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저래 최근 발매된 책을 뒤지다가 제목이랑 설정이 흥미로워서 고르게 된 책이다. 『The Collected Regrets of Clover클로버의 후회 수집』라는 제목과 설정을 보고 상당히 어둡고 무거운 내용을 기대했지만, 예상보다는 훨씬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Death doula(죽음이 임박한 사람들 곁에서 끝을 맞이하는 데 도움을 주고 곁에 있어 주는 사람)이고, 그 직업적 특성으로 인해 매번 죽음에 둘러싸여 지낸다. 하지만 이 소설은 놀랍게도 로맨틱 코미디 같은 밝고 귀여운 면이 있다. 개인적인 기대와 어긋나기는 했지만 상당히 가벼운 마음으로 편안하게 읽을 수 있어서 생각보다 긴장을 풀고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를 그저 설정 중 하나로 두는 정도로 피상적으로 다루지는 않는다. 주인공이 마주한 다양한 죽음을 보여주면서 삶과 죽음에 관련된 심오한 부분을 충분히 진지하게 다룬다. 주인공 성격 자체가 진지한 편이라 죽음과 삶에 대해 고찰하고 고민하는 면이 충분히 묘사되어 있다. 하지만 전체 이야기는 흐름은 그렇게 죽음을 자주 접하는 클로버라는 인물의 일상적인 삶을, 그리고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에 짓눌려 버린 생활을 어떻게 조금씩 회복하는지를 보여준다.
클로버의 자신의 직업을 통해죽어가는 이들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을 나름대로 분류하여(후회, 조언, 고백) 수집한다. 죽어가는 이들의 이야기에서 얻은 지혜로 클로버는 타인들이 후회한 것을 본인이 후회하는 일 없이 살고자 노력한다. 이 아이디어는 그럴싸해 보이지만 실제로 후회를 피하고자 하는 클로버의 삶은 활력이 넘치는 삶보다는 모든 게 멈춰버린 죽음에 가깝다. 과거의 상처와 실패의 반복을, 그리고 이후에 찾아올 후회를 피하고자 애쓰는 클로버는 모든 것을 억누르고 있다.
이전까지 여러 가지로 억압되어 있었던 클로버의 삶이 본인이 의도치 않게 마주하게 되는 새로운 인물들, 사건들로 인해 확장되면서 느리지만 천천히 변해간다. 읽고 있다 보면 클로버가 인식하고 있지 못했을 뿐, 사건들 이전에도 클로버 주변에는 내내 클로버를 아끼는 좋은 사람들이 계속 있었다. 그리고 현재의 클로버의 어둠을 만들어낸 과거에 상처를 준 인물들과는 전혀 다른 태도로 클로버에게 다가오는 좋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등장한다. 그렇게 클로버는 주변의 새로운 관계를 맺으며 변화해 나간다.
클로버는 항상 '죽음'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지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신의 현재, 그러니까 '삶'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죽음'이라는 개념을 제대로 마주함으로써 진정한 삶의 의미를 깨달아간다.
주인공인 클로버는 직업에 있어서도 그렇고, 매번 죽음에 임박한 사람들과 끊임없이 만나면서 다른 사람보다 죽음에 대해서 훨씬 더 많은 것을 이해하고 있고 어떤 면에서 죽음을 잘 받아들이고 있다고 착각하기 쉬운 상태에 놓여있다. 하지만 클로버는 오히려 죽음이란 개념에 지나치게 집착했고, 그로 인해 현재의 삶을 제대로 마주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작가는 '진정으로 죽음을 제대로 마주할 때, 결국 현재의 '삶'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책 속의 클로버의 모험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죽음에 대해서 나름대로 생각하고, 그리고 다시 삶에 대해 고찰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