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찬란한 외로움의 끝은 어디일까
이토록 찬란한 외로움의 끝은 어디일까.
나는 그 길을 걷고 걸어 끝에 도달할 수 있을까.
2021년. 덥고도 길었던 여름에 처음으로 긴팔을 입었다.
2023년. 첫 남자친구를 사귀었고, 외로움의 시작을 깨달았다.
2026년. 약과 함께 우울을 삼켰고, 시간과 함께 외로움을 걸었다.
첫 외로움엔 별생각 없었다. 그저 쓰디쓴 약을 삼키듯 시간을 헤쳐나갔을 뿐.
그러나 두 번째 외로움은 달랐다. 무언가 잘못됨을 알고 내가 걸어온 길을 다시 걸었다.
세 번째 외로움은 어느새 내 코 앞에 놓여있었다.
무언갈 원하는 외로움이 아니었다. 그러나 무언갈 원하지 않는 외로움도 아니었다.
무언갈 갈망하는 외로움이 아니고, 무언갈 위했던 외로움도 아니었다.
그저 그런 외로움이었다.
마치 길을 걸어가다가 마주하는 사람들처럼 찾아오는, 그저 그런 외로움이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모른다. 이 외로움의 끝이 어디일지, 과연 끝이 있긴 한 것일지.
만약 끝이 없대도 괜찮다. 사람이 걷는 모든 길에는 끝이라는 단어가 포함되지 못하니까.