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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설 Dec 06. 2024

걷다

소설연재




  가을의 마지막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부드럽게 스며들며, 공원은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사람들은 각기 다른 속도로 산책했고, 그들의 발걸음은 잔디 위에 남긴 작은 흔적으로 이어졌다. 바람이 불 때마다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춤을 추고, 공원 한쪽에서는 아이들이 웃으며 뛰어놀고 있었다.


  지우는 느긋한 발걸음으로 한쪽 길을 따라 걸었다. 그의 마음속에는 일상의 복잡한 생각이 사라지고, 오직 이 순간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유가 가득했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커피잔에서 은은한 향기를 맡으며, 따뜻한 음료가 주는 편안함을 만끽했다. 커피의 쌉쌀함과 함께 공기 중에 섞여 있는 나무의 향기가 그의 감각을 자극했다.


  길가에 심어진 화단에는 형형색색의 꽃이 만개해 있었다. 지우는 꽃을 바라보며 그들의 생명력을 느꼈고,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발견했다. 특히 붉은 국화가 햇살을 받아 더욱 선명하게 빛났다. 그는 순간적으로 그 꽃이 주는 강렬한 에너지를 느끼며, 삶의 소중함을 다시금 생각했다.


  산책로의 끝자락에 다다르자, 그는 벤치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았다. 나무 그늘 아래에서 한 쌍의 노인이 나란히 앉아 손을 잡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깊은 행복이 가득했고,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나누는 미소는 이곳의 모든 것보다도 더 따뜻하게 느껴졌다. 지우는 그 모습을 보며, 사랑의 힘과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변치 않는 관계를 생각했다.


  조금 더 걷기로 결심한 그는 다시 일어났다. 발걸음을 옮기던 중, 작은 강아지가 그의 발치에 뛰어들어왔다. 그는 놀라서 강아지를 바라보았고, 강아지는 이내 꼬리를 흔들며 그를 반겼다. 그는 강아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잠시나마 일상의 스트레스가 모두 잊혀지는 기분을 느꼈다. 그 순간, 단순한 산책이 아닌, 삶의 여러 조각을 모아가는 여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그는 다시 공원의 중심으로 돌아와,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에 앉았다. 나무의 가지는 하늘로 뻗어 있었고, 그 아래에서 수많은 사람의 이야기와 추억이 쌓여왔을 것이라 상상했다. 그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이 모든 순간이 자신에게 주어진 선물이라는 것을. 산책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마음의 여유와 사색을 가능하게 하는 소중한 시간임을 다시금 깨달았다.



#책과강연 #소설 연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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