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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해한 Jun 07. 2023

비로소 편안함에 이르다

<나의 아저씨>




이 드라마는 보는 내내 나의 마음이 편치 않았다. 지안은 홀로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할머니를 돌보며 살아갔다. 아주 어릴 때부터 돈을 벌어야 했던 지안은 돈이 되는 일이라면 부도덕한 일들이라도 해야 하는 가난한 형편을 가지고 있는 청년이다. 지안은 예전의 빚에 쫓기며 살아가다가 사채업자인 광일의 아버지에게 두들겨 맞다가 광일의 아버지를 살해하게 된다. 그 일로 인해 광일은 지안을 끝도 없이 쫓아다니며 괴롭힌다. 지안이 파견직으로 일하고 있는 회사에 박동훈 부장은 힘든 회사 생활을 살아가지만, 정을 나눌 수 있는 형제들이 있고, 함께 술을 마시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같은 동네 친구들이 있다. 어느 날 지안은 도준영 대표와 동훈의 아내 윤희가 불륜관계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준영은 동훈을 회사에서 제거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데 지안은 그것을 도와주기로 하고, 그를 도청한다. 하지만 지안이 무너뜨려야 하는 동훈은 한 없이 지안에게 잘해주었고, 동훈이 정말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 지안은 자신의 행동에 죄책감을 느낀다. 지안에게 위로의 말과 도움을 주는 동훈. 지안은 준영과의 계약관계를 어기고, 동훈은 윤희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된다. 


https://youtu.be/EHZI3VO6o5I

 

 이 드라마는 앞서서 소개한 드라마들보다 훨씬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이다. 어린 지안의 시점에서의 세상을 보여주고 있다. 지안은 동훈을 만나기 전에 세상에서 완벽히 혼자였다. 어쩔 수 없이 저지르게 되었던 살인도 지안의 삶의 무게를 무겁게 만들었다. 지안은 사람에 대한 신뢰를 모두 잃었기 때문에 자신의 불행을 숨기면서 살아왔을 것이다. 사실 나도 지안을 보면서 너무 안타까웠지만 그저 그런 감정만 느껴지는 게 아니라 지안의 외로움과 힘듦에 깊이 공감하면서 보게 되어 너무 가슴이 찌릿하고 눈물이 많이 났다. 동훈은 마냥 지안을 불쌍한 아이로 보지 않았다. 사람으로서 바라보았고, 남들은 다 지안을 무시했지만, 동훈은 다른 사람과 똑같이 대하였다. 나는 자존심이 강하다. 남들 앞에서 부끄럽고 창피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참 힘들다. 하지만 이런 부끄럽고 자존심 상하는 이야기들이라도, 내가 정말 믿음이 가는 사람이라면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게 참 묘하다. 이러한 신뢰는 어떻게, 언제 생겨나게 된 것일까?



누군가 나를 도청한다고 생각해 보자. 그러면 우리는 우리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였을 때 과연 깨끗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누구나 나쁜 사람이 될 여지가 있지만, 착한 사람인 척 이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동훈은 무언가 달랐다. 그는 내면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그렇게 해서 지안을 도와주고, 지안에게 믿음을 줄 수 있었던 것이다. 동훈의 형제들과 동네 친구들 또한, 어려서 부터 완전히 세상에서 소외된 지안을 그냥 보고만 있지 않고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도왔다. 동훈이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힘듦을 함께하고 기쁨을 공유할 수 있는 후계동 사람들과, 형제들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우리는 너무 아픔을 삼키려고만 하는 것 같다. 물론 모든 불평불만을 표출하는 것은 미성숙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아픔을 올바르게 표출하고, 극복해 나갈 수 있는 것이 정말 이 세상을 살아갈 때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표출하고 극복하였으면, 나와 같은 아픔을 품고 있을 사람들을 도와주고, 인생을 살아가면서 상처에 지치지 않으려면 이러한 순환이 계속되어야 한다. 소외되고 어려운 이들을 더욱 따뜻하게 바라보는 세상이 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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