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 들이고 외국에서 공부하고, 일하고, 여행하고, 살아보고 싶어서
고등학생때 대학가면 이러이러 하다 중 가장 많이 들은 얘기는 다음과 같다.
1. 살빠진다
2. 연애한다
3. 해외간다
학원 영어선생님은 돈 없이 유럽여행에 가서 배낭에 저렴한 바게뜨빵을 꽂아놓고 돌아다니며 우걱우걱 뜯어먹었다는 얘기를 과장을 하며 늘어놓곤 했다. 요즈음에는 어린 나이에도 다니는 해외여행이 꽤 흔하지만, 우리 동네의 내 주변에는 학생 때 외국에 다녀오는 경우가 많지는 않았고, 스스로 떠나는 배낭 여행은 젊음의 상징처럼 느껴졌다. 나는 친구들과 함께 그 말이 사실이려니 (혹은 사실이기를 바라며) 대학생활을 꿈꿔왔다. 언젠가 우리도, 낯선 곳을 여행하겠지 하고.
처음 외국에 나갔던 것은 친구 두 명과 함께했던 유럽 배낭여행이었고, 두 번째는 학교에서 지원하는 하와이 연수 프로그램 이었다. 대학교 3학년 초, 처음 유럽 배낭여행을 갈 거라고 엄마에게 말 했을 때, 엄마는 니가 무슨 수로 돈 몇 백이 있어 가겠냐며 흘려 들었다. 처음 가는 거면 가까운 동남아를 가지 무슨 유럽이냐고 했다. 나는 내가 다 모을 수 있는 범위의 금액이었고, 집에 손을 벌릴 생각 조차 없었기 때문에 그 비아냥에 실망했다. 대학 내내 장학금도 받고 과외, 근로, 멘토링, 알바 등등을 두 탕 씩은 뛰었으므로 유럽과 하와이 모두 스스로 해결했다. 엄마는 내가 실제로 돈을 모아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는 지 아니면 내가 허락을 먼저 구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인지 당황한 듯 했지만, 그렇다고 딱히 반대할 명분이 없었다 (이미 내 태도는 여행가는데 왜 허락이 필요하지? 였고 가지 말래도 들을 애가 아니었으므로) 이내 가방이나 여행용품도 사주고 필요한 준비도 도와주고 하며 잘 다녀오라고 북돋아 주었다. 하와이까지 다녀온 후에는 꽤 자랑스러워 하는 눈치였다.
사실 하와이 전에는 교환학생을 진지하게 생각했었고 나중에는 유학으로 대학원도 가고 싶었다. 교수님과 상담도 했다. 교환학생이나 유학은 돈이 정말 가시는 걸음걸음 들었다. 집에 손 벌리고 싶지 않았다. 한 달에 몇 백 씩은 필요했는데, 그러려면 나는 휴학해서 작정하고 돈을 벌어도 부족했다. 교수님께서는 학생의 재정적 사정을 잘 이해해 주셨고, 달래주셨다. 동대학원은 전액이나 반액 장학금도 있고, 해외는 재정적인 영향이 있으니 다음에 다른 프로그램이 있으면 알아보는게 좋겠다, 하고. 그래서 에라이 어차피 못 할 거면 짧은 하와이프로그램이라도 다녀오자 하고 갔다왔던 것이었다.
스트레이트로 졸업을 했고, 학부 때 열심히 한 덕에 전액장학금으로 석박사 통합과정을 1년 다니던 중, 휴학을 하고 교사로 일했다(전액장학금 과정은 4대보험이 되는 직장을 가질 수 없는 것이 전제조건이어서 병행할 수가 없었다). 우리쪽은 아무리 박사학위가 있어도 현장경험이 중요하니까. 현장은 힘들지만 즐거웠고, 곧 복학이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석박사 통합과정은 장학금을 댓가로 많은 연구실적을 요구했기 때문에 복학은 곧 끝없는 논문을 의미했다. 아아 이렇게 돌아가면 나는 영영 외국에는 못 살아보고 만다. 그 때 뇌리를 스쳐갔던 것이 대학다닐때 스쳐지나가며 봤던 오페어 홍보물이었다.
막연히 외국에 나가서 살고싶은 것에도 조건이 있었다.
1. 주거 등을 포함해 초기 비용이 높지 않을 것
2. 영어권 국가일 것 (그나마 의사소통은 할 수 있으니)
3. 지내는 동안 내 세이빙을 갂아먹지 않고 현지에서 경제적 조달이 가능 할 것.
4. 일을 한다면 전공(아동) 관련일 것
그리고 플러스 알파로,
5. 현지 대학등 공부를 해 보면 좋겠다
6. 주말 등을 이용해 여행을 다녔으면 좋겠다
오페어 프로그램은, 간단히 말해서 외국인을 호스트가정과 매칭해서 그 집에서 홈스테이를 하면서 아이 돌보며 문화교류 하는 것으로 미국, 영국 등 꽤 많은 나라에서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에이전시를 끼고 하는 것이 보통이나 자신있다면 스스로 모든 과정을 진행하는 것도 가능한 것으로 알고있다. 미국 같은 경우는 문화교류비자인 J1을 발급하므로, 취업비자는 아니지만 사회보장번호도 다 나오고 매칭된 호스트 가족과는 일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나에게는 정말 찰떡같은 기회가 아닐 수 없었던 것이, 조건 1부터 6까지 모두 만족했다.
1. 가족과 매칭이 되고 난 후에 출발이기 때문에, 어디에서 살면서 일할 지가 정해져 있다는 안정감이 있다. 따로 주거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내 경우에는 에이전시와 초기비용이 150만원 정도 들었던 것 같은데, 그 안에 왕복 항공비용 및 매칭 서비스 이용이 포함이었다 (단, 프로그램을 이수하지 못하면 돌아오는 항공료는 본인부담). 그 밖에 안정적 체류에 관련된 것- 비자, 건강보험 등도 지원해 준다.
2. 유럽권 국가도 꽤 있고, 호주도 있고, 미국도 있었는데 그냥 미국으로 했다
3. 주급으로 200-250불 정도로 에이전시마다 다르다(안타깝게도 이 금액은 내가 오페어를 했던 8년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더라..) 그 때는 한국에서 최저시급이 5-6천원 하던 때라, 최저시급으로 계산하면 그 급여와 비슷했다. 게다가 주거와 식사, 보험이 포함이고 나 같은 경우에는 전기차 차량도 제공받았기 때문에 교통비도 포함. 주급은 자유비용인 셈이었다.
4. 내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일. 내 아이가 없는 입장에서 아이들의 가정 내 다이내믹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신나는 일이었다!
5.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마치려면 6학점에 해당하는 수업을 이수해야 한다. 호스트가정이 500불까지 지원해 주게 되어있다.
6. 10일 휴가를 쓸 수 있다 (바로는 안 되고, 한국에 입사했을 때처럼 한 3-4달 지나서 호스트가정과 협의해서 결정한다). 또한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30일간의 grace period가 주어져서 대부분은 마지막에 한 달 여행을 하고 귀국한다.
그래서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것 저것 서류를 준비할 것이 많은데, 나는 풀타임으로 일하면서 준비해서 정신이 없었던 기억이 난다. 자기소개 동영상? 을 찍는 것이 가장 복잡했는데, 함께 일하던 친구 겸 파트너 선생님이 그냥 휴대폰으로 찍어주었다. 내가 준비했던 것이 9년 전이라 자세한 사항은 조금 다를 수 있다. 궁금한 사람은 참고할 수 있도록 대표적 미국 에이전시 웹사이트 링크를 동봉하니, 거기에 디테일은 다 있다.
인트락스- 오페어케어. 여기는 오페어만 하는 게 아니라 고등학생 홈스테이, 유급/무급 인턴십 등 문화교류비자 관련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나는 여기를 썼는데 나쁘지 않았다.
https://www.intraxkorea.kr/intrax_auPair/
*** 업데이트!
2023년 오페어케어에서 $215 로 올렸다고 합니다. 미국웹사이트에는 나와있어요!
https://www.aupaircare.com/au-pairs/program-benefits
오페어스토리- 여긴 한국 웹사이트는 못 찾겠고 인스타 페이지가 있다. 얘네는 보육교사나 특수교사같은 해당 자격이 있으면 돈을 더 준다. 주급에 250으로 알고 있다. 나는 오페어 가서 이걸 아는 바람에 속이 쓰렸다. 주당 50불을 날렸다.
대학에 다니며 해외에 장기로 살거나 무언가를 해 보고 싶은데 망설이고 있다면, 나는 다녀오라고 하고싶다. 자녀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면, 보내주셔라. 이대로 바로 졸업 혹은 취업하더라도, 그 꾹 눌려왔던 마음이 부글부글 끓어서 결국에는 어떻게든지 간에 증기가 새 나와 버리고 만다. 나는 대학도 바로 졸업했고, 대학원도 다녔고, 직장도 다녔고 괜찮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호시탐탐 기회만 엿보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동학이나 관련학과 학생이라면, 그리고 재정적으로 부담이 적은 해외 경험을 원한다면 나는 이 프로그램이 웬만한 해외 자원봉사프로그램, 무급 해외인턴프로그램이나 워킹홀리데이나 어학원유학보다 낫다고 본다.자원봉사에 꿈이나 뜻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나는 무급 해외프로그램은 추천하지 않는다. 다만 얼마라도, 내가 일을 한다면 댓가가 있어야 하고, 이는 나의 일할 맛이 나는 일 지구력, 자존감 및 재정적 자유와 크게 연관이 된다. 워킹홀리데이는 전공과 관련된 일을 구하기 어렵 + 일자리와 주거지를 구하기까지 시간과 비용이 들며, 어학원 유학은 돈이 많이 드는데 일은 못한다. 오페어는 전공과 관련된 프로그램에, 유급에, 숙식제공에, 수업도 들을 수 있고, 홈스테이로 현지 생활도 할 수 있으니, 20대 초반의 학생이라면 해 볼 만하지 않은가. 1년을 마치고 연장할 수도 있는데, 한 번에 최대는 어쨌든간 2년이다. 참, 나이제한이 있었다. 만 26세까지였던것 같다.
물론, 그 어느 것도 그렇듯 단점도 수두룩하게 존재한다. 이는 연재하는 글에서 차차 다뤄 볼 예정이다. 일단은 매칭이 중요하다. 매칭이 되야 출발을 할 수 있다. 다음 글에서는 내 매칭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겠다.
아, 앞서 말했던 1, 2, 3번은 대학에 가서 실제로 다 일어났다. (살은 실연의 아픔으로 빠졌다가 다시 쪘지만 어쨌든), 그래 어른들 말씀이 꼭 고리타분한 것 만은 아니었던 것이고 유재석이 노래불렀던 것 처럼 사람 일은 어찌어찌 말하는 대로 되더라.
이 브런치 북은 "에디터 픽 신작 브런치북"에 소개되었습니다.
오페어 관련 궁금하신 분들께서 질문을 주시곤 해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채널을 개설해보았습니다.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다면 편하게 이야기 나누어 보아요. - 하이데어 멘토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