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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오점, 내 삶의 힘으로 바꾸기

by 또 다른세상

사람을 얻는 지혜 / 발타자르 그라시안 / 현대지성

5부 지혜는 내면의 절제에서 나온다.

내면

161. 결점은 완벽함을 가리는 오점이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결점을 피할 수 없다. 사소한 결점 하나가 전체 이미지를 흐리게 하고, 자기 눈에는 장점으로 보일 수 있는 행동도 타인에게는 불쾌함을 줄 수 있다. 모든 사람은 남의 결점을 찾아내는 데 익숙하다. 그러나 반대로 좋은 점을 칭찬하거나 감탄할 때는 조용히 관망하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순간에는, 탁월한 장점 속에서 비판적 판단을 끌어낼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것이 성숙한 인간관계와 자기관리를 위한 첫걸음이다.


오늘 하루, 항암 치료를 받고 돌아오는 길에서 나는 이런 생각을 더욱 깊이 느꼈다. 병원에서는 혼자였기에 정신을 바짝 차리며 움직였지만, 집 근처 지하철역에 도착하자 긴장감이 풀리며 피로가 몰려왔다. 머릿속에서는 이미 침대 위 전기장판을 고온으로 올리고 지친 몸을 편히 쉬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맴돌았다. 그렇게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새벽 5시 30분에 집을 나서, 지금 시간이 오후 5시 30분이다. 가방 속에는 야심차게 책 한 권을 챙겨 보았지만, 결국 펼치지도 못했다.


채혈, 대기, 접수, 진료, 채혈 결과 확인, 항암 가능 여부 확인, 약 처방, 항암 접수, 대기, 항암, 식사, 지하철 이동까지. 혹시 잊은 것은 없는지, 질문은 제대로 했는지 끊임없이 점검하며 움직였다. 마음을 내려놓고 보니, 예상과 달리 모든 일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오늘 하루의 작은 성취이자, 큰 행복이다.


처음에는 나를 위해 운전기사를 해 주겠다던 아들도 새벽에 일어나지 못했다. 결국 대중교통을 이용해 병원을 다녀왔지만,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 마음에 걸렸는지, “시간 알려주면 차로 데리러 갈게”라는 연락이 왔다. 조금 걸어도 괜찮음을 확인하고, 오지 말라고 답장했다. 집에 도착하자, 미안해하는 아들의 얼굴과 걱정스러운 친정엄마의 시선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힘없는 모습으로 들어갈 필요는 없었다. 농담을 섞어 자연스럽게 들어가는 것이 진정한 나의 모습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엄마는 “왜 이렇게 늦었어? 어디서 쓰러졌을까봐 걱정했잖아. ”라며 나를 바라본다. 웃으면서 "어떤 인간이 나를 위해 운전기사 된다고 했는데. 자고 있더라고, 대중교통으로 오다보니 시간이 걸렸네." 어제까지 여기저기 아프다고 하던 사람이, 딸 걱정만 하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엄마에게 상황을 더 설명하려는 순간, 아들이 슬금슬금 나와 “그 인간 안 되겠네”라는 농담을 던졌다. 순간 어이가 없어서 서로 웃었고, 자연스럽게 마음의 긴장이 풀렸다.


힘들고 아픈 표정을 지어봤자, 한 명이 아픈 것이 곧 세 명이 아픈 것이 된다. 씩씩하게 들어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과정에서 깨달은 점은, 인생은 결국 죽을 때까지 ‘자기 자신을 관리하고 표현하는 영업’의 연속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이미지와 표현 방식은 곧 자신을 대변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감정에 휘둘려 표현하면 자신뿐 아니라 주변까지 상처를 입힌다.


사람들은 종종 다른 사람의 순간적인 실수나 결점을 기다리고, 이를 소문 내며 반응을 즐긴다. 자신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않지만, 타인의 동조나 공감에서 위안을 얻는 착각에 빠진다. 그렇기에 우리는 말을 조심하고, 자기 자신에 대한 영업력을 지속적으로 키워야 한다.


영업력은 단순히 외적인 이미지 관리만이 아니다. 말과 행동, 표정, 태도까지 포함되는 종합적인 자기 표현이다. 감정이 힘들 때에도 이성을 유지하고, 적절하게 표현하며, 불필요한 비난과 판단을 삼가야 한다. 하루를 돌아보고, 자신과 타인을 위해 적절한 판단을 내릴 줄 아는 사람이 결국 자신과 주변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온다.


결점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나 결점을 단순히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고, 인지하고 관리하며, 필요한 순간에만 드러낼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반대로 장점을 드러낼 때는 과시보다는 조용히, 필요한 순간에만 빛을 내도록 한다. 이러한 자기 관리가 쌓이면 오점은 줄고, 진정한 완벽에 가까워질 수 있다.


오늘처럼 힘든 하루에도, 스스로를 점검하고, 감정을 다스리며, 주변과 적절히 소통하는 과정 속에서 작은 행복과 만족을 얻는다. 삶은 결국 연속된 선택의 연속이다. 결점을 인정하고 관리하며, 자신의 표현과 태도를 현명하게 선택하는 사람은 자신과 주변 모두를 지키는 법을 배우게 된다. 작은 배려, 적절한 자기 표현, 타인과의 건강한 관계 관리. 이 세 가지가 삶을 단단하게 만들고, 우리의 하루를 의미 있게 만든다.


결점은 완벽함의 방해물이지만, 동시에 성장의 기회다. 자신을 돌아보고, 주변을 관찰하며, 자신의 행동과 말에 책임을 지는 사람만이 진정한 자기계발을 이루고, 삶에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경험할 수 있다. 오늘 하루처럼, 작은 성취와 평온을 느끼며 집으로 돌아올 때, 우리는 스스로의 성장과 삶의 의미를 확인한다.


결국, 인생은 자신을 관리하고 표현하며, 타인과 현명하게 관계 맺는 영업의 연속이다. 결점을 이해하고, 장점을 적절히 드러내고, 감정을 통제하며, 말을 조심하고, 자기 자신에게 책임을 지는 삶. 그것이 삶을 단단하게 만들고, 우리에게 진정한 평화와 행복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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