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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설 Nov 13. 2024

이브

소설연재


이브

  



  눈이 조용히 내리기 시작했다. 하늘은 깊은 회색으로 물들어 있었고, 차가운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들며, 그 사이로 하얀 눈송이가 하나둘씩 떨어졌다. 눈송이는 마치 작은 요정이 춤을 추듯, 공중에서 우아하게 회전하며 땅으로 내려왔다. 가로수의 가지는 눈의 무게에 눌려 쳐지고, 창문 너머로 보이는 따뜻한 불빛은 그리움을 불러일으켰고, 카페의 안락한 공간 속에서 따뜻한 음료를 마시는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자, 나뭇가지 위에 쌓인 눈송이가 소리 없이 떨어지며 세상을 덮었다. 도로는 하얗게 변했고, 가로등 불빛이 눈 위에 반사되어 황금빛으로 빛났다. 가로등 불빛 아래, 눈송이가 빛을 받아 반짝이며 춤을 추었다. 그 모습은 마치 꿈속의 풍경처럼 몽환적이었다. 지나가는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따뜻한 미소를 나누었고, 아이들은 신나게 눈을 맞으며 눈싸움을 벌였다. 그들의 웃음소리는 겨울의 차가운 공기를 따뜻하게 데웠다.

  한쪽 벤치에 앉아 있던 연우는 눈이 내리는 모습을 바라보며 잊고 있던 기억을 떠올렸다. 어린 시절, 눈 속에서 뛰놀던 날이 떠오르며, 그는 잠시 그곳에 머무르고 싶었다.


  눈발이 점점 더 세차게 내리기 시작했고, 연우는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발자국이 쌓이는 눈 위에 남아, 마치 세상에 남긴 작은 흔적처럼 보였다. 고요한 밤, 하늘의 눈이 내리며 모든 것을 덮어주듯, 그의 마음속에도 잊었던 감정이 다시 쌓여갔다. 가족과 함께 눈사람을 만들던 그때의 행복한 순간이 그의 마음속에 스쳐 갔다. 눈은 단순한 자연의 현상이 아니라, 서로의 따뜻한 마음을 연결해주었다. 거리에 쌓인 눈은 발아래에서 부드럽게 꾸깃거리며 소리를 내었다. 사람들은 두터운 외투를 감싸고, 목도리를 더 높이 올려 얼굴을 가렸다. 그들의 발걸음은 신중해졌고, 하얀 세상 속에서 마치 꿈속을 걷는 듯했다. 연우는 한 걸음씩 천천히 걸어가며 눈 내리는 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는 마치 세상의 모든 소음이 사라진 듯, 오직 눈이 내리는 소리만이 귀에 맴돌았다. 주변은 고요했다. 사람의 발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눈송이는 하나하나 다르게 생겼지만, 모두가 연약하게 하늘에서 내려와 세상의 품에 안겼다. 지나가는 차의 바퀴가 눈을 가르며 남긴 자국은 마치 그리움의 흔적처럼 느껴졌다. 공원에서 은우와 함께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을 하던 그 따뜻했던 순간들. “이제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마음에 쌓인 감정이 녹아내리듯, 눈과 함께 그 모든 기억이 흩어지는 듯했다. 흰 눈이 모든 것을 감싸안으며,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듯했다. 그 순간, 세상의 모든 고단함이 눈과 함께 녹아내렸다. 그는 깊은 숨을 내쉬며, 다시 걸음을 내딛었다. 눈이 쌓인 길 위에 남긴 발자국은 앞으로 나아갈 길을 의미했다. 눈은 계속해서 내리고, 세상은 더욱 고요해졌다. 그 순간을 만끽하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새로이 시작할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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