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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esidio Library May 05. 2023

오페어 J1비자 인터뷰

에이전시가 같이 들어가 주는 줄 알았지뭐야

매칭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는가? 출발 전 마지막 관문이 남았다. 바로 비자 인터뷰.


미국에 8년 넘게 살면서 비자를 여러 번 갱신하거나 발급받은 나는, 체류자격 관련 처리라고 하면 아주 한숨이 나이아가라폭포마냥 쏟아진다. 각종 행정처리가 빠르고 깔끔하기 이를 데 없는 한국에 살다가, 뭐만 신청하면 짧으면 2주, 길면 2년 씩 걸리는 이 과정에 아주 진이 빠진다 (여기 공감하시는 분들 많이 있으시리라 본다).


다행히 오페어 비자 관련은 에이전시에서 전부 준비해 준다! 준비라 함은 서류를 대신 떼어주거나 비자를 대신 받아주거나 하는 대행서비스가 아니라, 어떤 서류가 어떻게 필요한지, 언제까지 필요한 지 촤라락 알려주고 신청까지 해준다. 서류가 전부 준비되면, 에이전시에서는 서울에 사무실로 와서 마지막으로 점검하고 비자 인터뷰를 다녀오라고 몇가지 준비를 시켜준다.


나는 당황했다. 바보같이도 에이전시가 같이 들어가서 얘기해 주는 줄 알았던 것이다. 당연하게도 에이전시는 함께 들어가지 않는다. 그들은 법률 자문도 아니고 공식 번역가도 아니기 때문에. 에이전시 담당자는 서류가 다 있고, 걸리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 잘 될 것이다. 만약 거절한다면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아마 나이 때문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고 했다. 거절 당하면 주황색? 스러운 종이를 주며, 혹시 그렇게 되면 알려달라고 했다. 나는 긴장한 채로 광화문 근처에 있는 미국대사관으로 향했다.


미국대사관 근처에 가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 근처에는 온갖 광고물이 잔뜩 붙어있는데, 전부 "비자 거절당하셨다구요?! 당장 해결해 드립니다 전화주세요!!" 같은 것들이다. 거절당하는 사람이 많은건가, 들어가기 전부터 초심자를 긴장하게 만드는 쓸데없이 화려한 것들. 건물은 경비가 삼엄한데 아주아주 오래 된 사무실이나 학교 건물 같아서 분위기를 더 을씨년스럽게 만들었다. 각자 사무실로 들어가 인터뷰인 줄 알았더니 오래 된 은행창구처럼 생긴 곳에 가서 서류를 주고 요원과 짧게 이야기나누면 됐다. 나는 서류봉투를 꼭 쥐고,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며 대기의자에 앉았다. 내 앞번호 여학생이 돌아서 걸어나오는데, 주황색 종이를 쥐고 허탈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나는 속으로 숨을 들이마시며 '아이고 저게 그거구나' 생각했다. 내 차례가 되었고, 서류를 들고 부스로 걸어갔다.


인터뷰는 생각보다 금방 끝났고, 아무 문제없이 비자를 발급받았다. 다음은 내가 생각한 내 인터뷰에서의 키포인트. 개인적인 경험이니, 법률적인 증명이나 조언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시라.


1. 떨지 않았지만, 수다떨지도 않았다 - 당연히도 너무 긴장하면, 수상해보인다. 그냥 침착하게 묻는 말에만 차분하고 명료하게 대답했다.


2. 영어로 대답하라고 에이전시에서 알려줬다 - 내 인터뷰 하신 분은 한국어로 질문을 하셨는데, 에이전시에서 영어로 대답하라고 해서 나는 계속 영어로 대답했다.


3. 모국에 있는 연고를 증명하고, 비자를 마친 후 귀국할 것임을 증명했다 - 어느 나라나 비자 발급시 걱정하는 것은, 이 사람이 합법적으로 약속된 업무나 할 일을 하고, 비자에 명시된 기간을 지켜 머물 것인가에 대한 판단인 것 같다. 앞서 에이전시가 나이에 대해 걱정했던 것도, 내 나이가 프로그램 상한선 만 26세에 가까운 편이였고, 이 경우 혹시 결혼이나 타 목적으로 입국하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걱정이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을 했었다. 내 경우는 당시 속해있던 석박사 통합과정 휴학서류를 제출했는데, 이게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이 프로그램 때문에 휴학을 했고, J1 마치면 복학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4. 미국에 다른 연고가 없다고 했다 - 흔히 생각하기에 아는 사람이 있다고 하면 좋지 않을까 싶지만, 이는 J1비자 이외에 또 다른 미국에 머물 거리가 있다는 것을 뜻할 수 있는 것 같다. 나는 이에 대해 단순히 아무 생각도 없었고 아는 사람도 없었다. 나의 경우, 요원이 호스트 부부 중 하나의 성을 읽어보더니, "한국사람? 아는 사람이에요?" 하고 물었다. 나는 "???" 같은 표정을 하며 모른다고 대답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호팸 부부중 한 명이 한인 2세였고, 나는 호스트 면접 시 물을 생각도 없었고 그냥 아시안계인가보다 하고 말아서 몰랐던 것이다.


잡담으로, 이 때 J1비자용으로 냈던 사진이 참 마음에 들었더랬다. 한국에서 찍었던 것인데, 몇 년 후 가 보니 스튜디오가 없어져서 굉장히 아쉬웠다. 미국에서는 증명사진 찍는 곳이 잘 없다 (이력서에 사진을 요구하는 것은 불법이어서 그런 것이 아닐 까 싶다). 여기서 사진 찍으러 갔을 때에는, 비자 사진 전문이래길래 갔더니 웬 사무실 건물(1900년대 초중반에 지어진 고층 사무빌딩은 진짜 책상 하나 들어가는 단칸의 사무실이 개별로 복도에 주욱 줄지어있는 형태인 경우가 있다)

Googld maps에서 찾은 사무실 내부사진(올린이 Paul Stoll). 진짜이렇게 생겼다.

한 사무실로 들어갔다. 달랑 노트북 한대와 프린터 한대가 있었고, 60-70대 되어 보이시는 할저씨께서 벽에 서보라고 했다. 2003년식 쯤으로 보이는 추억의 디카(...)를 들고 자아 잘 서봐아아 하면서 한 두장 찍으시더니 그대로 그냥 프린트했다..  이럴거면 내가 집에서 혼자 찍었지.. 그 뒤로 사진은 무조건 한국에서 찍어가지고 온다. 남편은 집에서 혼자 찍어서 처리한다.


Anyway, 비자도 무사히 처리되었으니, 이제 짐을 싸서 출발하는 일만 남았다.






오페어 관련 궁금하신 분들께서 질문을 주시곤 해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채널을 개설해보았습니다.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다면 편하게 이야기 나누어 보아요.  - 하이데어 멘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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