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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두 Apr 28. 2023

07. 변하지 않을 용기

[전차구경]

   챗 GPT로 온 세상이 떠들썩했을 때, 누군가 애플워치로 내 심박수를 쟀다면 아마 100을 훌쩍 넘었을 것이다. 당시 내 머릿속에는 온갖 부정적인 생각들이 펼쳐졌다. ‘이러다 일자리를 기계에게 뺏기는 것이 아닐까?’ 기계가 채찍을 들고 인간을 부려먹는 상상까지 끝내고 난 후에 곰곰이 생각해 봤다. 나는 왜 기술의 발전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일까?      



1) 새로운 것에 적응하지 못하면 구시대적인 사람이 되나요?


   별안간 조 주사의 기분이 약간 허전해진다. 어쩐지 푸대접을 받은 것 같은 느낌이기도 하다. 우선 차가 너무 빨리 자기에게서 멀어져 가는 것이다. 보고 싶은 운전실 내부도 좀 보여주지 않고 말이다. 그리고 운전사 역시 너무 인정머리가 없다. 친밀감에서 보낸 인사말과 웃음에 대해서 고개만 한 번 까딱하다니.... 선배를 몰라보고.... 입맛을 쩝쩝 다시며 걷기 시작하는 조 주사는 쓸쓸하다. 눈부신 세상의 한쪽 가로 밀려나 버린 것 같은 그런 쓸쓸함이다.

                                                                                                                              - 전차구경 -


  조 주사는 과거에 전차를 몰던 사람이었다. 전차 운전자 시절은 그가 가장 빛나던 시절이기도 했다. 조 주사는 지하철이 개통했다는 소식을 듣고 설레는 마음으로 지하철을 구경하러 간다. 하지만 과거의 전차와는 확연히 다른 화려한 지하철을 보고 나자 어쩐지 씁쓸한 마음이 든다. 과거의 화려한 자신과는 달리, 복덕방을 하며 한물가버린 지금의 자신을 보며 세상의 한쪽 가로 밀려난 느낌을 받는다. 


   

2) 변하지 않는 데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나는 아날로그 형식을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고등학생 때 친구들은 모두 편하다는 이유로 태블릿으로 그림을 그렸는데, 어쩐지 나는 끌리지 않았다. 전자펜으로는 재료의 질감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스케치를 할 때 날리는 연필가루, 짓이겨지고 번지는 크레파스, 다 그리고 나면 손이 지저분해지는 것까지 손 그림의 전부를 사랑했다. 왜 그렇게 불편하게 그림을 그리냐는 시선도 있었지만, 어쨌든 내 눈에는 손그림만이 '진짜 그림'처럼 보였다. 그래서 조 주사의 씁쓸함에 공감이 갔다. 


  하지만, 좋아하는 것 과는 별개로 신문물을 대충 받아들이고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변화되고 발전되는 기술에 등을 돌리면 주변 사람들로부터 도태되기 때문이다. 그 예시로 당장 스마트폰만 쓰지 않아도, 아마 학교 다니는 것이 아주 힘들어질 것이다. 



3) 기술의 발전은 인간에게 긍정적인 영향만을 끼칠까?

     

   물론 기술이 발전되면 여러모로 삶이 편리해진다는 것은 너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무작정 좋다고 생각하는 것보다는, 비판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 디지털, 어떤 문제가 있을까? 가장 큰 문제는 환경문제일 것이다. 인간은 자연을 완전히 정복했다고 착각하고 있지만, 자연 앞에서 우리는 한낱 먼지라는 걸 알아야 한다. 앞으로 더 많은 질병과 자연재해가 우리를 위협할 것이고, 인류의 멸종은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어쩌면 이미 인간은 ‘멸종 위기 동물’ 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문제가 있음에도 왜 인간은 발전을 멈출 수 없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인간이 문명에 너무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기 가장 편안한 방법으로 자연을 바꾸어 왔다. 그리고 지금의 세대는 현재까지 지나온 시대를 통틀어 가장 편안한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당장 이것들을 다 뺏으면 우리가 문제없이 살 수 있을까? 알람 없이 일찍 일어나기, 자동차 없이 학교 오기, 노트북과 핸드폰 없이 수업 듣고 과제하기 등등 상상도 잘 안 될뿐더러 애초에 문명을 완전히 통제하는 것도 불가능할 것이다.   

   

   발전 자체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 편하게 살고 싶은 욕구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니까. 하지만 지금의 인류는 너무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한다고 생각한다. 걷는 것이 귀찮고, 생각하기도 귀찮으면 도대체 왜 사는가? 우리는 너무 참을성이 없다. 버튼 몇 개 누르면 음식이 배달되고, 사고 싶은 것이 있으면 당일 배송되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 당연하다. 그리고 이제는 챗 GPT가 책도 대신 읽고 자료를 찾아준다. 이제 아마 생각까지 대신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건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좋든 싫든 AI는 우리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기술이 발전될수록 인간은 불필요해질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AI가 발전될수록 우리는 더 많은 생각을 해야만 한다. 편함에 익숙해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  AI가 할 수 없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야 일자리를 지켜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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