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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움 May 05. 2024

어린이날에 이산가족으로 보냈습니다

우리가 '함께' 잠자리에 드는 날을 소망하며

최근 한 달 동안 두 남매가 번갈아 가면서 아팠습니다.

아직도 진행중에 있어요. 


두 아이가 건강한 편은 아니어서 자주 감기를 달고 사는데,

특히 둘째는 워낙 기저질환이 있고 희귀질환 특성상

중이염, 폐렴으로 금방 악화되는 아이입니다. 


작년 12월 말에도 두 아이와 함께 병원에 입원해서 연말을 보냈더랬지요. 

하얗게 눈이 오는 밖을 보며 

다른 이들의 북적북적 설렘 가득한 연말 분위기를

'우리만의 추억으로 보내자!' 하며 마음을 다잡은 게 불과 4개월 전이네요.


그동안 건강하다 했어요.

오래 버텼다 했지요.


역시 늘 깔려있는 불안한 마음이 예고한 대로

한 명이 아프기 시작합니다.


고열을 찍으며 며칠, 기침을 심상찮게 하더니

결국은 입원을 했어요.


그래도 몇 번 경험해봤다고, 

좀 의젓한 7살이 되었다고,

코로나 검사, 독감 검사, 호흡기 바이러스 검사를 위해

4번이나 코를 찌르는데도, 

수액을 꼽고 피검사를 진행하면서도,

정말 많이 울었던 아이인데 잘 참더라고요.

엄청 놀라는 한 편 의젓해진 아이를 보며 못내 짠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한 주를 보내고

아주 독한 바이러스에 걸렸다는 첫째는

재감염 되면 대학병원에 갈 수 있다는 말에

2주를 넘게 등원도 하지 못한 채 집에서 요양을 했습니다.


누나와 엄마가 없을 때도,

누나가 요양 중일 때도 

씩씩하게 군말 없이 어린이집에

잘 가주던 둘째도 나도 봐달라는 듯

드디어 시작되었습니다.


2시간 교차복용을 해도 내릴 기미가 안 보이는 고열에

기침이 또 심상치 않습니다.


여전히 나을 기미 없이 기침을 심하게 하는 첫째와

열이 나고 있는 둘째를 데리고 병원에 갔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걸, 둘째는 입원을 시켜주지 않겠답니다.

5월에 심장 수술이 예정되어 있는 둘째는

워낙 기저질환도 있고 수술까지 예정에 있다 보니

일반 병원보다는 다니고 있는 대학병원에서

바로 치료를 받는 것이 낫겠다는 의사 소견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아시다시피 대학병원은

난리라서 외래를 바로 잡기가 쉽지 않아요.

수술 전에 언제든 연락하라던 담당 직통 번호도

받지를 않았어요.

발을 동동 거리며 이 과 저 과 수소문 하며 전화를 돌리다가

결국은 응급실로 갑니다.

열이 나고 깔아지는 아이를 더 이상 둘 수 없어서요.


아직도 아픈 첫째를 친정 부모님께 맡기고

둘째를 데리고 가는 차 안에서 

엄청 펑펑 울었습니다.


둘째가 아픈 건 워낙에 당연하여서 그런가보다 하다가도

첫째까지 한 번에 아프고 이런 극심한 상황에 치달으면

아무래도 마음이 정말 어렵고 낙심이 됩니다.


정말 그만하고 싶다...

이대로 그냥 어디 박고 사라지고 싶다....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아이들에게 차마 엄마를 잃게 할 수는 없어서

간신히 마음을 부여잡고,

내가 믿는 하나님께 기도인지, 발악인지, 무엇인지 모를 말들을

쏟아내면서 그렇게 병원에 갔습니다.


역시나 응급실 시계는 느리게 흘러가요.

코로나 검사가 없어져서 그나마 대기가 줄었지만

기본 소변, 피검사 결과 나오는 게 2시간, 그 밖에 여러 검사들과

의사 만나기까지도 오래 걸리고 입원이 결정되었는데도

병실이 없어서 이틀이나 대기했네요.


겨우 겨우 이튿날 오후 늦게야 병실로 이동해서

짐을 풀고 아이와 시간을 보내봅니다.



저는 병원에서 잠을 잘 못잡니다.

워낙에도 불면이 있고, 예민해서 집에서도 못 자는데

병원이니 오죽할까요. 

그동안 첫째와 둘째가 번갈아 가며 열이 난 탓에

밤새 시간 맞춰서 열재기 보초 서느라 오래도록 못 잤는데도

병원에 있으면 계속 열, 혈압, 산소포화도 체크하러 오시는

간호사님들 덕에, 그리고 수액 줄 빠질까봐 굴러다니는 아이를

돌려놓느라 잠을 푹 잘 수가 없습니다.


잘 못 잔 덕에 퀭한 모습으로 

병원이라고 본인도 나름 예민해진 아이가 일찍 일어나면

시간 맞춰 약 먹이고, 검사 받고, 체크하고, 항생제 맞고 

짬짬이 산책도 나가고(답답해하는 아이를 위해)

놀아 드리고... 정신없는 스케줄이 시작됩니다.


먹는 것, 싸는 것 모두 양을 세세하게 적어놔야 하는 

대학병원의 입원 생활은 까다로워서 먹이고 기저귀를 갈 때마다

할 일이 또 많지요. 


검사도 많아서 아이는 코 찌르기를 또 당해야 했고,

수액 줄이 여러 번 막혀서 주사를 다시 찔러야 하는데

핏줄도 잘 안 보이는 아이라 전문 간호사님이 못 오시면

몇 번이나 찔려가며 고통스러운 

시간을 당해야 합니다.


그래도 대학병원에 일찍 온 덕에

열과 기침은 좀 잡히는 듯한데

간수치가 너무 높아 쉬이 퇴원은 어려울 것 같아요.


그렇게 첫째와 교대를 한 듯 둘째의 입원 생활 이틀째.

이제 좀 나아서 등원해주기를 바랐던 첫째가

다시 열이 난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정말 그 때의 기분이란.

너무 참담합니다. 


마치 둘째 아이가 처음 태어나 니큐(신생아 집중치료실)에 있었을 때

매일매일 새로운 병명과 증상으로 전화오던 때와 

비슷한 느낌이라고 신랑과 나누었는데 그 정도로

낙심되고 절망스러웠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재입원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아직도 통원하면서 열심히 병마와 싸움중입니다.


둘째와 함께 있는 저도, 첫째를 돌보고 있는 친정 부모님도, 

회사, 친정, 그리고 병원에 교대 해준다고 왔다 갔다 하는 신랑도

모두 몸이 점점 안 좋아지고 있어요. 

보호자도 같이 진료 봐주면 좋을 텐데요.....

약국 약으로 겨우 연명하다가 결국 교대했을 때 부랴부랴 병원 약 처방받았습니다.

몸이 원래 안 좋으신 친정 부모님들도 겨우겨우 진통제로 버티고 계시고요.

신랑도 진통제 먹고 견디고 있답니다.


날은 또 얼마나 좋은지요. 야속하기만 한 싱그러운 5월이네요.

날씨도 너무 좋고.

5월 1일, 5일, 6일 다 쉬는 날인데,

특히나 어린이날 주간이라 여기 저기 신나는 분위기라

우리의 마음은 더 착잡했습니다.


어린이집에서도 신나는 행사가 가득한데

두 아이들 모두 가지 못하는 상황에 다른 아이들의

신나라하는 사진들이 못내 보기 싫어 덮어버립니다.


어린이날이라고 병동에서 나름 간식선물도 주고

특식도 나온다고 좋아하지만,

선물로 받은 케이크로 영상통화로 함께 파티를 해본다 하지만,

그래 뭐 이 날만 어린이날인가,

요즘 뭐 늘 어린이날이지.

하고 위로삼으려 하지만

마음 한구석은 영 어렵네요.


이런 정신없는 와중에 책은 출간되었다고 연락이 왔고,

오히려 제 상황을 아는 주변 사람들이 더 열심히 홍보도 해준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고맙고 감사한데

왜 이리 마음이 가라앉는지요.


그냥 오늘이 어린이날이라서 그런 것 같아요.

우리집 어린이들이 아파서, 함께 할 수 없는 우리가,

하루 종일 영상통화만 4번 넘게 하면서

서로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던 우리가 

그냥 못내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도 또 이렇게 우리처럼 떨어져서,

여러 상황과 어려움들로 

신나고 화창한 날씨와 행사 소식에 더 마음이

애석한 많은 사람들이 있었겠구나 하는 

나름의 공감도 해봅니다. 


그렇게 또 누군가를 이해하게 하시려고,

또 누군가의 아픔을 함께 느끼게 하시려고 

이 시간들을 허락하시는가 

살짝 겸허하게 받아들여봅니다.



어쨌든! 

우리 집 어린이들 너무 귀해.

너무 소중해. 사랑해 아주 많이.

우리의 이 시간들을 또 추억할 날이 

반드시 오리라 믿으며.

오늘을 또 함께 잘 견뎌보자.


소소한 것에도 행복한 입원중 어린이와 요양중 어린이

축하해 모든 어린이들! 

귀하고 귀한, 소중하고 소중한 너희의 존재 자체로

축하해!!! 


첫째가 엄마 따라 책을 만들겠다고 요즘 그림책 만드는 재미에 빠지셨네요
어린이날 기념 7살 첫째가 만든 인형, 무대의 인형극. ㅎㅎ자체 행사로 마음을 달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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