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아들)
우리 집 첫째 아들이 기말고사 중입니다.
내가 시험을 보는 것도 아닌데...
손에 일은 하나도 안잡히고 마음도 심난...
한참 지난 것 같아 시계를 보면 고작 5분이 지나있기를 수차례...
드디어 시험 끝났을 시간...
잘 봤을 땐 먼저 연락하던 아들이라 조금은 기대하는 맘으로 전화를 기다리는데...
속절없이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기 시작하면 역시 잘 못 봤구나 상심했다가
30분이 지나면 집에 와서 빨리 밥 먹고 다음 공부해야 할 텐데 왜 안 오나 싶어 화가 났다가
40분이 지나면 혹시 시험보다 무슨 일이 생겨서 선생님께 불려 갔나 불안하다가
한 시간이 지나면 얘가 시험 망쳐서 나쁜 생각으로 어딜 갔나 극도로 걱정되어 찾으러 나가야 하나 싶은 순간...
아이가 현관 비번 누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띠..띠..띠..띠...
번호를 누르는 그 짧은 시간에....
번호를 빨리 누르면 잘 봤나? 싶고
늦게 누르면 못 봤구나... 싶습니다.
정작 들어오는 아이는 친구와 얘기하며 오다 늦었다고...
시험은 그냥저냥 봤다며 웃으며 들어옵니다.
웃는 얼굴을 보며
그래 시험 못 보면 어떠냐 별일 없이 들어와 다행이다. 건강하게만 자라라 싶다가도
또 0.1점 차이로 등급 갈리는 시험에 낚였다는 말을 들으면
니가 물고기냐 왜 만날 낚이냐며 화가 납니다...
학교 갔다 시험 보고 돌아오는 이 짧은 시간 동안
이렇게 오만가지 생각이 드는 소심한 엄마 뱃속에서
좋게 말하면... 회복탄력성 좋은... 참으로 긍정적인 아이가 태어났네요.
벌써 고등학생 되고 4번째 시험인데도 이렇게 적응이 안됩니다.
언제쯤 아이를 보듬을 수 있을 만큼 정신적으로 강한 엄마가 될까요...?
이 글을 쓴 지 벌써 4년이나 지났네요...
이렇게 시험기간만 되면 제 마음을 졸이게 하던 큰 아이는
어느덧 훌훌 커서 어엿한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고3인 둘째의 시험기간이 곧 다가오네요...
둘째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내신을 놓아서인지 시험기간이지만 마음은 참 편하네요
물론 수능이라는 큰 관문이 남아있긴 하지만...
이래저래 여러모로 제 마음을 많이 키워준 첫아이가 있어서 둘째는 좀 더 느긋한 마음으로 입시를 치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고오~~맙다 잘 자라준 아들아~!!
나의 회복탄력성의 팔할은 니가 키워준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