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노을 비낄 때
낙담과 절망으로 가득한 두 제자
십자가 사건을 슬퍼하면서
예루살렘에서 엠마오*로 향한다
부활하신 예수님이 동행하지만
못 알아보는 차디찬 마음
날이 어두워져 집에 들어가 떡을 떼실 때
못자국 난 손과 눈부시게 빛난 얼굴을 본다
비로소 눈이 밝아지고
가슴 뜨거워진 제자들
걱정하며 걷던 이십오 리 새벽길 달려
뜨거운 마음으로 기쁜 소식 전하러
예루살렘으로 되돌아간다
나 이제 기억하리라
눈물 흘리며 엠마오를 향해 걸을 때
내 등을 어루만지신 그 큰 손길을
아름다운 영의 빛으로
다시 오신 엠마오에서의 저녁식사를
*엠마오(Emmaus): ‘뜨거운 샘’이라는 뜻. 예루살렘에서 11Km 떨어진 북서쪽 고대 도시. 신약성서 누가복음 24장 13절∽35절에 나오는 지명.
2023, 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