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주인공의 사회화 성공기?
이 책은 제목 그대로가 말해주듯, 이상한 샐리 다이아몬드가 주인공이다. 주인공은 비사회적이고, 사람들과 어울릴 생각도 없으며, 사회에서 통용되는 상식과는 동떨어진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 이것은 단순히 무례하고 위협적이라기보다는 정말로 사회적인 관습을 일절 인식하지 않은 행동에 가깝다. 심지어 이 주인공은 40대임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한 적이 없을 정도로 사회와 단절된 삶을 살았다. 그것은 모두 주인공 샐리를 내내 보살펴준 아빠가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안타깝게도 『Strange Sally Diamond이상한 샐리 다이아몬드』는 샐리 아빠의 죽음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이로 인해 샐리는 좋든 싫든 사회에 나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생활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당연히 쉽진 않지만 샐리는, 소수지만 기존에 관계를 맺고 있던 인물들과 새롭게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천천히 새로운 삶에 자신만의 방식으로 적응해 나간다. 그래서 사실 나는 이 이야기가 사람이 어떻게 치유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반사회적이고 비사회적이고 이상한 샐리 다이아몬드가 주인공이고 상당히 소름 끼치는 미스터리가 엮여 있지만, 그래도 상당히 힐링물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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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과거의 상처로 망가진 다른 두 사람의 인생 이야기
* 스포일러/내용 발설 요주의 *
처음에는 그저 정말 이상한 괴짜로만 보이는 주인공 샐리가 무엇으로 인해 그런 모습이 되었는지 이야기 속에서 서서히 밝혀지고, 충분히 납득할 만한 이유를 알려준다. 샐리는 납치 당해 감금 당한 소녀가 감금된 곳에서 낳은 딸이었고 그때의 트라우마를 그대로 간직한 채 어른이 된 인물이다. 샐리는 유아 시절까지는 엄마와 함께 감금되어 있었지만 다행히도 구조되었고 이후에 일련의 사건을 겪고 입양되어 길러진다. 하지만 구조 당시에 샐리에게 오빠가 있다는 사실은 안타깝게도 그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못했고, 그 남자아이는 납치범에게 길러진다. 이렇게 전혀 다른 환경에서 양육된 비슷한 트라우마를 가진 둘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성장한다. 소설은 둘의 성장 모습을 병렬적으로 보여주는데 샐리의 오빠도 상당히 망가져 있고, 그로 인해 상당히 비도덕적인 행동을 하지만 나름의 인생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인다. 앞서도 말했지만 나는 이 트라우마로 망가진 두 사람이 각자 나름의 방식대로 치유되어 가는 이야기를 읽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 방식이 얼마나 삐뚤어지고 비도덕적이든 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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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 정말 이게 맞아?
* 다시 한번 스포일러/내용 발설 요주의 *
작가가 속편을 작정하고 이런 결말을 썼다고 보는 것이 이 당혹스러운 결말에 대한 가장 합당한 이유일 것이다. 이 책의 결말은 마지막까지 끌고 온 이야기를 다시 다른 이야기의 시작으로 만들어버리는 시즌 2를 노린 드라마식 결말에 가깝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꿈도 희망도 없는 결말이 나왔을 리가 없다. 이미 위에서 주요 내용을 스포일러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말마저 스포일러 하는 건 정말 하고 싶지 않지만 너무나도 나를 어리둥절하게 만들고만 이 결말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정확히 어떤 사건이 일어났는지는 언급하지 않더라도 결말에 대해서 언급해야 할 것 같다.
『Strange Sally Diamond이상한 샐리 다이아몬드』는 나름의 방식으로 사회에 적응해 가던 샐리가 결국 인간에 대한 신뢰를 잃고 다시 반사회적인 행동을 보이며 무너지는 것으로 끝이 난다. 그래서 작가가 하고 싶었던 말은 '사람은 관계를 통해 치유될 수도 있지만, 결국 사람을 망치는 것 역시 인간이다'인 걸까? 이렇게 끔찍하지만 그래도 진실임엔 분명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그저 트라우마로 망가진 사람이 정말 회복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싶었던 걸까? 모든 이야기가 해피 엔딩일 필요는 없지만, 작가가 어떤 의도였든 간에, 결말이 다소 강렬하다. 무엇보다 중간에 풀어놓은 이야기가 꽤나 행복하고 긍정적인 면이 많았기 때문에 더더욱. 마치 이야기의 결말에 뒤통수를 두드려 맞은 것 같았다. 딱히 대단히 기대하지 못했던 반전이 있었다는 뜻도 아니고, 이야기가 잘못되었다는 말도 결코 아니다. 다만 결말이 크게 아팠다고 표현하는 게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내 기준에서는 결말이 상당히 충격적이었지만, 그래도 꽤나 즐겁게 읽은 책이다. 이상한 샐리 다이아몬드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회에 녹아들어 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정말 즐거웠다. 샐리의 오빠 역시 자신의 극도로 특이한 삶에서 행복을 찾고자 나름대로 노력하는 모습이 여러 가지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괴짜들이 나오는 책을 상당히 좋아한다. 사회의 통속적인 관념에 사로잡히지 않은 사고와 행동을 보는 것은 내가 일탈을 하는 것 같은 짜릿함을 느끼게 하니까. 샐리라는 캐릭터도 마찬가지로 괴짜인 만큼 상당히 독특하고 재미있어서 그저 이런 남다른 샐리의 삶을 계속 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님 결론 이렇게 내신 김에 속편 써주시면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