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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두 Apr 22. 2023

01. '어른답다'는 것은 무엇인가요?

[어린 왕자 /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 호밀밭의 파수꾼]


* 어린왕자에서의 최애는 장미꽃이다. 조그마한 주제에 허세를 부리는 게 너무 귀엽다. 

  누구나 마음속에 동심을 가지고 살아간다. 다 큰 어른들이 포켓몬 빵을 사기 위해 무던히 애쓰고, ‘그 시절 추억의—’에 열광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어릴 때 책가방을 던져두고 만화를 보던 추억이, 놀이터에서 흙먼지 묻혀가며 놀던 동심이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어른들의 동심을 좋아한다. 정말 좋아하는 것을 볼 때 짓는 아이처럼 행복한 얼굴, 옛 추억에 잠긴 소녀 같은 미소를 짓는 얼굴을 좋아한다. 나도 그러한 동심이 있다. 내가 어릴 때 정말 좋아했던 만화가 있었는데, 주인공들은 모두 의상카드를 가지고 다녔다. 카드를 기계에 넣으면 옷을 갈아입혀 주는데, 그게 너무 신기하고 예뻐 보였다. 그 의상카드 장난감을 얼마나 가지고 싶었는지. 이제는 금전적으로 여유가 생겨서 마음껏 살 수 있지만, 아마 주변 사람들은 나를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나이에 맞지 않게 왜 그래?’라면서.               


1) ‘동심을 가지고 살면 어른답지 못한 건가요?   

  

   성인이 되면 철이 들어야 한다고 배웠다. 아이들이 보기에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어야 하니까. 아이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그게 어른이니까. ‘어른답게’ 행동하기란 정말 어려운 것 같다. 오래전에, 성인과 어른의 차이에 대한 재미있는 글을 본 기억이 있다. ‘성인’은 말 그대로 스무 살 이상이 되는 것, 막살아도 성인이다. 그에 비해 ‘어른’은 철든 사람에게 주어지는 자격, 아주 대단해져야 한다.     


   그런데 사실은 어른도 그리 대단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어른도 과제하기 싫다고 생떼 부리고 싶고, 출근하기 싫다고 생떼 부리고 싶을 때가 있다. 일이 많아 하루하루가 고달프고, 그래서 포기하고 싶고, 그래도 혼자 꿋꿋하게 버텨야 하니 외로움을 느낀다. 내 생각에는, 세상살이가 힘들기 때문에 동심도 필요한 것 같다. 순수했던 시절을 떠올리면 마음의 안식이 찾아오니까. 가족들과 있을 때 편안함을 느끼는 이유와 비슷하다. 부모님은 내가 자라도 여전히 나를 아이로 보시지 않는가.    

 

   그래서 나는 지칠 때면, 하던 일을 멈추고 잠시 아이 시절로 돌아간다. 아무리 일이 가득 쌓여있어도 다 멈추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아무런 걱정 없이 만화책이나 만화영화를 보기도 하고, 동심을 자극하는 책들을 읽기도 한다.   


        

2) 어른답다는 것은 무엇인가요?     


   아저씨도 다른 어른들과 똑같이 말하고 있잖아!”     


   이 세상 어디에도 없고 오직 나의 별에만 있는 한 송이의 꽃을 내가 알고 있고작은 양이 어느 날 아침 무심코 그걸 먹어버릴 수도 있다는 건 중요한 일이 아니라는 거야수백만 개의 별들 중에 단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 꽃을 사랑하고 있는 사람은 그 별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어하지만 양이 그 꽃을 먹는다면 그에게는 갑자기 모든 별들이 사라져 버리게 되는 거나 마찬가지야그런데도 그게 중요하지 않다는 거야?”

                                                                                                                        어린 왕자 -    

 

   나는 [어린 왕자]에서 어린 왕자와 장미꽃의 이야기를 가장 좋아한다. 장미꽃은 어린 왕자에게 자신이 이 세상에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지구에는 똑같은 장미꽃이 너무나도 많았기 때문에 어린 왕자는 슬퍼졌지만, 어린 왕자를 길들인 장미꽃은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음을 알게 된다. 장미는 거짓말쟁이에 늘 허세를 부리지만, 어린 왕자는 장미꽃이 있는 별만 바라봐도 행복해질 정도로 그녀를 사랑한다. 그 순수함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보고 있으면 나까지 행복해지고 내 마음을 간질인다.    

  

   밍기뉴가 피운 첫 번째 꽃이야그 애도 곧 어른 나무가 될 건가 봐그럼 라임오렌지도 주겠지.” 

    

   나는 흰 꽃을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어루만졌다난 더는 울지 않았다밍기뉴는 이 꽃으로 작별인사를 하고 있었다밍기뉴도 이제 내 꿈의 세계를 떠나 현실과 고통의 세계로 들어서고 있었다.

                                                                                                        -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  

   

    나는 아이들이 가진 순수함이 좋다. 그래서 아이들이 일찍 철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아이들은 환경의 영향을 쉽게 받기 때문에, 저마다 어른이 되는 속도가 다르다. 제제도 그렇다. 어린 제제의 순수함을 지켜주는 어른들이 없었기 때문에, 일찍 철이 들 수밖에 없었다. 밍기뉴가 꽃을 피우고 어른이 된 후에 제제도 어른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동물원 놀이를 할 수 없게 된 제제를 보니 어쩐지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늘 넓은 호밀밭에서 꼬마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어어린애들만 수천 명이 있을 뿐 주위에 어른이라고는 나밖에 없는 거야그리고 난 아득한 절벽 옆에 서 있어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재빨리 붙잡아주는 거야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     


  피비가 목마를 타고 돌아가고 있는 걸 보며불현듯 난 행복감을 느꼈으므로너무 행복해서 큰소리를 마구 지르고 싶을 정도였다

                                                                                                               - 호밀밭의 파수꾼 - 

    

   의식주를 부족함 없이 충족시켜 주는 것도 어른의 역할이지만, 아이들의 마음을 잘 알아주는 것은 너무나 중요한 일이다. 아이들의 행동을 다그치거나 나무라기 전에, 아이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를 생각해 보고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동심은 단순히 유치한 마음이 아니라, 아이들의 입장을 헤아릴 수 있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동심을 가진 어른만이 아이들의 동심을 지킬 수 있다. 나는 이미 다 자랐기 때문에 다시 아이가 될 수는 없지만, 동심을 간직한 어른이 될 수는 있다. 홀든이 아이들의 순수함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 했던 것처럼, 나도 동심을 지켜주는 진짜 어른이 되고 싶다.    

* 여러분들이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를 소장하고 싶다면, '초등학생을 위한 - '를 추천한다. 삽화가 너무 귀엽다. 위의 사진은 그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일러이다. 제제 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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