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연재
#크리스마스 이브
크리스마스 이브가 다가오자, 도시는 눈으로 덮인 동화 속 풍경처럼 변해갔다. 하얀 눈송이가 부드럽게 떨어지며 나무와 지붕을 감싸고, 거리에는 따뜻한 조명이 반짝였다. 사람들은 두꺼운 외투를 입고, 손에는 따뜻한 음료를 들고서 웃음소리를 나누며 지나갔다. 마을 중앙 광장에는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가 우뚝 서 있었다. 반짝이는 장식과 화려한 조명으로 장식된 트리는 마치 별이 쏟아지는 듯한 환상을 주었다. 아이들은 트리 아래에서 조심스럽게 놓인 선물 꾸러미를 바라보며 눈을 반짝였다. 그들은 마법 같은 순간을 기다리며 서로의 손을 붙잡고 소곤거리곤 했다. 한쪽에는 작은 카페가 있었고, 창문 너머로 따뜻한 불빛이 새어 나왔다. 카페 안에서는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커피 머신의 소리가 어우러졌다. 바리스타는 크리스마스 특유의 향신료가 가득한 음료를 준비하며, 손님에게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벽에는 크리스마스 캐럴이 흘러나와, 마치 모든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듯했다. 마을의 한구석에서는 할아버지와 손주가 눈사람을 만들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손주에게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이야기하며, 함께 쌓은 눈덩이에 모자를 씌워주었다. 그들은 웃음과 사랑으로 가득한 순간을 공유하며, 세상의 모든 근심을 잊은 듯했다.
한적한 도심의 끝자락에 자리한 ‘시간의 정원’은 오래된 나무로 둘러싸인 신비로운 장소였다. 정원 중앙에는 오래된 서점이 있었고, 그곳에서는 현재, 과거, 미래를 볼 수 있는 특별한 책이 진열되어 있었다. 이 서점은 단순한 책방이 아니었다. 그곳에 들어서면 지나간 시간, 현재의 순간, 그리고 다가올 미래의 모든 이야기를 담고 있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서점의 주인은 은빛 머리카락을 가진 노인, 수현이었다. 그는 세상의 모든 시간을 담고 있는 듯한 깊은 눈빛을 지니고 있었다.
크리스마스이브 날, 직장인 연우는 인생의 방향을 잃고 방황하던 중, 우연히 이곳의 이야기를 들었다. 서점의 문을 열자, 책이 고요하게 서 있는 모습이 그를 맞이했다. 호기심에 이끌린 그는 서점 안으로 들어갔다. 서점 안은 별빛처럼 반짝이는 책으로 가득 차 있었고, 각 책이 자신의 이야기를 속삭이는 듯했다.
“시간의 정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무엇을 찾고 있나요?”
“네. 둘러보러 왔어요.”
그의 마음속에는 지난날의 후회와 미래의 불안이 뒤섞여 있었다.
“후회와 불안이 느껴지시는군요. 이곳에서는 과거와 미래를 볼 수 있습니다.”
그의 눈은 깊은 지혜로 가득 차 있었다.
“이 서점은… 뭔가 특별한 것 같아요.”
“그렇다면, 이쪽으로 오세요. 특별한 책이 있습니다.”
그는 오래된 나무 책장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빛나는 표지를 가진 두 권의 책이 있었다. 하나는 ‘과거의 회상’, 다른 하나는 ‘미래의 비전’이었다.
“이 책은 단순한 이야기책이 아닙니다. 당신이 원한다면, 과거와 미래를 직접 체험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죠?”
“책을 펼치면, 당신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기억과 소망이 드러납니다. 그리고 그 세계로 들어가게 되죠.”
연우는 ‘과거의 회상’이라는 책을 펼치자, 갑자기 눈앞이 번쩍이며 그의 과거로 빨려 들어갔다. 그는 어린 시절의 자신을 보았다. 그곳은 따뜻한 햇살이 가득한 자신의 방이었다. 벽에는 그가 그린 그림이 붙어 있었고, 작은 연우가 책을 읽고 있었다.
“이건… 내 과거. 어린 시절의 나를 이렇게 볼 수 있다니.”
“연우야, 저녁 준비가 다 됐다.”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그 소리에 미소를 지으며, 어린 시절의 자신을 바라보았다. 그때, 어린 연우가 친구와 함께 놀고 있는 모습, 부모님과 따뜻한 순간이 화면처럼 펼쳐졌다.
“연우, 기억나요? 그때 정말 행복했잖아요.”
“네… 그때가 그리워요.” 연우는 눈물이 고였다.
“그리움은 성장의 일부입니다. 이제 미래를 보러 가볼까요?”
그는 과거를 돌아보며, 그때의 순수한 마음을 느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그럼, 미래는 어떻게 볼 수 있나요?”
“미래는 선택의 연속입니다.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요. 미래를 보고 싶다면, 당신의 꿈과 희망을 생각해 보세요.”
연우는 ‘미래의 비전’이라는 책을 펼쳤다. 또 한 번의 강렬한 빛이 그를 감쌌다. 그는 미래의 자신을 보았다. 그는 미래의 도시 성공한 사업가로서 바쁘게 일하는 모습이었다. 고층 빌딩이 즐비하고, 사람은 각기 다른 기술을 사용하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미래의 자신은 성공한 사업가지만 그 얼굴에는 여전히 고뇌가 가득 차 있었다.
“연우!” 갑자기 그의 미래 자신이 그를 불렀다.
“넌 왜 이렇게 고민하고 있어?”
“나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불행한 걸까?” 미래의 연우는 고민에 빠져 있었다. 그는 그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왜 그런지 알아요? 당신은 다른 사람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하고 있어요. 당신의 진정한 꿈을 좇지 않으면, 결국 후회하게 될 거예요!”
그 순간, 시간의 정원에서 수현이 연우를 끌어당겼다.
“이제 돌아와야 해요. 당신은 미래의 자신을 보고 어떤 결정을 내릴 건가요?”
“그럼, 현재는 어떻게 볼 수 있나요?”
“현재는 마음의 상태에 따라 다르게 보입니다.”
“현재를 알고 싶다면, 당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연우는 다시 책을 펼쳤다. 이번에는 자신의 현재 모습이 비쳤다. 그는 직장과의 갈등, 친구의 소원해진 관계, 그리고 꿈을 이루지 못한 불안한 모습이 보였다.
“이건… 너무 힘들어요.” 연우가 눈물을 글썽거렸다.
“현재의 어려움은 당신이 성장하는 과정의 일부입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희망을 찾는 것이 중요하지요.”
“저는 제 꿈을 좇기로 결심했어요. 지금부터 시작할 거예요.”
“좋아요. 미래는 당신이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꿈꾸던 대로 살기 위해서는 현재의 선택이 중요하죠.”
“이걸 이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길은 당신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과거를 받아들이고, 현재를 직면하며, 미래를 향해 나아가세요. 당신의 이야기를 스스로 써나가는 것이죠.”
“이제 알겠어요. 과거는 나를 형성했고, 현재는 내가 나아갈 길을 보여주고, 미래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이군요.”
“이 서점은 당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도구입니다. 이제 당신의 이야기를 시작하세요.”
“감사합니다. 이제 제가 무엇을 해야 할지 알 것 같아요.”
그 순간, 다시 서점으로 돌아왔다. 연우는 책을 덮으며 수현을 바라보았다.
“과거와 미래를 보니, 지금의 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어요.”
“맞습니다. 이곳은 과거를 통해 배울 수 있고, 미래를 통해 희망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입니다.”
“현재를 소중히 여겨야겠어요. 감사합니다.”
연우는 마음속의 무거운 짐이 조금 가벼워진 듯 느꼈다. 서점의 문을 나서며 마음속에 새로운 희망이 피어났다.
그날 이후, 연우는 현재의 순간을 소중히 여기는 삶을 살기로 했다. 그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과거의 소중한 기억을 잊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미래는 자신이 만들어가기로 했다. 시간의 정원은 그에게 단순한 서점이 아닌, 인생의 나침반이 되어주었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는 공간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쓰기 위한 새로운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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