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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떰띵두 Jun 22. 2024

생존 본능

불편한 사람이 있다.

관계를 댕강 잘라버리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다.

교묘하게 얽히고설키고 엉금성금 덩굴이 휘감기듯 뒤엉켜있기에 댕강 자를 수가 없다.

그래서 이 불편함이 유독 신경이 쓰인다

... ...

뭐랄까..

그 사람과 얘기를 하게 되면 아주 묘하게 기분이 불쾌해진다.

설령 그 사람과 대면하지 않아도 그 사람의 어투를 떠올려만 보아도 찝찝한 기분이 든다.


진정성을 시험대에 올려두고 저울질당하는 기분.

교묘하게 감정을 비꼬는 제스처.

존재를 애써 무시하는 의도적  자랑질.

무관함을 강조하는 즉각적  단답 피드백.

의식적 무관심을 강조하는 시선처리.

다해줄 듯 의기양양한 무책임.

뭐 이런 것들이 나를 몹시도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오늘도 그렇다.

내 이 어쩔 수 없는 마음쓰임을 알기라도 하듯 냉큼 반환을 요청한다.

내 마음쓰임까지도 좌지우지할 요량으로 마음을 거두라 한다.

어쩔 수 없는 마음 오지랖을 나도 어쩌지 못하는데 그걸 강요해 오니 마음이 불편하고 쓰라린다.

이런 쓰라림을 불편한 그 사람은 과연 느껴본 적 있을까?

세상 제일 잘난 듯 세상 제일 우월한 듯 고고한 그 자태가 내게는 몹시 지랄 맞다 여겨진다.


가끔 생각한다.

왜 이래야 하는 건지를 말이다.

지금도 생각한다.

계속 생각해본다.


곰곰이 천천히 들여다보니 내 마음에 욕심이 있어서이다.

욕심을 덜어내면 온전히 객관적인 관계일 수도 있을 거란 기대감이 차오른다.

그런데 이 욕심을 어떻게 덜어낼 수 있을까?

갑자기 당황스러워진다.

내 마음에 차 있는 이 욕심을 온전히 비워낸다고 상상하니 어찌 내 삶이 더 불안해져 오는 기분이다.

결국 이 사람과의 불편함 조차도 내 마음 욕심 때문이란 것에 나는 내가 좀 측은해진다.

아직 독립되지 못한 기생하는 삶인가 싶다.

나는 마음쓰임이라 여긴 것이 결국 기생본능이었음에 참 씁쓸해진다.


매일 독립을 꿈꾸는데 그럴수록 더 강력하게 샘솟는 기생에너지.

이 어처구니 없는 모순투성이의 하루를 어찌 감당해야 할는지 모르겠다.

어디엔가 있을 대나무숲에 소리치고 싶다.


'이 미친 기생본능을 불편한 사람이 가엾이 여기게 해 달라고 말이다'


그리고

나는 한 숨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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