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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떰띵두 Apr 23. 2024

모처럼의 아침

피로감절어 있던 한동안의 시간이 지나고 모처럼 개운한 아침을 맞았다.

산들거리는 봄바람에 나풀거리는 이파리 이런 것들이 설레지 않을 만큼 극도의 피로감에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문득 겁이 기어올라왔다.

몇 년 전 나는 극도의 피로감과 무기력으로 숨 쉬는 것조차 힘에 겨웠던 적이 있었다.

혹 또다시 그 시간이 반복될까 미리 주눅이 들었던 것이다.

그 시간이 얼마나 듦이었는지 알기에

얼마나 빠져나오기 힘든 늪인지 알기에

그 시간이 얼마나 길고 긴 시간인지 알기에

미리 무서웠다.

잔뜩 겁먹은 나는 피로감이 떨쳐지지 않는 그 시그널에 민감할 수 있었고 여느 때와 다른 피로감이 감지되던 그 순간 하던 것들을 손 놓고 멍 때리기에 돌입했다.

무서움에 건강 보조식품을 마구마구 입속으로 쏟아부었다.

이른 저녁을 먹고 초저녁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머리만 뉘이면 쿨쿨 한잠을 자는 나이기에 수면시간이 평소의 2배를 넘길 만큼 긴 잠을 잤다.

몸을 든든하게 만드려고 시작했던 운동도 멈췄다.

운동을 하니 기운이 스멀스멀 빠져나가는 기분이라 일상이 더 지친다.

자고 먹고 멍 때리고

자고 먹고 멍 때리고

그렇게 한 달 가까이 시간을 지켜내고 있다.

그러던 차 오늘 아침 모처럼의 개운하고 상쾌한 그런 아침을 맞았다.

눈뜬 아침 발바닥의 피로감이 가셨다.

일어나 디딘 첫 발걸음에 온전히 매끈한 발바닥을 느낀다.

발바닥이 더이상 서걱거리지 않는다.

눈이 번쩍 뜨이고 입가에 웃음기를 끌어올리게 된다.

거실창 커튼을 걷어본다.

저만치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탐스럽다.

바람이 불어 잠자는 이파리를 깨우고 있었다.

경쾌하고 가벼운 몸놀림으로 아이와 기분 좋은 담소를 나누고 아침을  나누고 출근길에 올랐다.

저만치 바라보이는 출근길 바다가  특별해 보인다.

어제 아침 보았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콧노래가 나온다.

드디어 일상으로의 회귀를 감지한 것이다.

평온한 일상이 이리도 좋을 수가.

경쾌한 아침이 이리도 고마울 수가.

일상을 지켜준 주변이 이리도 감격스러울 수가.

처졌던 어깨에 뽕이 들어간 듯 힘이 뽕긋 담긴다.

땅바닥을 툭툭 건드리며 걸었던 발걸음이 또각또각 한걸음한걸음이 통통 튀어 오른다.

정수리는 하늘과 대면하고 어깨는 뽕긋하고 통통 튀는 발걸음에 내가 드디어 살아 돌아왔음을 실감한다.

느닷없이 찾아온 동면이었지만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동면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음에 스스로에게 감동한다.

향긋한 풀내음이 코끝에 진동하는 오늘.

보드라운 바람결이 손끝을 스치는 오늘.

생생하게 다가오는 오늘.

이런 모처럼의 아침이 일상이 되기를 바란다.


누군가 내게 행복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한다면 나는 "오늘 아침"이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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