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고용인까지 했던 입장에서, 큰 그림으로 봤을 때.
출발 후 미국생활의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오페어 프로그램의 단점도 꼭 풀고싶었다. 어느 프로그램/해외생활이나 장점만 있을 수는 없다. 세상은 다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고, 사회구조적인 문제 속에서 어떤 개인을 만나느냐에 따라에도 또 다르기 때문이다. 아마 오페어를 검색하면 아주 멋진 것만 나오거나 반대로 아주 끔찍한 경험을 한 단적인 경우만 보기 쉽다. 나는 오페어를 통해 좋은 경험과 기회를 얻어 보통 굉장히 추천하는 편이지만, 좀 더 큰 그림에서 단점이나 아쉬운 점도 꼭 다뤄보고 싶었다.
1. 거시적인 관점에서 - 누가 제일 이득인가?
오페어 입장: 대부분 미국 오페어의 공식적인 임금은 주당 200불이 안된다. 이는 임금에 주거비용, 식비가 포함되어 있다는 명목 때문이다. 어느 지역에 있는 지에 따라 다르지만, 현재의 캘리포니아 최저시급은 15불, 패스트푸드점에서 그냥 알바를 하더라도 18불-21불이 허다한 실정이다. 판데믹 이후 사람을 구하기 힘든 탓이다.
만약 오페어가 공식적인 최저시급을 받는다면 15*45hrs 로 675불 (사실 이러면 캘리포니아 노동법 위반이다. 5시간 째에 30분 이상의 휴식시간이 있어야하고, 8시간 초과로 일한다고 했을 때 9째 시간부터는 초과수당을 제공해야한다. 만약 휴식시간에도 일했다고 하면 고용주는 직원에게 패널티를 낸다. 이 까지 계산하면 너무 복잡하므로 일단 없다고 쳤다) 아마 세금/보험료 20% 뗀다고 하더라도 주급이 500불은 훨씬 넘어야 한다. 이런 식으로 한 달에 2200불을 번다고 했을 때, 본인이 주거비 및 식비 용 등을 모두 제하고도 오페어의 비용보다 더 많이 남을 것 같다면, 혹은 본인이 더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면, 이 프로그램은 경제적으로는 손해 일 수 있다.
다만, 미국은 당장 내맘대로 가서 일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당국의 허가를 얻어야 하는데 특이한 경우가 아닌 이상에야 요구조건이 많고 돈이 많이 들고 오래 걸린다. 오페어프로그램은 이를 발급해 주므로 외국인에게는 나쁘지 않은 조건이 되는 것이다. 오페어 임금이 적다고 J1비자를 가지고 다른 데에서 일해 소득이 생기면, 이는 불법이고, 나중에 미국 입국/비자 및 영주권 발급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으며, 최악의 경우 추방당할 수도 있다. 이 동네의 경우 기본물가가 너무 높아서 남의 집 방 칸을 빌려 사는데도 1000-1500불, 최소 식비가 500불, 교통비가 300불은 되므로, 나에게는 계산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또 최소한 일하는 동안에는 주거지가 안정적이고, 갑자기 쫓겨나거나 월세가 오르는 등의 걱정이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초반 150만원이 비행기 왕복비용정도밖에 안되었으므로, 초기비용도 별로 없었다. 다만 내가 일했던 8년 전과 현재의 한국 급여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현재의 한국인에게는 확연히 적은 급여임에는 틀림없다. 돈 벌겠다는 목적이라면 주소를 잘못찾았다.
호스트패밀리: 왜 호스트패밀리는 모르는 사람을 해외에서 데리고 와 내 아이들을 돌보고 같이 사는 위험부담이 높은 오페어프로그램을 하고자 한 것일까? Because it makes sense for them!
오페어가 비용이 적다면 그 비용은 바로 호스트패밀리에서 나온다. 오페어케어 홈페이지의 호스트패밀리 부담 비용을 보자.
어떤 플랜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반드시 들어가는 기본 비용이 20,000-21,350불, 한국돈으로 오늘환율 2,600~2,900만원 정도이다. 이는 주거, 운전보험, 통신비용, 오페어에게 제공해야하는 교육비 500불 및 기타 생활하면서 들어가는 비용이 모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이를 포함하면 연간 3~40,000불(3900~5200만원)을 훌쩍 넘는 비용이 되는 것이다. 보육수당도 나오는 한국입장에서는 엑? 그 짓을 왜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이는 미국, 특히 샌프란시스코 베이에리아 차일드케어 비용을 생각하면 나름 말이 되는 비용이다.
이 근처 내니의 비용은 보통 시급18-35불 사이로, 풀 타임으로 구한다면 1년에 37,440불~72,800불(한화 4천~9천)이다. 풀타임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보낸다고 하더라도 그다지 싸지지 않는다. 내가 최근까지 부원장으로 다니던 풀타임 대형어린이집에서 영아는 매달 3900불(500만원대) 가량, 유아는 3200-3500불(400만원대), 기본 연간 40,000불(5천만원 이상) 이었고, 매년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원비가 올랐다. 2-3살 차이나는 아이들 둘을 보낸다고 하면 비용은 더블로 뛴다.
한국이나 매한가지로 내 맘에 꼭 드는, 내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는 내니나 선생님은 정말 귀하기 때문에, 어쩌다 그런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을 계속 데리고 있기 위해 갖가지 비용과 불편함을 불사한다. 다른 나라로 이민가려고 했는데 내니가 너무 좋아서 포기 한다거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보내려고 했는데 그러면 그 만큼 자기 내니가 수익을 잃어 다른 가족과 일하려고 할 것임으로 기관에 보내는 것 포기하기도 한다. 모두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이런 상황을 보면,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 투자로, 자기 아이만 독점적으로 적어도 1-2년을 돌봐줄 수 있는 사람을 데리고 오는 이 프로그램은 시도할 만 한 것이다. 그리고 어린아이를 키워보신 분들을 아시겠지만, 집에 그저 어른 한 명이 더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 지 모른다. 여전히 돈을 많이 내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지만 말이다.
오페어 에이전시: 이들은 결론적으로 양쪽에서 돈을 받아 자신에게 수익을 남기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당연히 회사이니 자신들의 이익을 남기는 것은 맞다. 하지만 오페어에이전시는 "문화교류"라는 구실 좋은 이상을 파는 회사이고, 그렇다면 중간에서 그 문화 교류 중간다리 역할을 잘 해주는 것이 맞다. 오페어에게는 부당한 일이 생겼을 때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 지, 합리적인 대우를 받을지 함께 감싸 도와주고, 호스트패밀리 입장에서는 어떻게하면 과정과 서비스를 합당하게 제공할 지, 인력의 퀄러티는 어떻게 관리유지할 지 양쪽으로 작용해야 한다. 하지만 많은 경우, 문제가 생겼을 때 양쪽 다 모른 척 하거나, 돈이 나오는 쪽 편 (호스트패밀리)을 들거나, 비용을 꿀꺽하곤 한다.
주변 후기에서 오페어에게 실제로 문제가 생겼을 때 오페어 에이전시에서 도움을 준 경우는 손에 꼽는다. 내 경우에도, 2년 프로그램 수료 후 대학원에 진학하여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쓸 일이 없게 되었다. 그래서 그럼 미국 내에서 여행하는 김에 그 비행기로 대신 제공해 줄 것을 문의했다. 그 사람들에게 더 저렴하기도 했고. 너무나 간단히도 나는 대답을 듣지 못했다. 이러이러해서 안된다거나 회사 정책이라거나 하는 이메일을 보내주는 것 조차 가치가 없었나보다. 오페어패밀리에게 물었더니 네 비행기 값 자기네들이 냈는데 왜 못받았냐고 했다. 혹시 호팸에게 환불해 주었나 물었더니 그것도 아니었다. 내가 프로그램 요구조건을 못 마쳤으면 모르겠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아주 극단적으로 말하면, 호팸은 돈줄이고, 오페어는 소모품이다.
2. 개인의 관점에서, 모든 것은 사바사, 케바케
1번에서만 보았을 때에는, 오페어가 굉장히 피해자 인 것으로 보이나, 항상 그렇다고 할 수 만은 없다. 언제나 어디서나 이상한 사람과 못된 사람은 괜찮은 사람인 척 하고 살고 있기 때문이다.
오페어 개인-내가 오페어 프로그램을 할 때의 평균 연령은 20대 초반의 여자애들, 많은 경우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나처럼 내 전공이고, 전문적으로 일을 하다가 온 경우는 아주 손에 꼽았다. 일상생활에서 그 아이들을 만나면, 열심히 밤새 술을 먹고 파티를 다니다가 아침에 일을 못 한 다거나, 아예 나는 결혼하러 왔다고 공공연하게 이야기하고 다니는 오페어도 많았다. 호스트패밀리의 물건을 파손하거나 (차, 가구, 집 자체 등등), 아이들을 방임/학대하거나, 단순히 일을 할 생각이 없는 경우도 보았다.
호스트패밀리 개인- 이 사람들은 오페어가 미국 내 다른 곳에서 일할 수 없고, 내가 이 사람의 생활을 책임지며, 내가 포기할 시 다른 가족을 찾거나 미국에서 떠나야 한다는 것을 안다. 이를 가지고 "내가 잘해줘야지! 다른나라에서까지 와서 우리 애를 봐주는데 얼마나 고마워!" 일지, "나는 돈을 많이 냈으니까 뽕을 뽑아야겠다" 일지는 그 가족의 사람됨됨이에 달렸다. 내 집에 있으니 내가 모든 것을 알아야한다거나, 인종차별적인 태도를 취하는 경우 오페어가 고생한다. 이 경우 대놓고 규칙을 어기는 경우가 아니어서 오페어 혼자서 대응하기가 어렵다. 아래는 실제로 내가 본 사례들이다
- 매 주 새로운 스케쥴을, 혹은 일 스케쥴을 개인 시간을 운용할 수 없는 정도로 하여 준다. 예를 들어, 7~9시 등교준비/11~1시 아이 집안일/4~9시 방과후 케어, 저녁, 목욕, 재우기. 혹은 이번 주 스케쥴 월, 수, 금, 토, 일/다음 주 월 화 목 ,금, 토
- 외출 등 사생활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 차를 이용할 때는 꼭 기록이나 허가를 받아야한다든가, 어디에 가는 지, 들어올 때 나갈 때를 모두 보고해야 한다든가.
- 내 일이 아닌데 해야하는 경우. 아이들 빨래를 돌리는데 꼭 가족 빨래를 전부 시킨다거나, 집 청소 전체를 매번 시킨다거나, 가족 전체를 위한 식사를 매번 만들게 한다거나.
- 인종차별의 경우는 더 애매하다. 모국어를 못 쓰게 한다거나, 딱 찝어 이야기 할 수 없지만 인종/나라를 무시한다거나.
- 오페어를 많이 겪었고 나이가 좀 있는 아이들을 돌보는 경우, 아이들이 못되게 굴기도 한다. 너 엄마한테 말해서 너네나라로 보내버린다거나, 너 너네나라에서 하는 그거 하지 말라거나 등등.
오페어 에이전시 - 오페어를 가면, 그 동네 에리아 디렉터가 있고, 그 사람이 내 담당이 된다. 이 사람은 동네 모임을 주도하기도 하고, 내가 어떤 문제에 봉착했을 때나 질문이 있을 때 대답을 해 주기도 한다. 전반적으로 친절했지만 나는 딱히 도움을 받은 적이 없다. 질문을 하면 도움이 되지 않는 일반적인 답변만 하거나, 아예 답변을 듣지 못했다. 예를 들어, 기침을 하는데 보험이 되는 여기 병원은 이래서 잘 모르겠고 저기는 이래서 잘 모르겠다, 어떻게 해야하나 라고 물었을 때, 돌아온 답변은 "오, 기침을 한다니 안됐구나, 보험을 가지고 의사를 보러 가도록 해" 였다. 간간히 아주 친절하고 위기상황을 도와줬다는 디렉터가 있다는 이야기/디렉터가 아주 망언을 한 이야기도 들어보았다.
전반적으로 나의 의견은 1)기본 오페어 에이전시 역할은 해준다(오페어 연장, 학점 증명 제출시 처리 등) 2) 문제상황시 도움은 잘 안된다. 호팸과 관계가 좋다면 그들이 더 잘 도와준다.
가장 이상적인 조합은,
호스트패밀리의 일 요구가 무난하고 합리적이며, 개인사에 터치가 없음
+ 오페어가 주어진 일을 열심히하며 사생활이 가족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음
+ 에이전시가 물어보는 것에 도움이 되는 대답을 잘 해주고 오페어 서류를 잘 처리해 줌
이다. 어느 한 쪽 만 잘한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이 3박자가 잘 맞았을 때, 모두가 긍정적인 경험을 도출해 낼 수 있다.
부당한 일을 당할 경우, 이 일이 부당하다는 것을 당사자에게 명백히 전달하고, 다양한 채널에 알려 (에리어디렉터, 소셜미디어, 로컬 셸터나 상담소, 한국의 가족/지인/전문가) 도움을 요청해야한다. 불합리하다면 과감히 그만두고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염두하며 당당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대우가 그지같으면 때려치고 돌아와서 박사과정 마저 한다. 내가 뭐가 아쉬워서. 나같은 고급인력를 못 쓰면 지들이 손해지" 하는 뻔뻔한 마인드로 시작했다. 다행히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나도 열심히 일했다.
다음 글에서는 저번 주에 우연히 보게 된 신문기사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괜히 화가 나서 잠도 못자고 밤을 꼬박 샜다. 어디든지 아이와 돈이 얽혀있다면 복잡해지는 건 매한가지인가 보다.
오페어 관련 궁금하신 분들께서 질문을 주시곤 해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채널을 개설해보았습니다.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다면 편하게 이야기 나누어 보아요. - 하이데어 멘토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