법을 찾아가야 하는 것이었다. 그래야 그 정보의 홍수 속에 푹 빠져서 팅팅 불어 터지지 않고 내가 단단하게 주도권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것 같았다. 모두가 다른 말을 하는데 남의 말만 듣는다면 도대체 누구 말을 들어야 할지 몰라 허우적거리기만 할 테니까 말이다.
엄마가 되고 제일 어려웠던 점은 내가 아이에게 모범이 되는 좋은 모습을 한껏 보여주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참으로 아쉽게도 나에게는 엄마로서 바람직하지 않은 점들이 엄~~청 많다.
너무 겸손한 것 아니냐고? 응 아니야.
우선 나는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싫다.(진심으로)
아침밥을 먹는 것은 더 싫다. 그 먹은 것들을 치우는 것은 더더 싫다. 다 먹고 아침부터 어딘가로 나가는 것은 더더더 싫다. 그런데 누군가를 아침에 깨우고 아침을 준비하고 치우는 것으로 매일 아침을 시작해야 한다.
게다가 나는 원래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에 크게 관심이 없고 다른 사람들의 말을 오래 듣고 있는 것을 무엇보다도 싫어한다. 대부분 지겹기도 하고 보통 재미가 없어서. 그런데 하루 종일 다른 사람(내 아이들이라 할지라도) 들이 쫑알거리는 것을 들으며 거기에 답하며 하루를 보내야만 했다.
너.무.나. 어려웠기 때문에 도리어 쉽게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수많은 육아서를 읽으며 수 천 번 기가 죽고, 수 만 번을 자책감에 시달렸는데 그중 어떤 책에서 나에게 한 줄기 빛 같은 구절이 있었다. '한 아이를 진짜 망쳐놓기란 절대 쉽지 않다는 것. 아이들은 자기 고유의 생명력과 자생력을 가지고 태어나기 때문에 어른이고 보호자라고 해도 오랜 시간 작정해서 마음먹고 훼방 놓는 것이 아니라면' 괜찮다는 부분이었다.
그래! 괜찮을 거야!! 하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리고 아이를 '내가' 어떠어떠한 모습으로 만들어서 키우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원래 '자기가' 생긴 모습대로 잘 자랄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겠다 싶었다.
뭐 거창하게 말할 것도 없이 예전에 우리 엄마나 엄마를 키웠던 할머니들이 아이들을 키우는 것처럼 그냥 그렇게. (어쩌다 보니 할매니즘 육아? 그러다 보니 동네 엄마들 보다도 조부모 육아 중이신 동네 할마 친구들이 많아지긴 했지만)
건물을 지어 올리는 건축가보다는 나무를 기르는 정원사처럼 조금은 가볍고 조금은 상큼하게.
빌딩은 주변 건물들보다 높이 번쩍거리게 지어 올리면 우와~잘 지었다 하겠지만 나무는 다르다.
나무가 잘 자라려면 주변 환경의 도움을 받으면서 자연의 여러 생물들과 어우러져야 한다.
숲이라면 더없이 좋겠지. 다른 식물들과 같이 땅 속에서 서로의 뿌리들이 얽히기도 하고, 강풍이 불 때는 서로 바람막이도 되어주기도 하면서 말이다.
부디 내 아이들이 커서 홀로 비쭉하게 높이 서서 옆에 아무도 없는 외로운 빌딩이 아니라, 옆의 나무들에게 그늘도 되어주고 작은 동물들에게 열매도 나눠 주는 숲 속 나무 같은 사람으로 자랐으면 한다. 그렇게 살았으면 한다.
이왕이면 큰 나무.... 음 천연기념물 정도 되는 엄청난 둘레와 포스를 가진 그냥 한 그루 나무처럼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